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漢詩♡講座

김삿갓 시

by 권석낙 2019. 9. 27.


                 김삿갓

김삿갓에 대해서는 너무도 잘 알려져 있어 그의 生歿과 삿갓을 쓰고 팔도를 방랑하게 된 사연은 생략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詠笠 영립
  - 삿갓을 노래하다 -

浮浮我笠等虛舟 一着平生四十秋 부부아립등허주 일착평생사십추
牧堅輕裝隨野犢 漁翁本色伴沙鷗 목수경장수야독 어옹본색반사구
醉來脫掛看花樹 興到携登翫月樓 취래탈괘간화수 흥도휴등완월루
俗子依冠皆外飾 滿天風雨獨無愁 속자의관개외식 만천풍우독무수

가뿐한 내 삿갓이 빈 배와 같아
한번 썼다가 사십 년 평생 쓰게 되었네.
목동은 가벼운 삿갓 차림으로 소 먹이러 나가고
어부는 갈매기 따라 삿갓으로 본색을 나타냈지.
취하면 벗어서 구경하던 꽃나무에 걸고
흥겨우면 들고서 다락에 올라 달 구경하네.
속인들의 의관은 모두 겉치장이지만
하늘 가득 비바람쳐도 나만은 걱정이 없네.

*자신의 조부를 탄핵하고 시작한 방랑 생활. 언제나 벗이 되어 주며 비바람에도 몸을 보호해 주는 삿갓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그리해서 '병연'은 그 이름과 함께 사라지고 삿갓을 쓴 이름없는 시인이 되었다.
-양기원 <김삿갓 이야기> 중에서-

自嘆 자탄
 - 스스로 탄식하다 -

嗟乎天地間男兒 知我平生者有誰 차호천지간남아 지아평생자유수
萍水三千里浪跡 琴書四十年虛詞 평수삼천리랑적 금서사십년허사
靑雲難力致非願 白髮惟公道不悲 청운난력치비원 백발유공도불비
驚罷還鄕夢起坐 三更越鳥聲南枝 경파환향몽기좌 삼경월조성남지

슬프다 천지간의 남아들이여
내 평생을 알아줄 자가 누가 있으랴.
부평초 물결 따라 삼천리 자취가 어지럽고
거문고와 책으로 보낸 사십 년도 모두가 헛것일세.
청운은 힘으로 이루기 어려워 바라지 않았거니와
백발도 정한 이치이니 슬퍼하지 않으리라.
고향길 가던 꿈꾸다 놀라서 깨어 앉으니
삼경에 남쪽 지방 새 울음만 남쪽 가지에서 들리네.

*월조(越鳥)는 남쪽 새인데 다른 지방에 가서도 고향을 그리며 남쪽 가지에 앉는다고 함. 평생을 떠돌면서도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절절히 나타내고 있다.

竹詩 죽시

 - 대나무 시 -

此竹彼竹化去竹 風打之竹浪打竹 차죽피죽화거죽 풍타지죽랑타죽
飯飯粥粥生此竹 是是非非付彼竹 반반죽죽생차죽 시시비비부피죽
賓客接待家勢竹 市井賣買歲月竹 빈객접대가세죽 시정매매세월죽
萬事不如吾心竹 然然然世過然竹 만사불여오심죽 연연연세과연죽

이대로 저대로 되어 가는 대로
바람치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밥이면 밥, 죽이면 죽, 이대로 살아가고
옳으면 옳고 그르면 그르고, 저대로 맡기리라.
손님 접대는 집안 형세대로
시장에서 사고 팔기는 세월대로
만사를 내 마음대로 하는 것만 못하니
그렇고 그런 세상 그런대로 지나세.

*한자의 훈(訓)을 빌어 재미있게 표현한 한시로, 김삿갓의 재치가 느껴진다.
* 此 - 이 차, * 竹 - 대나무 죽(이대로)
* 彼 - 저 피, * 竹 - 저대로
* 化 - 화할 화(되다), * 去 - 갈 거
* 竹 - 되어 가는 대로 * 風 - 바람 풍
* 打 - 칠 타, * 竹 - 바람치는 대로
* 浪 - 물결 랑, * 打竹 - 물결치는 대로

二十樹下 이십수하
  - 스무나무 아래 -

二十樹下三十客 이십수하삼십객
四十家中五十食 사십가중오십식
人間豈有七十事 인간개유칠십사
不如歸家三十食 불여귀가삼십식

스무나무 아래 서룬 나그네가
망할놈의 집에서 쉰 밥을 먹네.
인간 세상에 어찌 일런 일이 있으랴.
차라리 집으로 돌아가 선 밥을 먹으리라.

