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芝山房은 나이 겨우 대여섯 살에 난잎 한 줄기 배우는데 꼬박 2년이 넘는 시간을 보냈다. 요즘은 漢詩(한시) 한 구절 짓기는커녕 풀이도 못하면서 겨우 "환쟁이"나 배출하는 미술 대학 4년 동안 배운 솜씨로 文人畵(문인화)를 치거나 "書卷氣(서권기) 文字香(문자향)"을 함부로 입에 올리고 있다. 그림 한 귀퉁이에 좁쌀 만하게 간신히 제 號(호) 나부랑이나 끄적여 놓는 주제에! 文人畵(문인화)를 치고자 한다면 먼저 글씨부터 익혀 완숙할 정도의 솜씨를 지닌 이후라야 하는 것이다. 심지어 어떤 인간 하나는 100 년 전 먹을 구입해 蘭(난)을 친다고 떠벌인다. 어떤 경우에는 경매를 통해 구입한다고 하니, 자랑인지, 제 어리석음을 드러내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 자는 [LOTTO]라도 들어맞은 것인지 집안에 돈이 철철 넘쳐나는 모양이다. "墨色(묵색)"은 高價(고가)의 먹을 쓴다 하여 제대로 色(색)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도 "墨色(묵색)" 타령을 하려거든 아예 자신이 바라는 물감을 제조하여 쓰는 게 나을 것이다. 아래 올린 사진은 芝山房이 쓰는 먹으로 그다지 값비싼 먹은 아니다. 솔직히 마음에 드는 먹이 있다 할지라도 구입해 쓸 만한 경제적 여건이 따라 주지 않는 것이 첫번 째이유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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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형편 없는 먹은 안 되겠지만, 그런 대로 쓸 만한 먹은 깨끗한 물과 알맞게 갈린 먹, 그리고 질 좋은 벼루와 종이에 달려 있다. 무엇보다 우선인 것은 바로 자기 "솜씨"이다. 재주 없고 솜씨 없는 자가 먹만 좋다 하여 墨色(묵색)이 제대로 나오는가?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같은 소리다. 蘭(난)은 잔재주나 치졸스러운 기교로는 절대로 근접할 수 없는 것이다. 竹儂(죽농) 선생은 그 어른의 前後(전후)로 100년 동안 四君子(사군자) "墨色(묵색)"으로 당할 자가 없다. 그 어른은 절대로 100 년 전 먹이나 값비싼 먹을 쓰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墨色(묵색) 비법을 가르쳐 달라고 하면 이렇게 말씀하셨다. "별게 없다. 다만 먹 찍고 물 찍으면 된다. 그러나 그 [별게]가 문제인 게지!" 나 芝山房은 蘭(난)을 칠 때면 일기 화창하고 아울러 기분마저 좋은 날을 가려서 붓을 든다. 그래도 한 점 나올까 말까 하는데, 100년 전 먹이라 하여 자신이 바라는 대로 墨色(묵색)이 자유자재로 나올 것이라면 芝山의 오두막집이라도 기꺼이 팔아 한 자루 구입할 것이다. 墨色(묵색)은 단지 그 값이 비싸다 하여 얻게 되는 것이 아니며, 100년도 넘은 "골동 먹"이라 하여 마음먹은 대로 나오는 게 아니다. 한 마디로 이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삶아 놓은 소대가리가 박장 대소할 노릇이다. 지닌 것은 "돈"만 있고, 따라지같은 형편 없는 솜씨로 전시를 하여 世人(세인)들의 안목을 속이려 드는 자가 어찌 蘭(난)을 친다 하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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