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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筆♡揮之

歸去來辭

by 권석낙 2019. 9. 21.

   

도연명(365~427): 자는 연명, 또는 원량(元亮). 이름은 잠(潛).

집 앞에 버드나무 다섯 그루 심어두고 스스로 오류 선생(五柳先生)이라 칭하다.

강서성(江西省) 구강현(九江縣) 시상(柴桑) 출생.

그의 증조부가 서진(西晉)의 명장 도간(陶侃)이며, 외조부가 당시 동진(東晋)의 명사 맹가(孟嘉)였다고 하는데, 그의 부친은 이름 없는 선비에 불과하여 아직까지도 그 이름을 알 길 없을 정도로 그의 어린 시절은 그리 풍족치 못한 한미한 가정에서 자랐다.

29 세 때 처음 관직으로 미관 말직인 주(州)의 좨주(祭酒)가 되었지만 곧 사임하고 그 후 군벌 항쟁의 세파에 시달리며 한직에 머물다 41세시 누이의 죽음을 빌미로 팽택현(彭澤縣) 현령을 끝으로 평소에 늘 그리던 전원 생활로 돌아갔다.

바로 팽택현 현령 사임사(辭任辭)가 바로 그 유명한 귀거래사(歸去來辭)이다.

그 후 향리에서 전원 생활로 일생을 스스로 괭이 들고 농사 지으며 가난과 병으로 괴로운 나날 중에도 시작(詩作)을 게을리 하지 않고 생활 속에서 우러나는 진솔한 시로 역대 중국을 대표하는 자연주의 전원시의 일대가로 자리매김하면서 그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였다.

405년(진나라 의회1) 송(宋)의 도연명(陶淵明)이 41세 때, 최후의 관직인 팽택현()의 지사(

) 자리를 버리고 고향인 시골로 돌아오는 심경을 읊은 시로서, 세속과의 결별을 진술한 선언문이

기도 하다.

이 작품은 4장으로 되어 있고 각 장마다 다른 각운()을 밟고 있다.

제1장은 관리 생활을 그만두고 전원으로 돌아가는 심경을 정신 해방으로 보아 읊었고,

제2장은 그리운 고향 집에 도착하여 자녀들의 영접을 받는 기쁨을 그렸으며,

제3장은 세속과의 절연 선언()을 포함, 전원 생활의 즐거움을 담았으며,

제4장은 전원 속에서 자연의 섭리에 따라 목숨이 다할 때까지 살아가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작자는 이 작품을 쓰는 동기를 그 서문에서 밝혔는데, 거기에는 누이동생의 죽음을 슬퍼하여 관직

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했으나, 양()의 소명 태자() 소통()의 "도연명전(

)"에는, 감독관의 순시를 의관 속대()하고 영접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을 알고 오두

미(: 5 말의 쌀, 즉 적은 봉급)를 위해 향리의 소인따위에게 허리를 굽힐 수 없다고 하며, 그 날로 사직하였다고 전한다.

이 작품은 도연명의 기개를 나타내는 이와 같은 일화와 함께 은둔을 선언한 일생의 한 절정을 장식

한 작품이다.

 

歸去來兮(귀거래혜)                       돌아가자!

田園將蕪胡不歸(전원장무호불귀)    논밭 장차 황폐해지거늘 어찌 아니 돌아가리.

旣自以心爲形役(기자이심위형역)    지금껏 내 마음, 몸의 부림을 받았거니,

奚惆悵而獨悲(해추창이독비)           어찌 홀로 근심에 슬퍼하고 있는가?

悟已往之不諫(오이왕지불간)           이미 지난 일은 돌이킬 수 없음을 알았으니,

知來者之可追(지래자지가추)           이에 앞으로의 일은 올바로 할 수 있음을 알았도다.

實迷途其未遠(실미도기미원)           실로 길 어긋났으나, 멀어진 건 아니니,

覺今是而昨非(각금시이작비)           지난 것 잘못 되었음에 이제부터라도 바르게 하리라.

舟遙遙以輕颺(주요요이경양)           배는 흔들흔들 가볍게 흔들리고,

風飄飄而吹衣(풍표표이취의)           바람은 살랑살랑 불어 옷자락을 나부낀다.

