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사진은 중국 "敦煌(동황)"의 莫古窟(막고굴) 藏經殿(장경전)이다. 이 곳에서 막대한 문서와 유물이 출토되었는데, 위의 "文盲歎" 또한 이 곳에서 출토된 "詞(사)"이다. 출토된 문서들은 주로 佛敎(불교) 관련 내용이 많은데, 이것만큼은 佛敎的인 색채를 전혀 담지 않은 것이다. 글자를 전혀 모른다고 한 사람이 어떻게 이리도 훌륭한 詞를 남겼는지 芝山房으로서는 신비하기도 하고 의문도 남는다. | ||||
[出土文書(출토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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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更(일경)은 초저녁 스스로 恨(한)스러운 것은 이 내 몸뚱이를 여태껏 길러온 바이라 어버이께서 어릴 적부터 가르쳐 주지 않으셨으니 이제 와서 어찌 글자와 글을 알 수가 있으랴! ※ 出土(출토) 문서에 "身(신)"자가 "生(생)"자로 되어 있 고, "耶孃(야양)"자는 "爺娘(야랑)"의 의미이다. [감 상] "一更"에서는 먼저 고생고생하며 글을 깨칠 공부를 할 생각은 하지 않고 자기 육신만 편하고 즐겁게 즐기는 데에만 골몰하였으니, 이는 크게 잘못된 일이라 제 스스로 한탄하여 마지않음을 말하고는 이어서 어버이는 제 자식이 어렸을 때 글을 가르쳐 주어야 함에도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을 표출하여 원망과 탄식의 심정을 드러내고 그러한 결과로 자기 자신이 장성하여서도 "文盲(문맹)"이 되고 말았음을 탄식하였다. 이 詞를 쓴 사람은 자기 자신은 결코 文盲이 아니고 다른 사람들이 자칫하면 文盲이 되기 쉬우니 스스로 경계하여 미리 글 공부를 게을리하지 말 것을 깨우쳐 준다. 어버이가 자식 가르치는 책임을 소홀히 한 일을 드러낸 것은 이 세상의 부모에게 자녀들을 어릴 적부터 잘 가르쳐야 함을 경고하고 타이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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二更(이경)에 밤이 깊었구나 『孝經(효경)』한 권을 단 한 번도 찾아본 적이 전혀 없는지라 "之(지), 乎(호), 者(자), 也(야)" 語助詞(어조사)를 단 한 가지도 모르니 이제 와서야 비로소 개탄하며 서럽게 신음하노라
[감 상] 이 부분에서는 먼저 孝經을 찾지 않은 일을 스스로 지적하였다. "文盲"과 "孝經"을 서로 연결시킨 데 대한 이야기가 어떠해야 할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부분에서는 결코 "孝經"에 나타난 가르침을 일깨워 주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라, 먼저 글자를 익힌 후에 [孝經]을 맨 처음 배우라 한 것이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이 詞에서 "之, 乎, 者, 也"는 『千字文(천자문)』끝 부분의 "謂語助字, 焉哉乎也"와 같이 "機能語(기능어)"들이다. 글을 안 배웠으니, 이런 助字(조자)들을 알 리가 있겠는가! "如今始(여금시)" 곧 "이제 와서 비로소"는 나이 들어서 도저히 글자 공부를 시작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러 "嗟歎(차탄)"과 "슬피 읊조리는[悲吟(비음)]" 심정에 잠겨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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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更(삼경)에 밤은 반이나 지났구나 이르는 곳마다 붓끝으로 값이 매겨지는구나 설혹 운이 터져 官職(관직)을 얻게 된다 한들 공문서를 어찌 처리할까
[감 상] 이 부분에서는 글을 쓰는 것은커녕 읽지도 못하니, 文盲者(문맹자)가 요행히 벼슬을 얻게 된다 하더라도 그 일을 해 낼 수 없음을 스스로 개탄한 것이다. "筆頭算(필두산)" 곧 "붓끝으로 값을 매기다"는 것은 公文(공문)의 처결이나 답신 등 文筆(문필) 활동을 보고 우리 인간의 뛰어나고 못함을 정한다는 의미로 보면 될 것이다. 비록 文盲者의 신분이기는 하지만, 이 詞가 쓰여졌을 당시에는 賂物(뇌물)을 주거나 배경을 등에 업고 "로비" 등으로 관직을 얻게 되는 경우가 빈번했던 것이나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된다. 또한 이렇게 얻은 관직이라 할지라도 文盲者가 어떻게 직무를 수행해 나갈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인간을서 전혀 발전해 나갈 희망이 없기 때문에 낙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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四更(사경)이라 이 밤이 길기도 하구나 밤낮 없이 언제나 얼굴을 담벼락에 마주대고 있는 것 같네 사나이가 체신 깎이는 지경에 처하게 되니 "孝經(효경)"을 단 한 줄도 읽지 못하는 것이 진정 후회스럽다
[감 상] 이 부분에서는 어느덧 나이가 들어 글 공부의 보람을 크게 드러낼 수 있는, 사나이 대장부로서 한창 활약할 단계에 文盲者로서는 마치 담벼락에 얼굴 맞대고 있는 것처럼 사방이 꽉 막혀 있어서 밤이나 낮이나 답답하기만 할 뿐이다. 또한 젊어서 글 고부를 전혀 하지 않은 탓에 "孝經"을 단 한 줄도 읽어 보지 못한 자신의 지나간 날들이 몹시도 후회스럽다는 심정을 절절하게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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五更(오경)에 날이 새는구나 사람 꼴을 갖춘 이래로 전혀 끝이 나지 않네 동서남북 사방으로 부림 받고 나다니니 마치 장님이 길 못 보는 것과 똑같구나
[감 상] 나이가 들면 들수록 文盲者로서의 괴로움은 가실 줄을 모르고 계속되어 결국은 모든 사람들로부터 멸시와 천대를 받아 모든 사람들의 끝도 없는 부림을 받아 사방 그 어디를 갈지라도 그 사람들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부끄러운 심부름이나 하고 나돌아 다니는 삶을 살아야 하니, 이러한 자신을 흡사 앞을 보지 못하는 장님과 별반 다를 바 없다고 낙담하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잠 못 들어 輾轉反側(전전반측)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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