*함경도 어느 부잣집에서 냉대를 받고 그 설음을 한문 새김으로 표현.
정말로 절묘하다.
二十樹 : 스무나무는 느릅나무과에 속하는 나무 이름
三十客 : 三十은 '서른'이니 '서러운'과 비슷. 서러운 나그네.
四十家 : 四十은 '마흔'이니 '망할'로. 망할 놈의 집.
五十食 : 五十은 '쉰'이니 쉰(상한) 밥.
七十事 : 七十은 '일흔'이니 이런 일.
三十食 : 三十은 '서른'이니 선(덜익은) 밥.

無題 무제
- 죽 한 그릇 -

四脚松盤粥一器 사각송반죽일기
天光雲影共徘徊 천광운영공배회
主人莫道無顔色 주인막도무안색
吾愛靑山倒水來 오애청산도수래

네다리 소반 위에 멀건 죽 한 그릇.
하늘에 뜬 구름 그림자가 그 속에서 함께 떠도네.
주인이여, 면목이 없다고 말하지 마오.
물 속에 비치는 청산을 내 좋아한다오.
*산골의 가난한 농부 집에 하룻밤을 묵었다.
가진 것 없는 주인의 저녁 끼니는 멀건 죽. 죽 밖에 대접할 것이 없어 미안해 하는 주인에게 시 한 수를 지어 주지만 글 모르는 이에게 무슨 소용.

開城人逐客詩 개성인축객시
- 개성 사람이 나그네를 내쫓다 -

邑號開城何閉門 읍호개성하폐문
山名松嶽豈無薪 산명송악개무신
黃昏逐客非人事 황혼축객비인사
禮義東方子獨秦 예의동방자독진

고을 이름이 개성인데 왜 문을 닫나
산 이름이 송악인데 어찌 땔나무가 없으랴.
황혼에 나그네 쫓는 일이 사람 도리 아니니
동방예의지국에서 자네 혼자 되놈일세.

艱飮野店 간음야점
- 주막에서 -

千里行裝付一柯 천리행장부일가
餘錢七葉尙云多 여전칠엽상운다
囊中戒爾深深在 낭중계이심심재
野店斜陽見酒何 야점사양견주하

천리길을 지팡이 하나에 맡겼으니
남은 엽전 일곱 푼도 오히려 많아라.
주머니 속 깊이 있으라고 다짐했건만
석양 주막에서 술을 보았으니 내 어찌하랴.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고 떠도는 나그네길, 어쩌다 생긴 옆전 일곱닢이 전부지만 저녁놀이 붉게 타는 어스름에 술 한 잔으로 허기를 채우며 피곤한 몸을 쉬어가는 나그네.

失題 실제
- 제목을 잃어 버린 시 -

許多韻字何呼覓 허다운자하호멱
彼覓有難況此覓 피멱유난황차멱
一夜宿寢懸於覓 일야숙침현어멱
山村訓長但知覓 산촌훈장단지멱

허다한 운자 가운데 하필이면 '멱'자를 부르나.
그 '멱'자도 어려웠는데 또 '멱'자를 부르다니.
하룻밤 잠자리가 '멱'자에 달려 있는데
산골 훈장은 오직 '멱'자만 아네.

*김삿갓이 어느 산골 서당에 가서 하룻밤 재워 달라고 하니 훈장이 시를 지으면 재워 주겠다고 하면서 시를 짓기 어려운 '멱'(覓)자 운을 네 번이나 불렀다.
이에 훈장을 풍자하며 재치있게 네 구절 다 읊었다. (사실 운(韻)은 초성을 뺀 나머지 소리로 위의 '주막에서'에서 보듯이 두번째, 네번째 句의 마지막 자인 '다(多)'와 '하(何)'의 'ㅏ'만 같으면 된다. 따라서 구체적인 자(覓)를 지정하고 그것도 모든 句의 마지막에 쓰도록하는 것은 억지임)

思鄕 사향
- 고향 생각 -

西行已過十三州 此地猶然惜去留 서행이과십삼주 차지유연석거유
雨雪家鄕人五夜 山河逆旅世千秋 우운가향인오야 산하역려세천추
莫將悲慨談靑史 須向英豪問白頭 막장비개담청사 수향영호문백두
玉館孤燈應送歲 夢中能作故園遊 옥관고등응송세 몽중능작고원유

서쪽으로 이미 열세 고을을 지나왔건만
이곳에서는 떠나기 아쉬워 머뭇거리네.
아득한 고향을 한밤중에 생각하니
천지 산하가 천추의 나그네길일세.
지난 역사를 이야기하며 비분강개하지 마세.
영웅 호걸들도 다 백발이 되었네.
여관의 외로운 등불 아래서 또 한 해를 보내며
꿈 속에서나 고향 동산에 노닐어 보네.

