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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學♡書堂

栗谷 李珥-自警文

by 권석낙 2021. 1. 19.

율곡(栗谷) 이이(李珥) 자경문(自警文)

 

1. 先須大其志 以聖人爲準則 一毫不及聖人 則吾事未了

먼저 그 뜻을 크게 가져야 한다. 성인을 본보기로 삼아서, 조금이라도 성인에 미치지 못하면 나의 일이 끝나지 않은 것이다.

 

2. 心定者言寡 定心自寡言始

마음이 안정된 자는 말이 적다. 마음을 안정시키는 일은 말을 줄이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3. 時然後言 則言不得不簡

제 때가 된 뒤에 말을 한다면 말이 간략하지 않을 수 없다.

 

4. 久放之心 一朝收之 得力豈可容易 心是活物 定力未成 則搖動難安 若思慮紛擾時 作意厭惡 欲絶之 則愈覺紛擾 起忽滅 似不由我 假使斷絶 只此斷絶之念 橫在胸中 此亦妄念也 當於紛擾時 收斂精神 輕輕照管 勿與之俱往 用功之久 必有凝定之時 執事專一 此亦定心功夫

오래도록 멋대로 하도록 내버려두었던 마음을 하루아침에 거두어들이는 일은, 그런 힘을 얻기가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마음이란 살아있는 물건이다. 정력(번뇌 망상을 제거하는 힘)이 완성되기 전에는 (마음의) 요동을 안정시키기 어렵다. 마치 잡념이 분잡하게 일어날 때에 의식적으로 그것을 싫어해서 끊어버리려고 하면 더욱 분잡해지는 것과 같다. 금방 일어났다가 금방 없어졌다가 하여 나로 말미암지 않는 것같은 것이 마음이다. 가령 잡념을 끊으려 할 때에 이 '끊어야겠다는 마음'이 가슴에 가로걸려 있기만 해도 이것 또한 망녕된 잡념이다. 마음이 분잡할 때에는 정신을 수렴하여 담담하게 관조하고, 그 분잡함에 끌려가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오래도록 공부해나가면 마음이 반드시 고요하게 안정되는 때가 있게 될 것이다. 일을 할 때에 전일한 마음으로 하는 것도 또한 마음을 안정시키는 공부이다.

 

5. 常以戒懼謹獨意思 存諸胸中 念念不怠 則一切邪念 自然不起

늘 경계하고 두려워하며 홀로 있을 때를 삼가는 생각을 가슴속에 담고서 유념하여 게을리함이 없다면, 일체의 나쁜 생각들이 자연히 일어나지 않게 될 것이다.

 

6. 萬惡 皆從不謹獨生

모든 악은 모두 '홀로 있을 때를 삼가지 않음'에서 생겨난다.

 

7. 謹獨然後 可知浴沂詠歸之意味

홀로 있을 때를 삼간 뒤라야 '기수에서 목욕하고 시를 읊으며 돌아온다.'는 의미를 알 수 있다.

 

8. 曉起 思朝之所爲之事 食後 思晝之所爲之事 就寢時 思明日所爲之事 無事則放下 有事則必思 得處置合宜之道 然後讀書 讀書者 求辨是非 施之行事也 若不省事 兀然讀書 則爲無用之學

새벽에 일어나서는 아침나절에 해야할 일을 생각하고, 밥을 먹은 뒤에는 낮에 해야할 일을 생각하고, 잠자리에 들었을 때에는 내일 해야할 일을 생각해야 한다. 일이 없으면 그냥 가지만, 일이 있으면 반드시 생각을 하여, 합당하게 처리할 방도를 찾아야 하고, 그런 뒤에 글을 읽는다. 글을 읽는 까닭은 옳고 그름을 분변하여 일을 할 때에 적용하기 위한 것이다. 만약에 일을 살피지 아니하고, 오똑히 앉아서 글만 읽는다면, 그것은 쓸모없는 학문을 하는 것이 된다.

 

9. 財利榮利 雖得掃除其念 若處事時 有一毫擇便宜之念 則此亦利心也 尤可省察

재물을 이롭게 여기는 마음과 영화로움을 이롭게 여기는 마음은 비록 그에 대한 생각을 쓸어 없앨 수 있더라도, 만약 일을 처리할 때에 조금이라도 편리하게 처리하려는 마음이 있다면 이것도 또한 이로움을 탐하는 마음이다. 더욱 살펴야 할 일이다.

 

10. 凡遇事至 若可爲之事 則盡誠爲之 不可有厭倦之心 不可爲之事 則一切截斷 不可使是非交戰於胸中

무릇 일이 나에게 이르렀을 때에, 만약 해야할 일이라면 정성을 다해서 그 일을 하고 싫어하거나 게으름피울 생각을 해서는 안 되며, 만약 해서는 안 될 일이라면 일체 끊어버려서 내 가슴속에서 옳으니그르니 하는 마음이 서로 다투게 해서는 안 된다.

