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루 명칭

중국 벼루의 으뜸은 단계연(端溪硯)이다.
단계연은 당나라 초기부터 광동 고요현(高要縣) 단주(端州)에서 채석되어 단연(端硯)이라는 이름이 전국에 알려지기 시작하였고, 송나라 때 대량으로 채석되었다. 단주는 자오칭(조경: 肇庆)의 옛 지명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자오칭(현재 행정 구역상으로는 고요시 단주구) 시외 동쪽의 난가산(爛柯山), 부가산(斧柯山) 일대에 위치한 영양협(羚羊峽) 골짜기와 단계(端溪) 개울에서 생산된 벼루, 그리고 자오칭 시내의 칠성암(七星巖) 북쪽의 북령산(北嶺山) 일대의 소상협(小湘峽)과 정호산(鼎湖山) 주변에서 생산된 벼루가 단계연이다. 자오칭 시내에는 시장(서강: 西江)이 서쪽에서 동북쪽으로 흘러나가고 시내 중심에 중심호(中心湖)와 성호(星湖), 청련호(靑蓮湖) 가운데에 칠성암 경구가 있고 시내 동쪽 외곽에 영양협이 위치한다. 벼룻돌을 채석하는 동굴을 갱(坑), 동(洞), 또는 암(巖)이라 부르며 단계연의 품종을 구분하는 종류다. 대표적인 단계연갱으로는 노갱(老坑), 갱자암(坑仔巖), 마자갱(麻子坑), 매화갱(梅花坑), 송갱(宋坑), 조천암(朝天巖), 고탑암(古塔巖), 선덕암(宣德巖), 청점암(靑點巖), 백선암(白線巖), 녹단(綠端), 부가동(斧柯東: 신마갱: 新麻坑), 백단(白端) 등이 분포한다.

