梨花雨(이화우)는 훨훨 날아 淸虛院(청허원)으로 드는구나 牧童(목동)의 피리 소리는 저 앞산 아래를 지나가는데
어허라! 목동도 타고 가는 황소도 볼 수가 없구나
[芝 山 房 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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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芝山房의 修學(수학) 시절 이야기 한 토막]
이 詩(시)는 임진왜란 때의 유명한 僧軍將(승군장)이었던 西山(서 산) 休靜(휴정 : 1520 ~ 1604) 대사의 것이다.
내 나이 겨우 여덟 살 무렵, 향교 明倫堂(명륜당)에서 한문 공부를 할 때이다. 당시 배우던 同窓(동창) 중에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늙은 (?) 學童(학동)과 나이 서른 넘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으니, 귀여움 은 내가 독차지하였다. 그 때도 명륜당 너른 마당에 꽃비가 내리던 계절이라 강당에 모여 앉 아 선생님의 講(강)을 듣노라면 조는 학동들이 많았다. 선생님은 몇 번 잔기침을 하셨지만 전혀 효력이 없자, 딱딱한 經典 (경전)은 잠시 덮고 詩(시)를 한 편 소개해 주셨는데, 그 시가 바로 休靜(휴정)의 시였다. "자, 너그들 바라 바라! 마캉(전부) 일나그라. 안 일나나? 으잉?" 하시며 책상을 손바닥으로 탕탕 치셨다. 졸던 학동들이 모두 깨어나자, "이 시는 웡캉(워낙) 유명하신 휴정 대사가 지으신 긴데 너그들 함 들어바라!" 하시고는 눈을 지그시 감으시고, "배꽃 천만 쪼가리~ 날아든다 淸虛院(청허원)으로오~ 목동이 불어대는 피리 소리는 분맹히(분명히) 조 앞산 밑을 지나가는데 사람하고 소는 안 보이능기라아~!" 하고 읊으셨다. 그러자 한 늙은 학동이 손을 들고, "선샘예, 배꽃 천만 쪼가리가 뭡니꺼? 세 봤십니꺼?" 하자, 선생님은 얼굴이 불콰해지셔서는, "조 베라묵을 주딩이 봤나! 야 임마, 그거를 씨(세어) 바야 아능겄 가? 조런 머리로 무신 詩(시) 공부를 한다카노. 임마, 배꽃이 말이라 억수로 떨어지는 거를 그렇게 표현한 기라!" 하고 버럭 고함을 지르셨다. 그랬더니 그 늙은 학동은 실실 웃으며, "그라이까네 [버럭 샘]한테 배우능 거 아입니꺼! 허허허" 하고 말하여 좌중은 한바탕 웃음의 도가니 속에 잠겼었다.
바야흐로 花雨[꽃비] 내릴 즈음이다. 또 오늘이 스승의 날이라 한다. 그래선지는 몰라도 이맘때 쯤이면 화 잘 내시던 "버럭" 李○○ 선생 님과 그 때 同窓(동창)이던 늙은 학동들이 몹시도 그립다.
[芝 山 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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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筆♡揮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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