卽吟 즉음
- 즉흥적으로 읊다 -

坐似枯禪反愧髥 風流今夜不多兼 좌사고선반괴염 풍류금야부다겸
燈魂寂寞家千里 月事肅條客一檐 등혼적막가천리 월사숙조객일첨
紙貴淸詩歸板粉 肴貧濁酒用盤鹽 지귀청시귀판분 효빈탁주용반염
瓊거亦是黃金販 莫作於陵意太廉 경거역시황금판 막작어릉의태염

내 앉은 모습이 선승 같으니 수염이 부끄러운데
오늘 밤에는 풍류도 겸하지 못했네.
등불 적막하고 고향집은 천 리인데
달빛마저 쓸쓸해 나그네 혼자 처마를 보네.
종이도 귀해 분판에 시 한 수 써놓고
소금을 안주 삼아 막걸리 한 잔 마시네.
요즘은 시도 돈 받고 파는 세상이니
오릉땅 진중자의 청렴만을 내세우지는 않으리라.

*진중자(陳仲子)는 제나라 오릉(於陵)에 살았던 청렴한 선비.

是是非非詩 시시비비시
- 시시비비 -

年年年去無窮去 日日日來不盡來 년년년거무궁거 일일일래부진래
年去月來來又去 天時人事此中催 년거월래래우거 천시인사차중최

이 해 저 해 해가 가고 끝없이 가네.
이 날 저 날 날은 오고 끝없이 오네.
해가 가고 날이 와서 왔다가는 또 가니
천시(天時)와 인사(人事)가 이 가운데 이뤄지네.

是是非非非是是 是非非是非非是 시시비비비시시 시비비시비비시
是非非是是非非 是是非非是是非 시비비시시비비 시시비비시시비

옳은 것 옳다 하고 그른 것 그르다 함이 꼭 옳진 않고
그른 것 옳다 하고 옳은 것 그르다 해도 옳지 않은 건 아닐세.
그른 것 옳다 하고 옳은 것 그르다 함, 이것이 그른 것은 아니고
옳은 것 옳다 하고 그른 것 그르다 함, 이것이 시비일세.

*재미있는 듯도 하고 난해하기도 하고...마치 이상의 시를 보는듯..

蘭皐平生詩 난고평생시
- 나의 평생 -

鳥巢獸穴皆有居 顧我平生獨自傷 조소수혈개유거 고아평생독자상
芒鞋竹杖路千里 水性雲心家四方 망혜죽장로천리 수성운심가사방
尤人不可怨天難 歲暮悲懷餘寸腸 우인불가원천난 세모비회여촌장
初年自謂得樂地 漢北知吾生長鄕 초년자위득락지 한북지오생장향
簪纓先世富貴人 花柳長安名勝庄 잠영선세부귀인 화류장안명승장
隣人也賀弄璋慶 早晩前期冠蓋場 인인야하농장경 조만전기관개장
髮毛稍長命漸奇 灰劫殘門飜海桑 발모초장명점기 회겁잔문번해상
依無親戚世情薄 哭盡爺孃家事荒 의무친척세정박 곡진야양가사황
終南曉鍾一納履 風土東邦心細量 종남효종일납리 풍토동방심세양
心猶異域首丘狐 勢亦窮途觸藩羊 심유이역수구호 세역궁도촉번양
南州從古過客多 轉蓬浮萍經幾霜 남주종고과객다 전봉부평경기상
搖頭行勢豈本習 闋口圖生惟所長 요두행세기본습 결구도생유소장
光陰漸向此中失 三角靑山何渺茫 광음점향차중실 삼각청산하묘망
江山乞號慣千門 風月行裝空一囊 강산걸호관천문 풍월행장공일낭
千金之子萬石君 厚薄家風均試嘗 천금지자만석군 후박가풍균시상
身窮每遇俗眼白 歲去偏傷빈髮蒼 신궁매우속안백 세거편상빈발창
歸兮亦難佇亦難 幾日彷徨中路傍 귀혜역난저역난 기일방황중로방

