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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筆♡揮之

看脚下

by 권석낙 2019. 10. 25.



 

看  脚  下

다리 아래를 보라

 

五祖(오조) 法演(법연) 선사가 세 명의 제자와 함께 돌아오는 도중에 바람이 갑자기 훅 불어 손에 든 등불이 그만 꺼져 버렸다.

이 때를 당한 법연 선사가 세 명의 제자들에게 각자 한 마디[一轉語]를 하라 일렀다. "轉語(전어)"란 바로 "깨달음의 심경"을 뜻하는 말이다.

"자, 이제 어두운 밤길에 믿었던 등불이 그만 꺼져 버렸구나. 이 때 너희들은 어떻게 할 것인지 급히 일러라."

"어두운 밤길[暗夜(암야)]"은 바로 우리들의 "人生行路(인생 행로)" 아닌가!

캄캄한 밤길에 그 무엇보다 믿고 의지했던 등불이 갑자기 꺼지고 말아 앞을 도무지 짐작조차 하지 못할 상황이다.

법연 선사는 이 때를 놓치지 않고 제자들에게 어찌 할 것이냐 하고 급히 다그친 것이다. 세 명의 제자는 각자 역량대로 한 마디씩 지껄였다.

세 명의 제자 가운데 "佛果圓悟[불과원오 :『碧巖錄』완성자]"가 불쑥 나서며 한 마디 읊었다.

"발 밑을 봐야지요[看脚下]."
등불이 꺼졌는데 우왕좌왕하다가는 오히려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지기 쉽다. 그러니 한 걸음 내딛기도 매우 조심스러운 지경 아닌가! 우선적으로 제 발밑을 살피는 게 제일 중요한 행동인 것이다.

이와 같은 뜻의 말로 "照顧脚下(조고각하)"도 있다.

이 구절은 禪寺(선사) 현관이나 禪房(선방)에 揭示(게시)된 것을 볼 수 있다.

신발을 가지런히 하라는 뜻으로 내붙인 것도 있지만, 더 깊은 뜻은 "佛道(불도)란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네 인생에서 가당치도 않은 遠大(원대)한 꿈을 꾸고 있는 어리석은 자들이 많은데, 제 발 밑도 살펴보지 못하면서 무슨 꿈을 그리도 오지게 멀리 꾸는가?

 

"禪(선)"이란 깊은 산 속 조용한 절간에 있는가?

아니면 알려진 늙은 스님들의 말 한 마디에 있는가?

그것도 아니면 음식 잘 만드는 비구니들이 俗世(속세)로 내려와 절간 음식을 만들어 돈 받고 파는 식당에 있는가?

바로 "내 마음 속에 등불 하나 가지라"는 것이다.

곧 "마음의 깨우침"을 호소하는 것이다.

 

이 곳을 들러 주시는 이웃님들께서는 오늘 캄캄한 대낮에 자신의 발 밑을 살펴보셨는지 궁금하다.

이 芝山房은 아예 살펴보지도 않지만! ㅎㅎ

 

덧없는 人生(인생), 티끌같은 목숨 가운데에서 영원한 생명을 발견하라고 부처님은 2.600년을 두고 우리네 중생들을 가르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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