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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筆♡揮之

병 문안 오신 내님

by 권석낙 2019. 9. 21.

 

 

 

 

 

 

 

 

題 湖 上 臥 病 喜 陸 鴻 漸 至

[병 문안 오신 내님]

 

                                오래 전

                                서리 가득한 달밤에

                                떠나가시더니

                                이제사 자욱한 안개 내릴 때에

                                돌아오셨나요

 

                                우리 서로 만나기는 하였으나

                                이렇게 병이 들어 누워 있으니

                                무슨 말 하고 싶지만

                                눈물부터 흘러내립니다

 

                                굳이 권하시는 님의 술 한잔에

                                謝客[사객 : 謝靈運(사령운)]의 詩(시)로

                                대신합니다

 

                                뜻 아니하게 한번 醉(취)할 뿐

                                이것 외에 더 무엇이 필요할까요

 

[芝 山 房 譯]

 

 

 

  李冶[이야 : ? ~ 784(?)]는 唐(당)나라 때의 시인으로 용모가 무척 아름다웠다.

  매우 어렸을 적부터 거문고를 탈 정도로 재능이 뛰어났으며, 詩(시)적 재능도 타고 

  났다. 본시 재능이 뛰어나면 박복하다 했던가?

  그의 이름은 궁궐에까지 널리 알려져 후한 대접을 받았으나, 그 후 반란군 장수에게

  시 한 편 지어 준 것이 알려져서 결국 처형되고 말았다.

  그것도 두들겨 맞아서……!

  어떤 사연인지는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이 시는 자신이 병이 들어 앓고 있을 때 당시의 유명한 시인인 "陸羽(육우)"가 문병

  온 것에 대한 고마움을 나타낸 표현이다.

  객지에서 병이 들어 홀로 드러누웠을 때의 외로움은 형언할 수 없다.

  따라서 자신의 절절한 외로움도 구절마다 숨어 있다.

  이럴 때 詩友(시우)였던 벗이 찾아온 것이다.

  얼마나 고맙고 반가우며 위로가 되었으랴!

   

  이 시에서 "苦霧(고무)"를 "괴로운 안개"로 [박사]라는 어떤 이가 풀이하였던데, "괴

  로운 안개"가 어떤 안개인지 이 芝山房은 [박사]가 아니라서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물론 "호흡기 질환자"에게는 괴로운 것일 수 있겠다.

  그렇지만 시적 표현으로는 한참 부족하지 않은가!

  "苦"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물론 대표되는 의미는 "괴롭다"이다. 이 시에

  서는 "많다" 또는 "여러 번"의 의미로 새겨 [자욱한 안개], [빈번하게 끼는 안개]로

  풀이하는 게 타당할 것이다.

 

 

湖上臥病喜陸鴻漸至(호상와병홍점지) - 李冶(이야)

호상에 별들어 누웠는데 기쁘게도 물의 기러기가 점점 다가오더라

 

昔去繁霜月 (석거번상월)

지난날 서리 내린 달밤에 급히 가더니

今來苦霧時(금래고무시)

오늘 짙은 안개 내릴 때 돌아왔군요

相逢仍臥病 (상봉잉와병)

우리 만났으나 이 몸은 병이 들고

欲話淚先垂 (욕화루선수)

반가운 말을 하려니 눈물이 먼저 흐릅니다

强勸陶家酒 (강권도가주)

그대가 가지고 온 술을 억지로 마시고

還吟謝客詩 (환음사객시)

사령운의 시를 읊어 답하렵니다

偶然成一醉 (우연성일취)

생각치도 않던 술을 취하고 보니

此外更何之 (차외갱하지)

이곳을 나서면 다시 어디로 가려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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