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史(추사)가 "題石坡蘭卷(제석파난권)"에 이렇게 말했다. "蘭(난) 치는 게 가장 어렵노라[寫蘭最難]!" 고……! 사실 이 말이 맞는 말이다. 이 芝山房이 어렸을 때만 해도 스승께서 반드시 글씨부터 가르치셨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10년 이상은 줄곧 글씨만 익히게 하셨던 것이다. 섣불리 누가 사군자 흉내라도 낼라치면 불호령이 떨어졌다. 요즘은 글씨도 채 익히기 전에 대를 치고 국화를 그려 대며 매화 꽃송이를 주저리주저리 달고는 한다. 안 될 말이다. 예전에는 천신만고 끝에 난을 배우게 되면 左右(좌우) 난잎 한 줄기를 가지고 무려 3년 이상을 씨름해야만 했다. 요즘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들으면 실로 황당무계하다 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배워야만 제대로 배우는 것이다. 요즘이야 이렇게 가르치려 드는 스승도 없을 테고 이렇게 힘들게 배우려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전시장에 가 보면 난이라고 쳐 걸어 놓은 것들이 하나같이 제멋대로인 것을 보면 시절을 탓할 수밖에 없다. 제비는 쌍쌍이 날아 풀을 스쳐 지나가면 들판의 난초는 山河(산하)에 흐드러지게 피었구나 芝山(지산)의 墨客(묵객)이 버들 섬[柳洲]으로 가는데 薰風(훈풍)이야 내 얼굴에 불어 대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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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艸書(초서)와 隸書(예서)의 寄異(기이)한 文字(문자) 쓰는 法(법)으로 그렸으 니, 세상 사람들이 어찌 알며 어찌 이를 좋아하겠는가!
芝山(지산)이 題(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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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芝蘭(지란)을 심어도 무성하지 않고 가시덤불 잘라 내어 제거할 수도 없구나 이 둘을 어쩔 도리 없어서 서성이다가 해 다 저물어 가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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