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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筆♡揮之

가을에[王維詩]

by 권석낙 2019. 9. 21.

 

가 을 에

[山 居 秋 暝]

 

 



 

 [가을에]

 

             비 개인 山中(산중)

             짙어만 가는 가을 빛

             달빛 어리비치는

             소나무와 소나무 사이

             돌돌돌

             흘러내리는

             서늘한 샘물

 

             대숲 버석이는 소리에

             빨래 마친 아낙네는 돌아들 오고

             연잎[蓮] 일렁임에

             고깃배는 지나간다

             꽃아!

             질테면 지려므나

             님은

             나와 함께 하시리니……!

 

< 芝山房譯 >

 



 


[唐詩全書(당

시전서)]

金 澤 (譯)

金 達 鎭 (譯)

 

 비 개인 뒤의 산곡 더 없이 아늑한데 

 가을철 날씨 너무나 쾌청하네

 밝은 달빛, 송림 새로 비껴들고

 맑은 샘물, 돌 위로 흘러가네

 

 대숲 속에 떠들썩한 浣衣女(완의녀) 돌아오

 고

 흔들리는 연꽃 아래 고깃배 스쳐 가네

 봄날의 꽃 향기 없은들 어떠하니

 王孫(왕손)도 스스로 여기에 머무리라

 

 쓸쓸한 山(산) 비가 막 갠 뒤에

 해질 녘 날씨는 가을이 깊다

 밝은 달빛은 숲 사이를 비추고

 맑은 샘물은 돌 위에 흐른다

 

 대숲이 시끄러운가, 빨래꾼 돌아오고

 연꽃이 움직이는가, 고깃배 나려간다

 봄의 꽃다운 풀 없어진들 어떠리

 王孫(왕손)이 제 스스로 여기에 머무리니

 

《註 釋]》

 山居秋暝(산거추명) : 金澤(김택) 씨는 "산중 처소의 가을 저녁"으로 풀이하였

    고, 金達鎭(김달진) 씨는 "산의 가을 저녁"이라 하였다.

秋暝(추명) : 가을 저녁.

    金達鎭(김달진) 씨는 자기 책에 "어두울 명(暝)"자를 "눈 감을 명(瞑)"으로 소개

    해 놓았다. 편집자의 실수인지, 본인의 실수인지는 모르나, 어쨌든 충분한 교열

    과정을 거치지 않은 본인 잘못이다.

隨意(수의) : 金澤(김택) 씨는 이 어휘를 "그럴지언정", "그런들 어떠하랴"로 풀

    이하였고, 金達鎭(김달진) 씨는 "마음대로"로 풀이하였다. 물론 이러한 뜻이 전

    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어떤 풀이가 이 詩(시)에 더 걸맞는가 하는 것이다.

    나, 芝山房은 "뜻대로 하다"로 보았으나, 풀이에 굳이 반영하지는 않았다.

春芳(춘방) : 金達鎭(김달진) 씨는 이것을 "봄의 향기로운 풀"이라 하였는데, 도

    대체 "향기로운 풀"은 어떤 것인가?

    물론 봄풀은 향긋하긴 하다. 그냥 "봄꽃"으로 새기면 된다.

    바로 뒤에 "歇(헐)"자가 놓이지 않았는가! 이 글자는 "쉬다"의 뜻도 있지만, "떨

    어져 없어지다"의 의미로 새겨야 한다. 풀이란 늦은 가을까지도 싱싱하지만, 꽃

    은 다르다. 가을이 되면 대부분 시들어 떨어져 버리게 된다.

※ 王孫(왕손) : 제왕의 자식 또는 귀족의 자제를 뜻한다.

    金澤(김택) 씨는 위 뜻 외에 "詩人[王維]"를 의미한다고 주장하였고, 金達鎭(김달

    진) 씨는 "숨어 사는 이[隱者]"라 주장하였다.

    나, 芝山房은 "상대방을 존중하여 일컫는 말"임을 내세워 "님"으로 새긴다.

 

 

 

[芝房 ]

 

  이 詩는 唐(당)의 王維(왕유) 솜씨이다.

  뜻이 좋아 書藝(서예) 공모전에 너나 없이 작품으로 만들어 출품하는 것이기도 하

  다. 그런데 이 詩를 풀이한 사람에 따라 그 맛도 취향도 모두 달라  뒷맛이 개운치

  않다.

  부족하나마 芝山房이 풀이한 것과 나머지 두 분의 漢文(한문) 大家(대가)가 풀이

  한 글을 함께 올려 보았다.

 

  어떤 이들은 이 [山居秋暝(산거추명)]을 李白(이백)의 情熱(정열)이나 杜甫(두보)

  의 雄渾(웅혼)한 힘이 없다고 낮게 평가한다.

  천만의 말씀이요, 무식한 말씀이다.

  쓸쓸한 가을 저녁 풍경을 읊는데 무슨 놈의 奔放(분방)한 情熱(정열)이 필요하며,

  雄渾(웅혼)한 氣力(기력)이 가당키나 한 것인가?

  이 芝山房이 특히 좋아하는 [竹喧歸浣女, 蓮動下漁舟]라는 구절에서 "가을"의 느

  낌이 피부에 절절히 와 닿는다.

  이런 정도의 경지는 禪味(선미)를 모르고서는 도저히 도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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