題 湖 上 臥 病 喜 陸 鴻 漸 至 [병 문안 오신 내님]
오래 전 서리 가득한 달밤에 떠나가시더니 이제사 자욱한 안개 내릴 때에 돌아오셨나요
우리 서로 만나기는 하였으나 이렇게 병이 들어 누워 있으니 무슨 말 하고 싶지만 눈물부터 흘러내립니다
굳이 권하시는 님의 술 한잔에 謝客[사객 : 謝靈運(사령운)]의 詩(시)로 대신합니다
뜻 아니하게 한번 醉(취)할 뿐 이것 외에 더 무엇이 필요할까요
[芝 山 房 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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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冶[이야 : ? ~ 784(?)]는 唐(당)나라 때의 시인으로 용모가 무척 아름다웠다. 매우 어렸을 적부터 거문고를 탈 정도로 재능이 뛰어났으며, 詩(시)적 재능도 타고 났다. 본시 재능이 뛰어나면 박복하다 했던가? 그의 이름은 궁궐에까지 널리 알려져 후한 대접을 받았으나, 그 후 반란군 장수에게 시 한 편 지어 준 것이 알려져서 결국 처형되고 말았다. 그것도 두들겨 맞아서……! 어떤 사연인지는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이 시는 자신이 병이 들어 앓고 있을 때 당시의 유명한 시인인 "陸羽(육우)"가 문병 온 것에 대한 고마움을 나타낸 표현이다. 객지에서 병이 들어 홀로 드러누웠을 때의 외로움은 형언할 수 없다. 따라서 자신의 절절한 외로움도 구절마다 숨어 있다. 이럴 때 詩友(시우)였던 벗이 찾아온 것이다. 얼마나 고맙고 반가우며 위로가 되었으랴!
이 시에서 "苦霧(고무)"를 "괴로운 안개"로 [박사]라는 어떤 이가 풀이하였던데, "괴 로운 안개"가 어떤 안개인지 이 芝山房은 [박사]가 아니라서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물론 "호흡기 질환자"에게는 괴로운 것일 수 있겠다. 그렇지만 시적 표현으로는 한참 부족하지 않은가! "苦"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물론 대표되는 의미는 "괴롭다"이다. 이 시에 서는 "많다" 또는 "여러 번"의 의미로 새겨 [자욱한 안개], [빈번하게 끼는 안개]로 풀이하는 게 타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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湖上臥病喜陸鴻漸至(호상와병홍점지) - 李冶(이야)
호상에 별들어 누웠는데 기쁘게도 물의 기러기가 점점 다가오더라
昔去繁霜月 (석거번상월)
지난날 서리 내린 달밤에 급히 가더니
今來苦霧時(금래고무시)
오늘 짙은 안개 내릴 때 돌아왔군요
相逢仍臥病 (상봉잉와병)
우리 만났으나 이 몸은 병이 들고
欲話淚先垂 (욕화루선수)
반가운 말을 하려니 눈물이 먼저 흐릅니다
强勸陶家酒 (강권도가주)
그대가 가지고 온 술을 억지로 마시고
還吟謝客詩 (환음사객시)
사령운의 시를 읊어 답하렵니다
偶然成一醉 (우연성일취)
생각치도 않던 술을 취하고 보니
此外更何之 (차외갱하지)
이곳을 나서면 다시 어디로 가려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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