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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감상

부부

by 권석낙 2019. 1. 28.



♪ 부 부 ♪
      
      부부란 여름날 멀찍이 누워 잠을 청하다가도
      어둠 속에서 앵 하고 모기 소리 들리면
      순식간에 합세하여 모기를 잡는 사이다
      많이 짜진 연고를 나누어 바르는 사이이다
      남편이 턱에 바르고 남은 밥풀만 한 연고를
      손끝에 들고 나머지를 어디다 바를까 주저하고 있을 때
      아내가 주저없이 치마를 걷고
      배꼽 부근을 내미는 사이이다
      그 자리를 문지르며 이달에 사용한
      신용카드와 전기세를 함께 떠올리는 사이이다
      결혼은 사랑을 무화시키는 긴 과정이지만
      결혼한 사랑은 사랑이 아니지만
      부부란 어떤 이름으로도 잴 수 없는
      백 년이 지나도 남은 암각화처럼
      그것이 풍화하는 긴 과정과
      그 곁에 가뭇없이 피고 지는 풀꽃 더미를
      풍경으로 거느린다
      나에게 남은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다가
      네가 쥐고 있는 것을 바라보며
      손을 한번 쓸쓸히 쥐었다 펴 보는 사이이다
      서로를 묶는 것이 거미줄인지
      쇠사슬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부부란 서로 묶여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느끼며
      오도 가도 못한 채
      죄 없는 어린 새끼들을 유정하게 바라보는
      그런 사이이다.
      
      - 문정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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