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宇宙)는 만물(萬物)의 旅宿[여숙 : 여관]이요 光陰[광음 : 시간, 세월]은 백대(百代)의 나그네로세 덧없는 삶이 꿈과도 같거니 즐긴다는 것이 그 얼마이더냐 옛 사람들 촛불 밝혀 잡고 논다더니 진실로 그 까닭이 있었음이로다 더구나 봄날은 안개 낀 경치로 나를 오라 부르고 대지(大地)는 내게 문장(文章 : 글 쓰는 능력)을 빌려 주었음에랴 복숭아꽃, 오얏꽃이 핀 아름다운 정원에 모여 형제(兄弟)들이 즐거운 놀이 벌이는데 여러 아우들은 모두 뛰어난 혜련(惠連 : 시인)이 되었건만 내가 읊는 노래만 홀로 강락(康樂 : 시인)에 부끄럽구나 그윽한 흥은 아직 다 하지 않았는데 경지 높은 이야기는 더욱 맑아지도다 구슬자리를 깔고 꽃 사이에 앉아 앵무 조각 아로새겨진 잔을 돌리고, 밝은 달빛에 취하거니 좋은 글 아니고서는 이 회포를 어찌 펴리오 만약, 시(詩)를 못 짓는 자가 있다면 금곡(金谷)의 벌주(罰酒)를 먹이고야 말겠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