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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講座

詩品의 차이

by 권석낙 2019. 9. 27.




 옛날 글공부만 하던 꽁생원이 살았다. 당연히 과거 급제를 했으면야 이렇게 빈곤하게 살았을까?

 책만 읽어 대는 서생이다 보니, 입에 풀칠은 서생의 아내 몫이 되고 말았다. 아내가 어린 아이를 등에 들

 쳐 입고 들에 일을 나가며 명색이 남편이랍시고 마당에 널어 놓은 보리 멍석 좀 봐 달라고 했것다.

 무능한 자기 남편에게 짜증을 낸다고 해 봐야 무슨 소용이리! 일찌감치 체념한 마누라는 남편이 잠시 고

 개를 끄덕하는 것을 보고 나갔것다.

 아뿔사! 한참 들일을 하고 있노라니 느닷없이 장대같은 소나기가 억수로 퍼붓는 게 아닌가! 놀란 아내는

 아기를 등에 업은 채 허둥지둥 집으로 달려와 보니 보리 말리던 멍석은 이미 물에 흘러 떠내려 가 버린

 지 오래였고 망할 놈의 서방인지 남방인지는 흥얼거리며 책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아낙네는 그대로 자

 리에 퍼질고 앉아 한바탕 목 놓아 울었던 것이다.

 이 이야기는 널리 알려진 "漂麥[표맥 : 떠내려간 보리멍석]"이라는 이야기이다.

 이 "표맥"을 제목으로 榜(방)이 나붙자, 어떤 글 좀 한다는 사람이 붓을 들어 이렇게 써 갈겼다.

 偶 人 立 壟 毆 鳥 隊 / 논두렁의 허수아비도 새를 쫓는데

 猶 勝 書 生 坐 無 聊 / 글만 아는 서방님은 그만도 못해

 이 구절이 글이 안 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감어린 雅趣(아취)도 없고 詩(시)로 생각을 대신하는

  "以詩代意(이시대의)"의 기풍이 없다는 것이다. 또 아무리 무능하고 못난 남편이라도 제 서방을 허수아

 비에 비겨서야 어디 될 말인가!

 菽 麥 不 辨 郞 人 事 / 콩보리도 못 가리는 이 서방님아

 專 信 看 家 妾 自 責 / 그 양반 믿고 집 보라 한 내 잘못이지

 어떤가? 생각으로 속을 거슬리는 "以意逆之(이의역지)"의 헤아림이 글 밖에 은은하지 않은가!

 모든 것을 아내가 뒤집어쓰는 너그러움과 자신을 오히려 탓함으로써 남을 깨우치는 성실함, 빈곤한 살

 림을 혼자 도맡아 버티어 내는 갸륵함마저 표출해 낸 이 솜씨가!

 詩(시)라는 것은 잔재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品格(품격)이 앞서야 되는 것을……!

 梅月堂(매월당)은 이렇게 규정했다.

 客 言 詩 可 學   詩 法 似 寒 泉 / 詩(시)란 무엇일까요 詩(시)는 샘물이랍니다

 觸 石 多 鳴 咽   盈 潭 靜 不 喧 / 돌에 부딪치면 흐느끼고 연못에 고이게 되면 거울이 되지요

 剿 斷 尋 常 格   玄 關 未 易 言 / 그저 보기에는 그렇고 그런 거라지만 그 묘한 맛은 말씀 못 드립니다

 



[ 芝 山 房 ]

 

 

  漢詩에 관한 식견이 없는 사람들은 흔히 방랑객인 김병연[김삿갓]의 글을 들기도하는데, 천만의 말

     씀, 만만의 콩떡이다. 단순 글자놀이에 불과한 "말 놀음"을 두고 무슨 시문학의 극치인 것처럼 숭앙하

     는데, 웃기는 노릇이다.

     솔직히 그 사람의 詩[?]라는 유치한 말 놀음은 詩는커녕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다. 단지 개그맨

     들이 지껄여 대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간혹 다부져 보이는 "풍자"가 엿보이는 게 더러 있기는 해도 그 사람의 말 장난은 詩文學(시문학)이

     아님을 이 자리에서 芝山房은 엄격하고도 정중하게 밝혀 둔다.

  

   由陸入杜(유육입두) : 陸游(육유)를 거쳐 杜甫(두보)로 들어가든[正祖大王],
   由蘇入杜(유소입두) : 蘇軾(소식)을 거쳐 杜甫로 들어가든[申緯],
   ◎ 由白入杜(유백입두) : 李白을 거쳐 杜甫로 들어가든[李建昌],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저작해 보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요즘 세상에는 自作漢詩 한 구절 없는 자들이 무슨 漢文學의 大家然하는데, 삶은 소대가리가 웃을 노

   릇이다.

   이 芝山房은 [元輕白俗(원경백속 : 元稹(원진)은 그 무게가 덜 하고 白居易(백거이)는 통속적이다]

   로 규정한다.
   그러나 白居易가 杜甫의 詩格보다는 다소 떨어진다고는 해도 杜甫의 "憂時憐民(우시연민)"보다 白居

   易의 사회성과 통속성, 풍유성은 이 芝山房으로 하여금 홀딱 반하게 한다.

 



 


    一   梅 

 [原 詩 / 李 淸 照]

 

               紅 藕 香 殘 玉 簟 秋

               輕 解 羅 裳

               獨 上 蘭 舟

               雲 中 誰 寄 錦 書 來

               雁 字 回 時

               月 滿 西 樓

               花 自 飄 零 水 自 流

               一 種 相 思

               兩 處 閒 愁

               此 情 無 計 可 逍 除

               纔 下 眉 頭

               却 上 心 頭

 

《매화 한 가지 꺾어들고》

 

   붉은 연 뿌리 향이

   옥빛 대자리에 은은한 어느 가을 날

   비단치마 사뿐 걷어 들고

   목란 배에 올랐어요

   구름 속으로 비단에 쓴 편지 가져올 이는 누구실까요

   기러기는 다시금 돌아올 때가 되었건만

   서녘 다락에는 달님만 가득합니다

   꽃은 바람에 날려

   무심히 흐르는 물에 떨어져 한 없이 실려 갑니다

   이 마음은 하나가 되어

   서로를 그리워하는데

   시린 시름은 서로가 다른 곳에서 하는가요

   이 지독한 그리움일랑

   다스릴 길이란 바이 없는데

   눈을 가만 감으면

 

   아!

   더욱더 더해지는

   그리움……!

 

[ 芝 山 房 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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