새도 둥지가 있고 짐승도 굴이 있건만
내 평생을 돌아보니 너무나 가슴 아파라.
짚신에 대지팡이로 천 리 길 다니며
물처럼 구름처럼 사방을 내 집으로 여겼지.
남을 탓할 수도 없고 하늘을 원망할 수도 없어
섣달 그믐엔 서글픈 마음이 가슴에 넘쳤지.
초년엔 즐거운 세상 만났다 생각하고
한양이 내 생장한 고향인 줄 알았지.
집안은 대대로 부귀영화를 누렸고
꽃 피는 장안 명승지에 집이 있었지.
이웃 사람들이 아들 낳았다 축하하고
조만간 출세하기를 기대했었지.
머리가 차츰 자라며 팔자가 기박해져
뽕나무밭이 변해 바다가 되더니,
의지할 친척도 없이 세상 인심 박해지고
부모 상까지 마치자 집안이 쓸쓸해졌네.
남산 새벽 종소리 들으며 신끈을 맨 뒤에
동방 풍토를 돌아다니며 시름으로 가득 찼네.
마음은 아직 타향에서 고향 그리는 여우 같건만
울타리에 뿔 박은 양처럼 형세가 궁박해졌네.
남녘 지방은 옛부터 나그네가 많았다지만
부평초처럼 떠도는 신세가 몇 년이나 되었던가.
머리 굽실거리는 행세가 어찌 내 본래 버릇이랴만
입 놀리며 살 길 찾는 솜씨만 가득 늘었네.
이 가운데 세월을 차츰 잊어 버려
삼각산 푸른 모습이 아득하기만 해라.
강산 떠돌며 구걸한 집이 천만이나 되었건만
풍월시인 행장은 빈 자루 하나뿐일세.
천금 자제와 만석군 부자
후하고 박한 가풍을 고루 맛보았지.
신세가 궁박해져 늘 백안시 당하고
세월이 갈수록 머리 희어져 가슴 아프네.
돌아갈래도 어렵지만 그만둘래도 어려워
중도에 서서 며칠 동안 방황하네.
*난고(蘭皐)는 김삿갓의 호이다.

喪配自輓 상배자만
- 아내를 장사지내고-

遇何晩也別何催 未卜其欣只卜哀 우하만야별하최 미복기흔지복애
祭酒惟餘醮日釀 襲衣仍用嫁時裁 제주유여초일양 습의잉용가시재
窓前舊種少桃發 簾外新巢雙燕來 창전구종소도발 염외신소쌍연래
賢否卽從妻母問 其言吾女德兼才 현부즉종처모문 기언오녀덕병재
만나기는 왜 그리 늦은 데다 헤어지기는 왜 그리 빠른지
기쁨을 맛보기 전에 슬픔부터 맛보았네.
제삿술은 아직도 초례 때 빚은 것이 남았고
염습옷은 시집 올 때 지은 옷 그대로 썼네.
창 앞에 심은 복숭아 나무엔 꽃이 피었고
주렴 밖 새 둥지엔 제비 한 쌍이 날아 왔는데
그대 심성도 알지 못해 장모님께 물으니
내 딸은 재덕을 겸비했다고 말씀하시네.

*시집 온 지 얼마 안 되는 아내의 상을 당한 남편을 대신하여 지은 시이다.
아내가 떠난 집에 제비가 찾아오고 복숭아 꽃이 피니, 아내를 그리는 정이 더욱 간절해짐을 표현했다.

老吟 노음
늙은이가 읊다

五福誰云一曰壽 堯言多辱知如神 오복수운일왈수 요언다욕지여신
舊交皆是歸山客 新少無端隔世人 구교개시귀산객 신소무단격세인
筋力衰耗聲似痛 胃腸虛乏味思珍 근력쇠모성사통 위장허핍미사진
內情不識看兒苦 謂我浪遊抱送頻 내정부식간아고 위아랑유포송빈

오복 가운데 수(壽)가 으뜸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오래 사는 것도 욕이라고 한 요임금 말이 귀신 같네.
옛친구들은 모두 다 황천으로 가고
젊은이들은 낯설어 세상과 멀어졌네.
근력이 다 떨어져 앓는 소리만 나오고
위장이 허해져 맛있는 것만 생각나네.
애 보기가 얼마나 괴로운 줄도 모르고
내가 그냥 논다고 아이를 자주 맡기네.

