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몸이었다
서로갈려 다른 몸 되었는데
주고 아프게 받고
모자라게 나뉘일 줄
어이 알았으리
쓴 것만 알아 쓴 줄 모르는 어머니
단 것만 익혀 단 줄 모르는 자식
처음대로 한몸으로 돌아가
서로 바꾸어 태어나면 어떠하리
***
소설가 조정래 선생께서 자전 에세이
'황홀한 글감옥'에 소개하고 있는 김초혜 시인의 작품입니다.
중학교 교과서에 실려있는 명작이지요. 조 선생은 이렇게 적었습니다.
"시는 크고 깊은 의미를 응축하는 문학입니다.
그런데 소설은 그 반대로 사건이나 상황을 펼치고 묘사하며 전개하는 문학입니다.
그래서 시인은 소설보다 시가 우월한 문학이라고 거만할 수 있는 것이고,
소설가는 회복할 길 없는 열등감을 시인에게 느끼는 것입니다.
제가 왜 아내한테 꼼짝 못하고 사는지 이제 한층 더 확실하게 아셨을지요?
그 증거를 분명하게 하기 위해 제가 떠받드는 김초혜 시인의 시 한 편을 여기 적습니다.
여러분도 즉각 동의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자신의 소설문학이 이룬 산봉우리에 대한 자부심이 있기에
훌륭한 시작품의 우월성을 이렇게 익살스럽게 언급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큰 시인인 아내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넉넉하게 표현할 수 있는 대인다움이 여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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