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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筆♡揮之

벗님에게

by 권석낙 2019. 9. 22.



[山 日 2]

《조오현 : 1932 ~ 》

 

                     해장사 해장 스님께 

                     山日 안부를 물었더니 

                     어제는 서별당(西別堂) 연못에

                     들오리가 놀다 가고 

                     오늘은 산수유 그림자만 

                     잠겨 있다 

                     하십니다 

 

(시)를 여러 날 전[금년 1월 19일]에 블로그에 소개했더니, 芝山房의 다정한 벗 하나가 이것을 보고, 뒷날 나와 만나서 하는 얘기가 무척 탐이 났노라 고백한다.

그림과 글씨를 새로 마련하여 다시 만날 때 주기로 마음 먹었다.

아마도 무척 반가워할 테지?

단,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 술은 한잔 톡톡히 사야 된다네​.

아~ 하하하!​

 



이래저래 꽃 피는 계절이 가까워지자

길 가에는 뾰족뾰족 움이 돋는다

봄빛은 여린 버들가지로 들고

들불은 텅 빈 숲으로 번져 가는데

호젓한 꿈을 스님이 와서 풀이해 주고

새로이 지은 詩를 새와 함께 읊어 본다

집은 외져서 바깥 세상 일 따위야 내 모르고

​술벗만 툭하면 찾아오는구나

 

이 글씨는 위의 벗이 병원에 입원했을 때 내가 비록 얼마 되지 않는 금액이지만, [​快癒(쾌유)] 봉투를 마련하여 병 문안을 간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벗의 부인이 봉투 겉면에 쓴 芝山房의 글씨를 보고 매우 좋아하여 지금까지도 자신이 들고 다니는 가방 안에 간직해 두었다는 이야기를 전하여 듣고 작은 글씨를 마련하여 부인께 드리고자 한다.

벌써부터 반가워하실 부인의 얼굴 모습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된다.

 



어느덧 芝山房에 노을이 찾아 들었다.

殘墨(잔묵) 버리기가 아까워 붓장난을 하다.


그리던 님을 꿈 속에 만나

옛 얼굴 초췌해진 것 서로 놀랐네

깨어 보니 몸은 높은 樓臺(누대) 위에 누웠는데

바람은 빈 강물을 치고 달은 봉우리에 숨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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