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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學♡書堂

無爲-晦齋 李彦迪

by 권석낙 2022. 12. 25.

無爲 - 晦齋 李彦迪

萬物變遷無定態(만물변천무정태) - 철따라 만물은 쉬임없이 변하고

一身閑適自隨時(일신한적자수시) - 한가한 이몸은 절로 때를 따르네

年來漸省經營力(년래점성경영력) - 이즈음 점차로 경영의 힘 줄어

長對靑山不賦詩(장대청산불부시) - 늘 청산을 대하고도 시를 짓지 못하네

<감상>

이 시는 도학자 이언적의 학자적인 모습을 잘 보여 주는 시다. “세상의 모든 사물은 정해진 형태 없이 끊임없이 변하고 있으니, 이 한 몸 역시 변화 속에 있는 것이므로 한적하게 지내며 때의 변천을 따르련다. 근래 들어 출세나 명예를 탐하거나 글을 꾸미는 등 작위(作爲)의 힘이 줄어드니, 오래 청산을 마주하고도 시를 짓지 못하고 있다”는 자기 관조적 내용이다. 송나라 소옹은 “물로서 물을 봄(以物觀物)은 성(性)이고, 아(我)로서 물을 봄(以我觀物)은 정(情)”이라며 관물(觀物)로써 이(理)를 읽어내려 했다. 이 시는 대표적인 관물시이다.

 

성리학의 기본쟁점인 무극태극논쟁을 주도하고 이우위설(理優位說)을 강조하여 영남학파의 성리설에 선구적 역할을 한 회재(晦齋) 이언적(李彦迪)! 그가 마흔 두 살 되던 해, 당시의 권신이던 김안로의 재 등용을 반대하다 파직을 당하고, 향리인 경주의 자옥산 자락으로 돌아와 독락당(獨樂堂)을 짓고 성리학을 연구하던 시절인 1535년에 지은 시로, 도학자의 풍모가 물씬 풍기는 작품이다.

시 제목이 무위(無爲)다. 제목처럼 특별히 하는 일없이 지내는 선비의 삶을 노래했다. 기귀(起句)에서 시인은 천지만물은 우주 자연의 질서에 따라 변하지 않는 것이 없으니 고정된 모양이나 틀을 유지하지 않는다고 했다. 승귀(承句)에서는 변천하는 자연에 순응하며 따르기에 시인 자신도 한가로이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전귀(轉句)에서는 한가롭게 살아가는 것이 몸에 배게 되니 뭔가를 억지로 이루려고 하는 작위적인 힘을 쓰지 않는다고 했다. 마지막 결귀(結句)에서 시인은 푸른 산과 같은 좋은 경치를 마주하고도 시를 짓지 않는다고 했다. 시 짓는 것조차 작위적인 것이므로 하지 않는다고 하여 수양이 체질화한 단계에 이르렀다고 한 것이다. 시인은 스스로 시를 짓지 않는다면서도 시 한 수가 지어졌으니, 이것이 노자가 말한 무위이무불위(無爲而無不爲)의 경지가 아니겠는가? 허균은 이 작품을 “깨달아서 물리에 통한 시”라고 평가했고, 이수광은 “시의 뜻이 높아서 구구한 시나 쓰는 시인이 도달할 경지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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