*요임금이 말하기를 아들이 많으면 근심이 많아지고 부귀하면 일이 많으며 장수하면 욕된 일이 많아 진다고 했다.
오복(五福)의 첫째는 장수(長壽)라 하나 늙으면 버림 받고 외로워지니 요임금이 이를 알고 長壽는 多辱이라 했다.



김삿갓의 사랑
함경도 단천에서 한 선비의 호의로 서당을 차리고 3년여를 머무렀는데 가련은 이 때 만난 기생의 딸이다.
그의 나이 스물 셋, 힘든 방랑길에서 모처럼 갖게 되는 안정된 생활과 아름다운 젊은 여인과의 사랑... 그러나 그 어느 것도 그의 방랑벽은 막을 수 없었으니 다시 삿갓을 쓰고 정처없는 나그네 길을 떠난다.

離別 이별
- 이별 -

可憐門前別可憐 가련문전별가련
可憐行客尤可憐 가련행객우가련
可憐莫惜可憐去 가련막석가련거
可憐不忘歸可憐 가련불망귀가련

가련의 문 앞에서 가련과 이별하려니
가련한 나그네의 행색이 더욱 가련하구나.
가련아, 가련한 이 몸 떠나감을 슬퍼하지 말라.
가련을 잊지 않고 가련에게 다시 오리니.

贈某女 증모녀
- 어느 여인에게 -

客枕條蕭夢不仁 滿天霜月照吾隣 객침조소몽불인 만천상월조오린
綠竹靑松千古節 紅桃白李片時春 녹죽청송천고절 홍도백리편시춘
昭君玉骨湖地土 貴비花容馬嵬塵 소군옥골호지토 귀비화용마외진
人性本非無情物 莫惜今宵解汝거 인성본비무정물 막석금소해여거

나그네 잠자리가 너무 쓸쓸해 꿈자리도 좋지 못한데
하늘에선 차가운 달이 우리 이웃을 비추네.
푸른 대와 푸른 솔은 천고의 절개를 자랑하고
붉은 복사꽃 흰 오얏꽃은 한 해 봄을 즐기네.
왕소군의 고운 모습도 오랑케 땅에 묻히고
양귀비의 꽃 같은 얼굴도 마외파의 티끌이 되었네.
사람의 성품이 본래부터 무정치는 않으니
오늘 밤 그대 옷자락 풀기를 아까워하지 말게나.

*왕소군은 한나라 원제(元帝)의 궁녀로 중국 4대미인 중하나. 흉노 땅에서 죽음.
*마외파는 안녹산의 난이 일어났을때 양귀비가 피난 갔다가 죽은 곳.
*김삿갓이 전라도 어느 마을을 지나다가 날이 저물어 커다란 기와집을 찾아갔다.
주인은 나오지 않고 계집종이 나와서 저녁상을 내다 주었다.
밥을 다 먹은 뒤에 안방 문을 열어보니 소복을 입은 미인이 있었는데 독수공방하는 어린 과부였다.
밤이 깊은 뒤에 김삿갓이 안방에 들어가자 과부가 놀라 단도를 겨누었다.
김삿갓이 한양으로 과거 보러 가는 길인데 목숨만 살려 달라고 하자 여인이 운을 부르며 시를 짓게 하였다.

溺缸 요항
- 요강 -

賴渠深夜不煩扉 令作團隣臥處圍 뢰거심야부번비 영작단린와처위
醉客持來端膽膝 態娥挾坐惜衣收 취객지래단담슬 태아협좌석의수
堅剛做體銅山局 灑落傳聲練瀑飛 견강주체동산국 쇄락전성연폭비
最是功多風雨曉 偸閑養性使人肥 최시공다풍우효 투한양성사인비

네가 있어 깊은 밤에도 사립문 번거롭게 여닫지 않아
사람과 이웃하여 잠자리 벗이 되었구나.
술 취한 사내는 너를 가져다 무릎 꿇고
아름다운 여인네는 널 끼고 앉아 살며시 옷자락을 걷네.
단단한 그 모습은 구리산 형국이고
시원하게 떨어지는 물소리는 비단폭포를 연상케 하네.
비바람 치는 새벽에 가장 공이 많으니
한가한 성품 기르며 사람을 살찌게 하네.

元生員 원생원
- 원생원 -

日出猿生原 일출원생원
猫過鼠盡死 묘과서진사
黃昏蚊첨至 황혼문첨지
夜出蚤席射 야출조석사

해 뜨자 원숭이가 언덕에 나타나고
고양이 지나가자 쥐가 다 죽네.
황혼이 되자 모기가 처마에 이르고
밤 되자 벼룩이 자리에서 쏘아대네.

