溪堂偶興 十絶
四麓唯紅錦。雙林是碧羅。豈知淳朴處。還被化工誇。
彴跨溪聲度。堂依壑勢開。從他笑深僻。素履足徘徊。
開鏡爲蓮沼。披雲作石門。和風吹澹蕩。時雨發絪縕。
石竇疏泉遠。山根卜宅幽。客來愁絶險。還往儘悠悠。
盡日雲含雨。移時鳥喚春。山村頗狎虎。溪路少逢人。
已著游仙枕。還開讀易窓。千鍾非手搏。六友是心降。松,竹,梅,菊,蓮,已爲友。
布穀催田務。提壺勸客愁。更憐雲外鶴。無語立松頭。
爛熳堆紅紫。淸新遶綠靑。三杯偶獨酌。萬事本無營。
因病投閒客。緣深絶俗居。欲知眞樂處。白首抱經書。
掬泉注硯池。閒坐寫新詩。自適幽居趣。何論知不知
麓跨徘徊絪縕竇卜儘頗著搏遶趣
[출처] 閑坐寫新詩 自適幽居趣|
사방의 산기슭은 붉은빛 비단이요 / 四麓唯紅錦
양옆의 깊은 숲은 푸른빛 비단일세 / 雙林是碧羅
누군들 알았으랴 순박한 이곳이 / 豈知淳朴處
도리어 조화옹의 자랑거리 될 줄을 / 還被化工誇
시냇물 소리 타고 징검다리 건너면 / 彴跨溪聲度
골짝 지세 의지하여 서당이 열려 있네 / 堂依壑勢開
너무 깊고 궁벽하다 남들은 웃지마는 / 從他笑深僻
내 본분에 이만하면 배회하기 넉넉해라 / 素履足徘徊
열어 놓은 거울처럼 연못을 만들고 / 開鏡爲蓮沼
구름을 헤치고서 돌문을 세웠네 / 披雲作石門
실바람 불어 화창한 날인가 하면 / 和風吹澹蕩
때맞춰 오는 비는 봄기운 감도누나 / 時雨發絪縕
바위틈에 솟는 샘물 멀리서 끌어 오고 / 石竇疏泉遠
산기슭 깊은 곳에 집 지으니 그윽해라 / 山根卜宅幽
손님이 오실 제에 험난한 것 걱정하나 / 客來愁絶險
오고 가는 그 길이 진실로 유유해라 / 還往儘悠悠
하루가 다 가도록 구름은 비 머금고 / 盡日雲含雨
새들은 봄을 불러 쉬지를 않는구나 / 移時鳥喚春
깊숙한 산골이라 범을 저어 아니하니 / 山村頗狎虎
시냇길에 오가는 이 만나는 일 드물구나 / 溪路少逢人
베개 베고 꿈속에서 신선되어 놀고 나선 / 已著游仙枕
주역을 읽으려고 창문 열어 두었노라 / 還開讀易窓
천종은 손으로 잡을 것이 못 되어라 / 千鍾非手搏
여섯 벗이 서로들 마음에 맞거니 소나무ㆍ대나무ㆍ매화ㆍ국화ㆍ연꽃과 나를 여섯 벗으로 삼는다. / 六友是心降
뻐꾹새는 뻐꾹뻐꾹 농사일을 재촉하고 / 布穀催田務
사다새는 객에게 시름을 자아내네 / 提壺勸客愁
더더욱 어여쁜 건 구름 밖의 학이어라 / 更憐雲外鶴
소나무 꼭대기에 말도 없이 서 있구나 / 無語立松頭
붉은빛 자줏빛은 난만히 쌓여 있고 / 爛熳堆紅紫
푸른빛 초록빛은 청신하게 둘렀는데 / 淸新遶綠靑
우연히 혼자서 석 잔 술 먹고 나니 / 三杯偶獨酌
만사는 본래부터 경영할 것 없구나 / 萬事本無營
병든 몸을 구실 삼아 한가한 몸이 되어 / 因病投閒客
깊숙한 곳 찾아와서 세속 인연 끊고 사네 / 緣深絶俗居
참으로 즐거운 일 무엇인지 알고파서 / 欲知眞樂處
백수가 되도록 경서를 끼고 사네 / 白首抱經書
샘물을 움켜다가 벼루에 따르고서 / 掬泉注硯池
한가로이 앉아서 새로 지은 시를 쓰네 / 閒坐寫新詩
그윽이 사는 취미 스스로 만족하니 / 自適幽居趣
남이 알고 모르고는 탓할 것이 없어라 / 何論知不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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