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詩 寒山詩
凡讀我詩者(범독아시자) : 무릇 내 시를 읽는 분들이여
心中須護淨(심중수호정) : 모름지기 마음속을 깨끗이 하시라.
慳貪繼日廉(간탐계일렴) : 탐욕은 날마다 청렴해지고
諂曲登時正(첨곡등시정) : 아첨과 사악함은 때를 좇아 바르게 되리라
驅遣除惡業(구견제악업) : 휘몰아 모든 악한 업(業)을 없애고
歸依受眞性(귀의수진성) : 부처님께 귀의하여 진성(眞性)을 받아라
今日得佛身(금일득불신) : 오늘 이 세상에서 부처 몸 얻기를
急急如律令(급급여율령) : 빨리 서두르고 꾸물대지 마시오.
한산시집(寒山詩集)
당나라 태종시대에 살았다고 전해지는 전설적인 인물인 한산(寒山)과 습득(拾得)은
은사였던 풍간(豊干) 선사와 함께 절강성에 있는 천태산(天台山) 국청사(國淸寺)에 살고 있었다.
세상에서는 이들을 국청사에 숨어 사는 세 사람의 성자라는 뜻으로 국청삼은(國淸三隱)이라고 했으며 이들의 시를 한데 모은 『한산시집(寒山詩集)』을 ‘삼은시집(三隱詩集)’이라고도 했다.
이들 세 사람은 모두 불보살의 화현으로 즉, 풍간 스님은 아미타불, 한산은 문수보살,
습득은 보현보살의 화현이라고 일컬어진다.
그러나 당시의 사람들은 그것을 모른 채 그들의 독특하고 기이한 언행을 이해하지 못하였으므로 오히려 멸시하고 천대하기 일쑤였다.
한산(寒山)은 국청사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는 한암(寒巖)이라는 굴속에 산다 하여 그렇게 불리었다.
한산은 헤어진 옷에 커다란 나막신을 신고 다녔으며 때가 되면 국청사에 들러 대중들이 먹다 남긴 밥이나 나물 따위를 습득에게 얻어먹곤 하였다.
그리고 절에 와서 거닐기도 하고 때로는 소리를 지르거나 하늘을 쳐다보고 욕을 하기도 하면 절의 스님들은 그런 그를 쫓아내곤 하였는데, 그러면 한산은 손뼉을 치고 큰 소리로 웃으며 가버리곤 하였다.
이렇게 큰소리를 지르고 미친 짓을 하기도 하고 이적을 보이기도 하였지만 그 말은 모두 불도(佛道)의 이치에 맞지 않는 바가 없다 하였다.
습득(拾得)은 풍간(豊干)스님이 산 속을 거닐다가 길옆에서 보자기에 싸여 울고 있는 것을 주어와 길렀으므로 습득이라 불리게 되었다.
그는 부엌에서 불을 지피거나 그릇을 씻는 일을 하였는데 설거지를 한 뒤에 남은 밥이나 찌꺼기를 모아두었다가 한산(寒山)이 오면 먹도록 내어 주곤 하였다.
하루는 습득이 마당을 쓸고 있었는데, 주지스님이 다가와
“너를 습득이라고 부르는 것은 풍간 스님이 너를 주워와 길렀기 때문이다. 그럼 너의 본래 姓 은 무엇이며 어디서 살았느냐?” 라고 묻자
이 말을 들은 습득은 들고 있던 빗자루를 놓고 두 손을 맞잡고 우뚝 서 있는 것이었다.
이를 바라본 주지스님은 넋을 잃고 바라볼 뿐 더 이상 아무 말도 못 붙이고 말았다.
이로 인해 선문에서는 ‘차수이립(叉手而立)’이라는 화제가 생겨나게 되었다.
일찍이 여구윤(呂丘胤)이 고을의 자사(刺史)로 부임해 왔는데 병에 걸려 앓게 되었다.
유명한 의사들을 불러 온갖 약을 다 써보았으나 무슨 병인지 알지도 못하고 차도도 없었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풍간 스님이 자사를 만나기를 청하자 자사는 자신의 병세를 말하는 것이었다.