 

11. 常以行一不義 殺一不辜 得天下不可爲底意思 存諸胸中

항상 '한 가지의 불의를 행하고 한 사람의 무고한 사람을 죽여서 천하를 얻더라도 그런 일은 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슴속에 담고 있어야 한다.

 

12. 橫逆之來 自反而深省 以感化爲期

어떤 사람이 나에게 이치에 맞지 않는 악행을 가해오면, 나는 스스로 돌이켜 자신을 깊이 반성해야 하며 그를 감화시키려고 해야 한다.

 

13. 一家之人不化 只是誠意未盡

한 집안 사람들이 (선행을 하는 쪽으로) 변화하지 아니함은 단지 나의 성의가 미진하기 때문이다.

 

14. 非夜眠及疾病 則不可偃臥 不可跛倚 雖中夜 無睡思 則不臥 但不可拘迫 晝有睡思 當喚醒 此心 十分猛醒 眼皮若重 起而周步 使之惺惺

밤에 잠을 자거나 몸에 질병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눕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며 비스듬히 기대어서도 안 된다. 한밤중이더라도 졸리지 않으면 누워서는 안 된다. 다만 밤에는 억지로 잠을 막으려 해서는 안 된다. 낮에 졸음이 오면 마땅히 이 마음을 불러 깨워 십분 노력하여 깨어 있도록 해야 한다. 눈꺼풀이 무겁게 내리누르거든 일어나 두루 걸어다녀서 마음을 깨어 있게 해야 한다.

 

15. 用功不緩不急 死而後已 若求速其效 則此亦利心 若不如此 戮辱遺體 便非人子

공부를 하는 일은 늦추어서도 안 되고 급하게 해서도 안 된다. 죽은 뒤에야 끝나는 것이다. 만약 그 효과를 빨리 얻고자 한다면 이 또한 이익을 탐하는 마음이다. 만약 이와 같이 하지 않는다면(늦추지도 않고 서둘지도 않으면서 죽을 때까지 해나가지 않는다면, 그렇게 하지 않고 탐욕을 부린다면) 부모께서 물려주신 이 몸을 형벌을 받게 하고 치욕을 당하게 하는 일이니, 사람의 아들이 아니다.

*

독서를 하는데 있어

입으로만 읽고

마음으로 느끼지 아니하며

몸으로 행하지 않으면

그 글은

다만 글자에 지나지 않는다

*

1. 두용직(頭容直)

머리를 곧게 세워라.

지금 우리 주변엔 고개 떨어뜨린 사람이 너무 많다.

하지만 다시 고개들어 하늘을 보라. 아직 끝이 아니다.

끝인듯 보이는 거기가 새 출발점이다.

 

2. 목용단(目容端)

눈은 바르게 가져야 한다.

눈매나 눈빛은 중요한 만큼 눈매는 안정시켜 흘겨 보거나 곁눈질 하지 말며,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어야 한다.

 

3. 기용숙(氣容肅)

기운을 엄숙히 하라.

우리는 예외없이 세상속에서 기 싸움을 하고 있다.

기 싸움은 무조건 기운을 뻗친다고 이기는게 아니다.

 

4. 구용지(口容止)

입을 함부로 놀리지 말라.

물고기가 입을 잘못 놀려 미끼에 걸리듯 사람도 입을 잘못 놀려 화를 자초하는 법.

입구()자가 3개가 모이면 품()자가 된다.

자고로 입을 잘 단속하는 것이 품격의 기본이다.

 

5. 성용정(聲容靜)

소리는 조용하게 가져야 한다.

말할 때는 시끄럽게 해서도 안되며 바른 형상과 기운으로 조용한 말소리를 내도록 해야 한다.

 

6. 색용장(色容莊)

얼굴 빛은 씩씩하게 하라.

사람들의 얼굴빛이 어둡다.

어렵다고 찡그리지 말고 애써 얼굴을 웃어라.

긍정과 낙관이 부정과 비판을 이기게 하라.

 

7. 수용공(手容恭)

손은 공손하게 가져야 한다.

손을 사용할때가 아니면 마땅히 단정히 손을 맞잡고

공수(拱手)해야 한다.

 

8. 족용중(足容重)

발은 무겁게 가져야한다.

, 처신을 가볍게 하지 말라는 말이다.

발을 디뎌야할 곳과 디디지 말아야 할 곳을 구별할 줄 알라는 말이다.

 

9. 입용덕(立容德)

서 있는 모습은 의젓하게 가져야 한다.