問征夫以前路(문정부이전로)           길 지나는 나그네에게 갈 길 물어야 하니,

恨晨光之熹微(한신광지희미)           희미한 새벽 빛에 한숨이 절로 난다.

 

乃瞻衡宇(내첨형우)                        저만치 집이 바라다 보이니,

載欣載奔(재흔재분)                        기쁜 마음에 뛰듯이 집으로 간다.

僮僕歡迎(동복환영)                        어린 하인들 모두 나와 반가이 맞이하고,

稚子候門(치자후문)                        자식들은 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三徑就荒(삼경취황)                        세 갈래 오솔길엔 잡초 우거졌어도,

松菊猶存(송국유존)                        소나무와 국화는 예 그대로 남아 있다.

携幼入室(휴유입실)                        어린 아들 손잡고 방으로 들어 서니,

有酒盈樽(유주영준)                        술통엔 술이 가득 나를 반긴다.

引壺觴以自酌(인호상이자작)           병과 술잔 끌어당겨 혼자 마시며,

眄庭柯以怡顔(면정가이이안)           뜰 앞 나뭇가지 바라보며 지그시 미소 짓는다.

倚南窗以寄傲(의남창이기오)           남쪽 창에 기대어 거리낌 없이 앉았노라니,

審容膝之易安(심용슬지이안)           좁은 방이지만 편하기 그지없다.

園日涉以成趣(원일섭이성취)           정원은 매일 거닐어도 풍치가 있고,

門雖設而常關(문수설이상관)           문은 있으되 늘 닫아 두고 있다.

策扶老以流憩(책부노이류게)           지팡이 짚고 다니다가 앉아 쉬기도 하고,

時矯首而遐觀(시교수이하관)           때로는 고개 들어 먼 곳을 바라본다.

雲無心以出岫(운무심이출수)           무심한 구름은 산골짝을 돌아 나오고

鳥倦飛而知還(조권비이지환)           날다 지친 저 새는 제 둥지로 돌아오는구나.

景翳翳以將入(경예예이장입)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려 하는데

撫孤松而盤桓(무고송이반환)           외로운 소나무를 쓰다듬으며 홀로 서성거린다.

 

歸去來兮(귀거래혜)                         돌아가자꾸나!

請息交以絶遊(청식교이절유)            사귐도 어울림도 이젠 모두 끊으리라!

世與我而相違(세여아이상위)            세상과 나는 서로 어긋나기만 하니,

復駕言兮焉求(부가언혜언구)            다시 수레를 몰고 나간들 무엇을 얻겠는가?

悅親戚之情話(열친척지정화)            친척 이웃들과 기쁘게 이야기 나누고,

樂琴書以消憂(낙금서이소우)            거문고와 글 즐기니 근심은 사라진다.

農人告余以春及(농인고여이춘급)      농부들 나에게 봄 왔음을 알려 주니,

將有事於西疇(장유사어서주)            서쪽 밭에 나가서 할 일이 생겼다.

或命巾車(혹명건거)                         때로는 천막 친 수레를 몰고,

或棹孤舟(혹도고주)                         때로는 외로운 조각배 노를 젓는다.

旣窈窕以尋壑(기요조이심학)            깊고 굽이져 있는 골짝도 찾아가고,

亦崎嶇而經丘(역기구이경구)            험한 산길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기도 한다.

木欣欣以向榮(목흔흔이향영)            물 오른 나무들 싱싱하게 자라나고,

泉涓涓而始流(천연연이시류)            샘물은 퐁퐁 솟아 졸졸 흘러내린다.

善萬物之得時(선만물지득시)            만물은 제 철을 만나 신명이 났건마는,

感吾生之行休(감오생지행휴)            이제 나의 삶은 휴식년을 절감한다.

 

已矣乎(이의호)                                   끝났구나 !

寓形宇內復幾時(우형우내부기시)         세상에 이 내 몸 얼마나 머물 수 있으리오!

曷不委心任去留(갈불위심임거류)         가고 머묾은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니,

胡爲乎遑遑欲何之(호위호황황욕하지)  무엇 위해 어디로 그리 서둘러 가려는가?

