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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筆♡揮之

月下聽松圖[檀園

by 권석낙 2019. 10. 22.


 



 

 



[檀園(단원) "月下聽松圖(월하청송도)"]

 


[위 그림의 畵題(화제)로 쓴 詩(시)]​

                  

                   文章(문장)이 세상을 놀라게 해도

                   累(누)가 될 뿐이고

                   富貴(부귀)가 하늘에 닿는다 해도

                   부질없는 수고일 뿐이다

                   어찌 적막하고 쓸쓸한 밤

                   山窓(산창) 앞에서

                   香(향) 피우고 가만히 앉아

                   솔바람 소리 듣는 것만 하랴


文 章 擎 世 徒 爲 累

富 貴 薰 天 亦 謾 勞

何 似 山 窓​ 岑 寂 夜

焚 香 點 坐 聽 松 濤 


[감 상]

檀園(단원)이 "月下聽松圖(월하청송도)"를 그리고 이와 같은 畵題(화제)詩(시)를 썼다. 무슨 심정에서 이런 그림과 詩를 썼을까?

檀園은 당대에 이미 유명한 화가가 아닌가! 그렇다면 富(부)도 상당히 누렸을 터이고, 貴(귀) 역시 누렸을 터이다.

그런데 왜 이런 염세적 분위기의 "隱修者(은수자)"적 태도를 보이는가!​

도대체 어떤 일을 겪었기에?

솔직히 알 것 같기도 하다.

 

崔滋(최자)가 <補閑集(보한집)>에서,

"무릇 세상에서 범상한 것만 즐겨 좋아하는 사람과 더불어 詩를 論(논)할 수는 없다."

夫世之嗜常惑凡者, 不可與言。

이라 했다.

 

또 <小學(소학)>에는,

"현명하면서 재산이 많으면 그 뜻을 손상하게 되고, 어리석으면서 재산이 많으면 그 과실을 더하게 된다."

賢而多財, 則損其志, 愚而多財, 則益其過。

라 하였다.

곧 자기 자손을 위해 많은 재산을 남겼을 경우, 자손이 제법 똑똑하다면 오히려 그 뜻을 손상시키게 되고, 또 매우 어리석은 자손이라면 오히려 과실을 더하게 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자손들에게 재산을 물려 주는 것은 좋지 않다는 말이다.

 

나, 方外人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라고는 없다. 이는 내가 현명해서도 아니고, 그렇다고 썩 어리석은 것도 아니다.

단지 나에게 물려 줄 재산이 없어서였다.

그렇다고 배운 게 많아 훌륭한 직장에 들어갈 수도 없고, 사업 수완도 없으니, 그저 그렇게 살아갈 뿐!

 

솔직한 심정으로 빈곤은 나의 일상에 있어 참 많은 불편을 가져다 주었다. 호주머니가 텅 비어 있으면 친한 벗이 불러도 쉽게 나가 만날 수가 없다. 이 빈곤이 나를 현명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슬픔도 아울러 가져다 주었다.

<明淸淸言集(명청청언집)>에 이런 구절이 실려 있다.

"탐욕스러운 놈 앞에서는 번쩍이는 보물을 뽐내지 말 것이다. 재주 좀 있는 놈 앞에서는 자신의 빛나는 글 솜씨를 자랑하지 말라. 음흉한 놈 앞에서는 자기가 지닌, 눈부신 지식 따위를 드러내 보이지 말아야 한다."

貪人之前莫炫寶, 才人之前莫炫文, 險人之前莫炫識。


여러분은 과연 어떠하신가?

아~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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