풍간 스님은 그의 말을 듣고 깨끗한 그릇에 물을 받아 주문을 외우면서 그에게 뿌리자 언제 앓았더냐 싶게 자리를 털고 일어나 앉는 것이었다.
자사가 크게 사례하고 설법하기를 간청하자 풍간 스님은 사양하며
“나 보다 문수 보현께 물어보시오.”라는 것이었다.
자사 여구윤이 다시 “그 두 보살은 어디에 계십니까?” 라고 묻자 풍간 스님은
“국청사에서 불때주고 그릇 씻는 사람들이 그들입니다.” 라고 답하고는 유유히 사라져 버렸다.
자사는 곧 예물을 갖추고 국청사의 한산 습득을 찾아갔다.
마침 한산과 습득은 화로를 끼고 앉아 웃고 떠들고 있었는데,
자사 여구윤이 가까이 다가가서 절을 올리자 무턱대고 마구 꾸짖는 것이었다.
옆에서 이러한 모습을 지켜본 스님들은 깜짝 놀라며
“대관께서 어찌하여 이 미치광이들에게 절을 하십니까?” 라고 말하자
한산이 다시 자사 여구윤의 손을 잡고 웃으며,
“풍간이 실없는 소리를 지껄였군. 풍간이 아미타불인줄 모르고 우릴 찾으면 뭘 하나!” 라는 말을 남기고 문을 나선 뒤로는 다시 절에 돌아오는 일이 없었다.
자사 여구윤 은 못내 아쉬워하며 약과 옷 등의 예물을 갖추고 한암 동굴로 다시 찾아가
예배 올리고 말씀을 기다리는데 “도적놈아! 도적놈아!” 라는 말만 남기고
한산 습득은 굴속으로 들어가 버리니 돌문이 저절로 닫히는 것이었다.
이윽고 “그대들에게 이르노니 각기 노력하라!”라는 말이 울리고는 돌문이 완전히 닫혀 버렸다.
자사 여구윤은 성자를 친견하고도 좋은 법문을 더 듣지 못한 것을 섭섭하게 여기며,
숲 속의 나뭇잎이나 석벽과 돌 틈 사이에, 혹은 촌락의 벽 등지에 써 놓은 한산의 시(詩)
삼백여 수를 모아 책으로 편집하였다.
이 시집을 삼은집(三隱集)이라고 하며,<한산시(寒山詩)>라는 제목으로 전하여 오고 있다.
중국에는 현재에도 한산스님을 기리는 한산사로 불리는 사찰이 있으며,
우리 나라에는 고려시대의 사찰로 전남 화순군 동복면 신율리 949에 폐사지인
한산사지(漢山寺址)가있으며, 1984년 2월에 전남문화재자료 제63호로 지정된 한산사지
삼층석탑이 현존하고 있으며, 또한 전북 고창 선운사의 영산전에는 산신 탱화와 함께
한산습득도(寒山拾得圖) 한 폭이 걸려 있다.
欲得安身處[욕득안신처] 마음이 평안한 곳을 찾으려면
寒山可長保[한산가장보] 한산이 오래 머물기에 좋다네.
微風吹幽松[미풍취유송] 미풍이 그윽한 소나무에 불면
近聽聲愈好[근청성유호] 가까이 듣는 소리는 더욱 좋지.
下有斑白人[하유반백인] 나무 아래에 머리 반백의 사람
喃喃讀黃老[남남독황노] 흥얼흥얼 황제와 노자를 읽네.
十年歸不得[십년귀불득] 십년동안 돌아가지 못했으니
忘却來時道[망각래시도] 올 때의 그 길을 잊어 버렸네.
有一餐霞子(유일찬하자) 노을 마시며 사는 한 사람이 있어
其居諱俗遊(기거휘속유) 그 사는 곳에서 세상 놀음 멀리 했다네
論時實蕭爽(논시실소상) 그의 계절 이야기는 정말 시원하여
在夏亦如秋(재하역여추) 한 여름에 있어도 가을 같다네
幽澖常瀝瀝(유한상력력) 그윽한 시내에는 물 흐르는 소리
高松風颼颼(고송풍수수) 높은 소나무에는 바람소리 들려오네
其中半日坐(기중반일좌) 그 속에 반나절만 앉아 있으면
忘却百年愁(망각백년수) 바로 백년의 시름을 잊을 수 있네.