*김삿갓이 북도지방의 어느 집에 갔다가 그곳에 모여 있던 마을 유지들을 놀리며 지은 시이다.
구절마다 끝의 세 글자는 원 생원(元生員), 서 진사(徐進士), 문 첨지(文僉知), 조 석사(趙碩士)의 음을 빌려 쓴 것이다.

辱說某書堂 욕설모서당
- 서당 욕설시 -

書堂乃早知 서당내조지
房中皆尊物 방중개존물
生徒諸未十 생도제미십
先生來不謁 선생내불알

서당을 일찍부터 알고 와보니
방 안에 모두 귀한 분들일세.
생도는 모두 열 명도 못 되고
선생은 나와 보지도 않네.

*추운 겨울날 서당에 찾아가 재워주기를 청하나 훈장은 미친 개 취급하며 내쫓는다.
인정없는 훈장을 욕하는 시. 역시 한자를 우리말 음으로 읽어야 제 맛이 난다.

破格詩 파격시
- 파격시 -

天長去無執 花老蝶不來 천장거무집 화로접불래
菊樹寒沙發 枝影半從池 국수한사발 지영반종지
江亭貧士過 大醉伏松下 강정빈사과 대취복송하
月利山影改 通市求利來 월이산영개 통시구이래

하늘은 멀어서 가도 잡을 수 없고
꽃은 시들어 나비가 오지 않네.
국화는 찬 모래밭에 피어나고
나뭇가지 그림자가 반이나 연못에 드리웠네.
강가 정자에 가난한 선비가 지나가다가
크게 취해 소나무 아래 엎드렸네.
달이 기우니 산 그림자 바뀌고
시장을 통해 이익을 얻어 오네.

*이 시는 모든 글자를 우리말 음으로 읽어야 제맛이다.
천장에 거미(무)집 / 화로에 겻(접)불 내
국수 한 사발 / 지렁(간장) 반 종지
강정 빈 사과 / 대추 복숭아
월리(워리) 사냥개 / 통시(변소) 구린내

辱孔氏家 욕공씨가
- 공씨네 집을 욕하며 -

臨門老尨吠孔孔 임문노방폐공공
知是主人姓曰孔 지시주인성왈공
黃昏逐客緣何事 황혼축객연하사
恐失夫人脚下孔 공실부인각하공

문 앞에서 늙은 삽살개가 콩콩 짖으니
주인의 성이 공가인 줄 알겠네.
황혼에 나그네를 쫓으니 무슨 까닭인가
부인 다리 아랫구멍을 잃을까 두려운거지.

*구멍 공(孔)자를 공공(개 짖는 소리), 공가(성), 구멍이라는 세 가지 뜻으로 썼다.
공씨 집에서 쫒겨난 것을 분풀이 한 해학시

虛言詩 허언시
- 허언시 -

靑山影裡鹿抱卵 청산영리녹포란
白雲江邊蟹打尾 백운강변해타미
夕陽歸僧계三尺 석양귀승계삼척
樓上織女낭一斗 누상직녀낭일두

청산 그림자 속에 사슴이 알을 품고
백운 지나가는 강변에서 게가 꼬리를 치는구나.
석양에 돌아가는 중의 상투가 석 자나 되고
베틀에서 베를 짜는 계집의 불알이 한 말이네.

*사슴이 알을 품고 게가 꼬리를 치며, 중이 상투를 틀고 계집에게 불알이 있을 수 있으랴. 허망하고 거짓된 인간의 모습을 말 장난으로 그림으로써 당시 사회를 해학적으로 조롱했다.

胡地花草 호지화초
- 오랑캐 땅의 화초 -

胡地無花草 호지무화초
胡地無花草 호지무화초
胡地無花草 호지무화초
胡地無花草 호지무화초

오랑캐 땅에 화초가 없다지만
오랑캐 땅이라고 화초가 없으랴.
오랑캐 땅에는 화초가 없더라도
어찌 땅에 화초가 없으랴.
*호(胡)자에 '오랑캐'라는 명사와 '어찌'라는 부사의 뜻이 있다.
유명한 시 '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오랑캐 땅엔 화초가 없어 봄이와도 봄같지 안네)' 패러디한 시

'漢詩♡講座'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매화예찬  (0) 2019.09.27
思無邪  (0) 2019.09.27
紫虛元君 誠諭心文  (0) 2019.09.27
九成宮醴泉銘  (0) 2019.09.27
黃石公 素書  (0) 2019.09.2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