중심을 잡고 바른 자세로 서서 덕이 있는 기상을 지녀야 한다.

고로 서있을 자리, 물러설 자리를 아는 것이다.

 

- 율곡 이이의 '격몽요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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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사/이이

다른 침상 다른 이불 덮고 누웠네

 

閉門兮傷仁(폐문혜상인) 문을 닫아 걸면 仁이 아니고

同寢兮害義(동침혜해의) 잠자리를 같이 하면 義가 아니라

撤去兮屛障(철거혜병장) 병풍도 치워놓고 같은 방에서

異牀兮異被(이상혜이피) 다른 침상 다른 이불 덮고 누웠네

 

1583년 9월 28일, 중세지성의 상징적 존재인 율곡 이이(李珥:1536-1584)는 황해도의 어느 강마을에서 혼자 하룻밤을 묵고 있었다. 달도 이미 져서 캄캄한 밤에, 누가 똑똑 노크를 했다. 문을 열었더니, 유지(柳枝)라는 아가씨가 방긋 웃으면서 들어섰다. 봄바람에 이리저리 너울대는 버들가지 같은 청순가련형의 아가씨였다. 텅 빈 숲 속에서 호랑이가 어흥~ 어흥~ 울어대는 밤에 자신을 찾아온 아가씨를 냉정하게 물리칠 수는 없었다. 그것은 율곡이 평생 동안 금과옥조(金科玉條)로 받들어온 인(仁)의 도리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하여 이 아가씨와 잠자리를 같이 하게 되면, 그것은 또 다른 금과옥조인 의(義)의 도리에 어긋날 터였다. 그러므로 율곡은 같은 방 속의 다른 침상에서 다른 이불 덮은 채 하룻밤을 보낸 뒤, 유지를 고이 돌려보냈다. 위에서 인용한 것은 바로 그런 사연을 담은 율곡의 친필 ‘유지사(柳枝詞)’의 일부다. 그런데 유지라는 아가씨는 대체 누굴까?

 

유지는 황해도 황주의 선비집안 출신 기생이었다. 1574년 10월 율곡이 서른아홉 나이에 황해감사로 부임했을 때 시중을 들었는데, 그 때 유지는 열여섯 살 안팎의 어린 소녀였다. 미모가 각별하게 빼어난 데다, 남다른 품격과 유교적 교양까지 갖추고 있었다. 율곡은 그녀를 어여쁘게 여겼고, 유지는 율곡을 몹시도 흠모했다. 1582년 율곡이 나랏일로 관서(關西)지방을 왕래할 때도 유지가 언제나 안방에 있었다. 1583년 가을, 율곡이 황주에 사는 누나에게 문안을 갔을 때도 유지와 만나 여러 날 동안 술을 마셨고, 돌아올 때는 멀리까지 따라와서 전송해주었다. 율곡을 보내고 돌아갔던 유지가 난데없이 다시 유턴을 하여 호랑이가 어흥~ 어흥~ 울어대는 밤에 율곡이 머무는 강마을 숙소로 뛰어들었다. 그날 밤 율곡은 유지에 대한 안타까운 사랑을 놀라울 정도로 진솔하게 담은 ‘유지사’를 써서 유지에게 주었다.

 

장장 10년 동안 참 애틋한 사랑을 나누면서, 유지는 율곡을 절실하게 원했다. 그녀는 율곡이 그 다음 해 세상을 떠난 뒤에도 삼년상을 지냈을 뿐만 아니라, 그 이후로도 ‘율곡의 여자’로 평생을 살았다. 율곡도 유지를 애타도록 사랑했지만, 끝내 그녀와 잠자리를 같이 하지는 않았다. 율곡의 표현대로 그들의 관계는 ‘정(情)에서 시작하여 예의에서 끝난’ 관계였다. 하지만 진정으로 율곡을 원했던 유지에게는 선을 넘지 않는 율곡의 태도가 훨씬 더 야속하고 고통스럽지 않았을까 싶다.

 

“다음 세상 있다는 말 정말이라면/ 신선세계에서 만나 사랑 나누리.” ‘유지사’의 마지막 대목이다. 과연 그들에게 다음 세상이 있었을까? 그들은 다음 세상에서 다시 만났을까? 그래서 이번에는 예의를 넘어서는 제대로 된 사랑을 나누었을까? 이런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참말로 답답한 여름이다, 아아!

 

율곡(栗谷) 이이(李珥)가 기생 유지(柳枝)를 마지막으로 만난 날 유지에게 써준 서간이다. 자신과 유지의 관계에 대한 전말과 유지에 대한 감정 등을 담고 있는데 ‘유지사(柳枝詞)’라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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