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글공부만 하던 꽁생원이 살았다. 당연히 과거 급제를 했으면야 이렇게 빈곤하게 살았을까? | |
책만 읽어 대는 서생이다 보니, 입에 풀칠은 서생의 아내 몫이 되고 말았다. 아내가 어린 아이를 등에 들 | |
쳐 입고 들에 일을 나가며 명색이 남편이랍시고 마당에 널어 놓은 보리 멍석 좀 봐 달라고 했것다. | |
무능한 자기 남편에게 짜증을 낸다고 해 봐야 무슨 소용이리! 일찌감치 체념한 마누라는 남편이 잠시 고 | |
개를 끄덕하는 것을 보고 나갔것다. | |
아뿔사! 한참 들일을 하고 있노라니 느닷없이 장대같은 소나기가 억수로 퍼붓는 게 아닌가! 놀란 아내는 | |
아기를 등에 업은 채 허둥지둥 집으로 달려와 보니 보리 말리던 멍석은 이미 물에 흘러 떠내려 가 버린 | |
지 오래였고 망할 놈의 서방인지 남방인지는 흥얼거리며 책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아낙네는 그대로 자 | |
리에 퍼질고 앉아 한바탕 목 놓아 울었던 것이다. | |
이 이야기는 널리 알려진 "漂麥[표맥 : 떠내려간 보리멍석]"이라는 이야기이다. | |
이 "표맥"을 제목으로 榜(방)이 나붙자, 어떤 글 좀 한다는 사람이 붓을 들어 이렇게 써 갈겼다. | |
偶 人 立 壟 毆 鳥 隊 / 논두렁의 허수아비도 새를 쫓는데 | |
猶 勝 書 生 坐 無 聊 / 글만 아는 서방님은 그만도 못해 | |
이 구절이 글이 안 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감어린 雅趣(아취)도 없고 詩(시)로 생각을 대신하는 | |
"以詩代意(이시대의)"의 기풍이 없다는 것이다. 또 아무리 무능하고 못난 남편이라도 제 서방을 허수아 | |
비에 비겨서야 어디 될 말인가! | |
菽 麥 不 辨 郞 人 事 / 콩보리도 못 가리는 이 서방님아 | |
專 信 看 家 妾 自 責 / 그 양반 믿고 집 보라 한 내 잘못이지 | |
어떤가? 생각으로 속을 거슬리는 "以意逆之(이의역지)"의 헤아림이 글 밖에 은은하지 않은가! | |
모든 것을 아내가 뒤집어쓰는 너그러움과 자신을 오히려 탓함으로써 남을 깨우치는 성실함, 빈곤한 살 | |
림을 혼자 도맡아 버티어 내는 갸륵함마저 표출해 낸 이 솜씨가! | |
詩(시)라는 것은 잔재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品格(품격)이 앞서야 되는 것을……! | |
梅月堂(매월당)은 이렇게 규정했다. | |
客 言 詩 可 學 詩 法 似 寒 泉 / 詩(시)란 무엇일까요 詩(시)는 샘물이랍니다 | |
觸 石 多 鳴 咽 盈 潭 靜 不 喧 / 돌에 부딪치면 흐느끼고 연못에 고이게 되면 거울이 되지요 | |
剿 斷 尋 常 格 玄 關 未 易 言 / 그저 보기에는 그렇고 그런 거라지만 그 묘한 맛은 말씀 못 드립니다 | |
[ 芝 山 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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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漢詩에 관한 식견이 없는 사람들은 흔히 방랑객인 김병연[김삿갓]의 글을 들기도하는데, 천만의 말 씀, 만만의 콩떡이다. 단순 글자놀이에 불과한 "말 놀음"을 두고 무슨 시문학의 극치인 것처럼 숭앙하 는데, 웃기는 노릇이다. 솔직히 그 사람의 詩[?]라는 유치한 말 놀음은 詩는커녕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다. 단지 개그맨 들이 지껄여 대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간혹 다부져 보이는 "풍자"가 엿보이는 게 더러 있기는 해도 그 사람의 말 장난은 詩文學(시문학)이 아님을 이 자리에서 芝山房은 엄격하고도 정중하게 밝혀 둔다.
◎ 由陸入杜(유육입두) : 陸游(육유)를 거쳐 杜甫(두보)로 들어가든[正祖大王], 릇이다. 이 芝山房은 [元輕白俗(원경백속 : 元稹(원진)은 그 무게가 덜 하고 白居易(백거이)는 통속적이다]으 로 규정한다. 易의 사회성과 통속성, 풍유성은 이 芝山房으로 하여금 홀딱 반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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