단계연의 명산지 자오칭은 벼루 도시이다. 시내 곳곳에 벼루가게가 즐비하고 많은 사람들이 벼루관련 산업에 종사한다.
단계연은 산출되는 갱구에 따라 약 20여 종이 있다.
단계연갱 중에서 노갱, 마자갱, 갱자암의 석질(石質) 석품(石品)이 가장 우수한 3대 명갱(名坑)이다. 또한 매화갱과 송갱도 석질과 석품이 우수하므로 3대 명갱과 함께 5대명갱으로 손꼽는다. 석질이란 벼룻돌의 실용적인 성질을 가리킨다. 좋은 벼룻돌은 다음 여섯 가지 필수 석질 조건을 갖춘 것이다.
1. 하묵[下墨 : 落墨] 글씨를 쓰는데 소요되는 시간에 비하여 적당한 먹의 농도에 도달하는 시간이 더 짧다. 동일량의 물로, 동일한 먹을 사용해서 동일한 사람 손으로 동일한 회수로 먹을 갈 때 적당한 농도의 먹물이 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단계석은 다른 벼루에 비해 삼분의 일 정도로 빠르다.
2. 발묵(發墨) 먹을 갈아 생성된 먹물[墨汁]의 농도, 밝기, 곱기, 진주나 비단 광택 또는 기름같이 윤기 있는 빛깔의 정도를 말한다. 한 장의 종이에 쓸 글씨의 먹 색깔과 광택, 곱기가 같거나 비슷하도록 먹물이 생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계연의 세기[硬度]는 2.8~3.5이며, 그 70%는 단단한 석영 부스러기가 굳어져 생긴 광석에 의한 것이다. 먹의 세기는 2.2~2.4이다. 연당(硯堂) 표면에 균등하게 존재하는 단단한 석영 과립 끝은 예리한 칼날 끝 같은 봉망(鋒芒)이 되어 먹 덩어리를 천천히 부순다. 전자 현미경으로 확대 관찰할 때 단계연 표면에 뾰죽한 철면(凸面)이 확인되었다. 수운모와 적철광 등의 세기는 석영보다 약하여 오목한 요면(凹面)을 이룬다. 또한 극미량의 철이온이 먹물 속으로 스며 들어가 색깔 변화와 미생물에 의한 변질을 방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먹이 쉽게 갈아지고 윤기와 광택이 나는 좋은 먹물이 생성되어 변치 아니하는 색깔로 장기간 사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3. 불모수(不耗水) 먹물이 줄지 아니하고 연지(硯池) 속에 오랫동안 머물고 쉽게 마르지 않아야 한다.
4. 불결빙(不結氷) 추운 겨울에도 먹물이 얼지 않아야 한다. 청나라 때 진공이(陳恭伊)가 말하기를, "벼룻물은 엄동 설한에 얼어 버리는게 보통이지만 수암(水岩)만은 그러하지 아니하다 [연조지수 륭동급한 타연상빙 이수암독부(硏槽之水 隆冬极寒 他硯常氷 而水岩獨否)." 라 하였다. 단계연은 약간의 보온 효과가 있으며 이 효과는 따뜻한 남방 지역에서 오랜 세월 물 속에서 있었기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 돌의 습도도 높아서 옛사람들은 단계연은 입김으로도 먹을 갈았다고 한다.
5. 불후(不朽)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단계연으로 먹을 갈아서 생성된 먹물은 악취 또는 부패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방부(防腐) 의미다. 또다른 의미는 단계연으로 기록한 글씨는 백 세대, 만고 천추 전승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지질학적 해석에 따르면 수운모와 철광석이 경도가 약한 미세 과립으로 구성되어 먹을 갈 때 먹을 쉽게 미세하게 부수어 먹물을 만들기 쉽다고 한다. 동시에 수운모와 견운모 광물질이 비늘 조각처럼 엮어져 진주나 비단 같은 광택을 내며, 묵즙 속으로 들어가 곱고 부드러움을 더하게 된다. 철이온은 묵즙 속으로 들어간 다음, 세월이 경과하여도 색깔이 퇴색되지 않도록 하며 방충 효과를 나타내어 장기 보존을 가능하게 한다.
6. 호호(護毫) 벼루 연당 표면이 거칠지 않아서 붓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보호한다는 의미다. 또다른 의미는 먹물이 부식성이 없다는 뜻이다. 즉 단계석의 부식 방지 성분이 먹물 속으로 들어가 붓의 손상을 막는다고 한다.
위와 같은 여섯 가지 필수 조건을 갖춘 단계연의 석질은 미세한 재질로 이루어졌으면서도 먹보다 단단[堅實]하고 옥같이 윤기가 나며 부드럽지만 미끄럽지 않다[嫩而不滑]. 먹이 쉽게 갈리고[易發墨], 먹덩어리가 생기지 않는다. 물을 흡수하지 않고[不吸水], 물기가 오래 남아 있으면서 무더운 여름철에도 쉽게 마르지 않고 갈아 놓은 먹물이 오래가며[水氣久 久不干] 썩거나 변패되지 아니하고, 겨울철에도 얼지 않는다. 또한 쉽게 닳거나 깨어지거나 갈라지지 않는다. 붓을 상하지 않게 하여[不損笔鋒] 글씨를 부드럽게 쓸 수 있게 자운자옥(紫雲紫玉) 같이 곱고 부드러운 먹물을 만드는 실용적 성질을 지녔다. 이러한 석질에 대하여 옛사람들이 "합기연묵(哈氣硏墨)"이라 하였다.

석품(石品)은 벼룻돌의 색깔, 무늬, 돌소리, 촉감, 겉 모양과 조각의 아름다움 등 감상적 가치나 예술적 품격을 가리킨다. 단계연의 돌 색깔은 여러 가지 색이 복합된 중간 색이다. 남색과 비슷하지만 남색은 아니고, 보라색 같으면서 보라색은 아니고, 흑색과 갈색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혼합 함축된 색조를 띈다. 중국 명연의 하나인 흡주연과 비교할 때 단계연은 "온문유아(溫文儒雅)"한 문인상(文人像)인데 비하여 흡주연은 "위무조광(威武粗獷)"한 무사상(武士像)으로 대비된다고 말한다.

단계연은 오랜 세월 동안 채석되어 좋은 벼룻돌 재료가 급격하게 감소 고갈되고 있다.
따라서 중국 정부에서는 1998년 이후 3대 명갱인 "노갱", "마자갱", "갱자암"을 봉갱(封坑) 처리하였기 때문에 희귀성이 증대되어 명품 벼루의 값어치가 더욱 치솟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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