寒巖深更好(한암심경호) 쌀쌀한 언덕, 깊어서 더욱 좋은데
無人行此道(무인행차도) 이 길을 다니는 사람은 없구나
白雲高岫閑(백운고수한) 흰 구름은 높은 산꼭대기에 한가롭고
靑嶂孤猿嘯(청장고원소) 푸른 산 봉우리엔 외로운 잔나비 우네
我更何所親(아갱하소친) 내 다시 무엇과 친하리
暢志自宜老(창지자의노) 뜻을 펴며 스스로 늙어 가리라
形容寒暑遷(형용한서천) 우리의 얼굴은 철따라 변해 가나니
心珠甚可保(심주기가보) 부디 마음을 잘 보존해야 한다
寒山棲隱處(한산서은처) : 한산이 터잡고 사는 은거지
絶得雜人過(절득잡인과) : 이런저런 사람들 찾아오지 않네
時逢林內鳥(시봉임내조) : 때때로 숲에 들어 새를 만나면
相共唱山歌(상공창산가) : 함께 산노래 부르네
瑞草聯谿谷(서초연계곡) : 희귀한 풀 계곡에 이어지고
老松枕嵯峨(노송침차아) : 노송은 우뚝 솟은 산봉우리 베고 있네
可觀無事客(가관무사객) : 한가한 나그네 구경할 만하니
憩歇在巖阿(게헐재암아) : 바위 언덕에서 한가로이 쉬네.
登陟寒山道(등척한산도) : 한산을 높이 오르려 해도
寒山路不窮(한산로불궁) : 한산 가는 길은 끝이 없네
溪長石磊磊(계장석뢰뢰) : 돌 천지 긴 시내
澗闊草濛濛(간활초몽몽) : 풀 우거진 넓은 개울
苔滑非關雨(태활비관우) : 이끼 미끄러운들 비 탓이랴
松鳴不假風(송명불가풍) : 바람 없이도 솔 소리는 이는 것
誰能超世累(수능초세루) : 뉘라서 이 세상 번거로움 떠나
共坐白雲中(공좌백운중) : 흰 구름 그 속에 나와 함께 놀랴
茅棟野人居(모동야인거) 초가집은 야인의 거처인지라
門前車馬疎(문전거마소) 문전에는 수레와 말이 드물다
林幽偏聚鳥(임유편취조) 수풀이 깊어서 새들만 모이고
谿闊本藏魚(계활본장어) 골짝은 넓어서 물고길 감추네
山果携兒摘(산과휴아적) 산과일은 아이와 손잡고 따고
皐田共婦鋤(고전공부서) 언덕의 밭은 아내와 김매네
家中何所有(가중하소유) 집 안에 무엇이 있는고 하면
唯有一牀書(유유일상서) 오직 책상에 책이 있을 뿐이라
家住綠巖下[가주록암하] 푸른 바위 아래 내 집이 있지
庭蕪更不芟[정무갱불삼] 뜰 잡초 무성해도 베지도 않네.
新藤垂繚繞[신등수료요] 새 등넝쿨 칭칭 돌아 늘어지고
古石竪巉嵒[고석수참암] 묵은 돌이 우뚝한 바위 세웠네.
山果獼猴摘[산과미후적] 산과일은 원숭이가 따서 먹고
池魚白鷺銜[지어백로함] 연못 물고기는 백로가 물었네.
僊書一兩卷[선서일양권] 신선이 읽는 책 한 두 권 집어들고
樹下讀喃喃[수하독남남] 나무 밑에서 중얼대며 읽노라.
杳杳寒山道(묘묘한산도) 머나먼 한산 길,
落落冷澗濱(락락냉간빈) 차가운 산 개울 물 콸콸 떨어지고
啾啾常有鳥(추추상유조) 지지배배 새들 늘 머물고 있어도,
寂寂更無人(적적갱무인) 천지가 조용히 인적도 없는 듯.