富貴非吾願(부귀비오원)                      부귀 영화는 내 바라던 바 아니었고,

帝鄕不可期(제향불가기)                      좋은 시절 바라며 홀로 나서서,

或植杖而耘耔(혹식장이운자)                지팡이 세워 두고 김 매고 북돋운다. 

登東皐以舒嘯(등동고이서소)                동쪽 언덕에 올라 길게 휘파람 불어 보고,

臨淸流而賦詩(임청류이부시)                맑은 시냇가에 앉아 시도 지어 본다.

聊乘化以歸盡(요승화이귀진)                이렇게 자연을 따르다 끝내 돌아갈 것인데,

樂夫天命復奚疑(낙부천명부해의)          천명을 즐겼거늘 다시 무엇을 의심하리.

 

1) 추창 : 슬퍼하다. 실심하다.

2) 형우 : 형문 옥우(衡門屋宇). 초라하고 볼품 없는 집.

3) 삼경 : 고사에 장후(蔣詡)라는 사람이 집 주위에 대나무를 심고 대밭 사이로 세 가닥 오솔길을 내고는 구중(求仲).양중(羊仲)이라는 두 사람과만 사귀면서 숨어 살았다 전해진다.

이런 고사 이후 후세사람들은 은사(隱士)가 사는 곳을 일러 삼경(三徑)이라 부르게 되였다고 전해진다.

4) 기오 : 오만한 마음을 기탁하다. 거리낌 없이 마음을 기탁하다.

5) 용슬 : 무릎을 용납하다. 살고 있는 방이 매우 좁음을 나타낸 말이다.

6) 부로 : 지팡이의 별명. 지팡이에 의지함.

7) 예예 : 점점 어둑어둑해지는 모양.

8) 반환 : 이리저리 거니는 모양.

9) 가언 : 수레 타고 세상에 나가 활약하는 것. 언(言)은 어조사.

10) 행휴 : 휴식을 하다. 일종의 휴식 년이나 사가독서를 말한다.

11) 우형 : 육체를 기탁하다.

12) 우내 : 천지간. 이 세상.

13) 거류 : 떠나감과 머뭄. 삶과 죽음.

14) 제향 : 천국(天國). 도가(道家)에서 말하는 선향(仙鄕).

15) 운자 : 김 매고 북돋는 것.

16) 서소 : 휘파람을 길게 내부는 것.

 

도연명은 진(晋)나라 사람으로 심양이 고향이다. 그가 태어난 시기는 한 마디로 예술 지상주의(藝術至上主義)의 문학 시기로서 커다란 두 가지 흐름을 찾아볼 수 있다.  

  그 하나는 현실 사회와 관련되지 않고 자연에 접근하였으며, 염세적인 사상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고, 또 하나는 형식적이며 유미주의적 경향이라 하겠다. 이 당시는 한말(漢末)로부터 계속 이어 온 분란의 시기였으며, 중국 천하는 남북으로 나뉘어져 매우 무질서한 상태로, 문학도 위(魏), 진(晋), 남북조(南北朝)로 나뉘게 된다. 

  동진(東晋)에서 송말(宋末)까지 오랜 기간 평가할 만한 시가의 업적이 없다가  곽박이 등장했으며, 이후로 근 백년의 공백을 두다가 비로소 위대한 한 사람의 시인인 도연명이 탄생하게 되었다. 그의 평생은 시에서도 나타나듯이 세상 명리(名利)를 탐하지 않고 오직 독서와 술을 즐겼으며, 국화를 심어 두고 감상하기를 좋아했다. 그의 '귀거래사(歸去來辭)', '오류선생전(五柳先生傳)' 등은 지금까지도 유명하지만, 앞으로도 길이 남을 걸작이다.

  그의 시는 진(晋)나라 당시의 흐름이던 화려한 맛을 벗어 던지고 쉽고 소박한 시어(詩語)를 구사하였으며, 자신의 전원 생활을 주로 읊었기 때문에 계속 이어져 온 귀족 문학과 평민 문학의 범주를 벗어난 또 하나의 문학적인 종파(宗派)를 이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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