淅淅風吹面(석석풍취면) 싸아 싸아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紛紛雪積身(분분설적신) 어지러이 흩날리는 눈이 내 몸을 덮어도,
朝朝不見日(조조불견일) 아침 마다 뜨는 해 보이지 않고,
歲歲不知春(세세부지춘) 흐르는 세월 봄이 오는지도 모르네
人問寒山道(인문한산도) 한산으로 가는 길 묻지만
寒山路不通(한산로불통) 한산으로 통하는 길 없다네.
夏天氷未釋(하천빙미석) 한여름에도 얼음 녹지 않고
日出霧朦朧(일출무몽롱) 해 떠올라도 안개 몽롱하다네.
似我何由屆(사아하유계) 나 같으면 어찌 갈 수 있지만
與君心不同(여군심불동) 그대의 마음과는 같지 않다네
君心若似我(군심약사아) 그대 마음 내 마음과 같다면
還得到其中(환득도기중) 어느덧 그곳에 이르리라!
千雲萬水間(천운만수간) 자욱한 구름과 골짝 물
中有一閑士(중유일한사) 그곳에 한가로운 선비 있으니
白日遊靑山(백일유청산) 낮에는 청산에 노닐고
夜歸巖下睡(야귀암하수) 밤들어 바위 아래 잠들면
倏爾過春秋(숙이과춘추) 세월은 살같이 흘러가고
寂然無塵累(적연무진루) 세상 먼지 들붙지 않는다
快哉何所依(쾌재하소의) 쾌재라 어찌 기댈 바를 찾으랴
靜若秋江水(정약추강수) 고요한 마음 가을 강물 같네.
盤陀石上坐(반타석상좌) : 비탈진 너럭바위 위에 혼자 앉아서
谿澗冷凄凄(계간냉처처) : 계곡의 물소리 차갑게 들리고
靜玩偏嘉麗(정완편가려) : 말없이 아름다움 감상하는데
虛巖蒙霧迷(허암몽무미) : 바위 산 중턱엔 안개구름 헤매네.
怡然憩歇處(이연게헐처) : 흔연히 앉아 편히 쉬나니
日斜樹影低(일사수영저) : 나무 그림자 해 따라 낮아지네.
我自觀心地(아자관심지) : 내 스스로 마음을 보나니
蓮花出於泥(연화출어니) : 진흙탕 속에서 연꽃 한 송이 피어나네.
<寒山子詩> 精選五言禪詩十首
1.
吾心似秋月,碧潭清皎潔。
無物堪比倫,教我如何說。
2.
歲去換愁年,春來物色鮮。
山花笑淥水,岩岫舞青煙。
蜂蝶自雲樂,禽魚更可憐。
朋游情未已,徹曉不能眠。
3.
智者君拋我,愚者我拋君。
非愚亦非智,從此斷相聞。
入夜歌明月,侵晨舞白雲。
焉能拱口手,端坐鬢紛紛。
4.
人問寒山道,寒山路不通。
夏天冰未釋,日出霧朦朧。
似我何由屆,與君心不同。
君心若似我,還得到其中。
5.
豬吃死人肉,人吃死豬腸。
豬不嫌人臭,人反道豬香。
豬死拋水內,人死掘土藏。
彼此莫相啖,蓮花生沸湯。
6.
下愚讀我詩,不解卻嗤誚。
中庸讀我詩,思量雲甚要。
上賢讀我詩,把著滿面笑。
楊修見幼婦,一覽便知妙。
7.
千雲萬水間,中有一閒士。
白日游青山,夜歸岩下睡。
倏爾過春秋,寂然無塵累。
快哉何所依,靜若秋江水。
8.
君看葉里花,能得幾時好。
今日畏人攀,明朝待誰掃。
可憐嬌艷情,年多轉成老。
將世比於花,紅顏豈長保。
9.
畫棟非吾宅,松林是我家。
一生俄爾過,萬事莫言賒。
濟渡不造筏,漂淪為採花。
善根今未種,何日見生芽。
10.
不須攻人惡,何用伐己善。
行之則可行,卷之則可卷。
祿厚憂積大,言深慮交淺。
聞茲若念茲,小子當自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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