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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筆♡揮之

逸民

by 권석낙 2019. 9. 22.




一臥空山裏 萬事等前塵

耕鑿學歌堯 隱淪異避秦

篋有三尺布 鐺留五合陳

守拙居無懼 安分志常伸

肯使晉楚富 易我藜藿貧

前路儘平坦 不用憂嶙峋

至樂常在玆 無暇念食珍

山中自閑暇 世事劇紛繽

榮辱幾相忘 魚鳥日以親

陟崗訝箕麓    臨水潁濱

賢愚雖不同 冥遯迹則純

自笑太顚狂 敢曰不讓仁

五味具成和 何必厭苦辛

成德爲君子 不負胸中春

哀此方寸地 汨汨自生榛

在朝爲賢臣 在野爲逸民

貴賤本殊道 出處亦有辰

莊生妄齊物 物理固不均

緬懷空桑翁 若將老於莘

一朝應湯騁 覺彼迷道人

求道道在斯 惟在我所遵

志節患不固 貧賤安足嚬

所以古聖賢 勉之以修身


한번 공산에 와 눕고 나니 만사가 한갓 지나간 티끌일 뿐
밭 갈고 우물 파며 격양가 배우고 숨어 살아도 亂世 때문은 아니라네
상자 속엔 석자 베 들어 있고 솥 안엔 오홉의 묵은 쌀 남았으니
못난 대로 살면 두려울 것 없고 분수 지키면 언제나 떳떳하지

진 나라 초 나라 제 아무리 부자라도 나의 이 가난과 바꾸기는 싫다네
앞 길도 참으로 평탄하여 험하리라 걱정할 것 없고
지극한 즐거움이 늘 여기에 있어 고량진미 생각날 겨를 없다네
산중은 절로 한가롭기만 한데
세상사는 어찌 그리 어지러운가

영화도 굴욕도 다 잊어 버리고 날로 친한 것 물고기와 새라네
산에 오르면 기산인가 싶고 물에 가면 영수 아닌가 한다네
현자도 있고 우자도 있지만 숨어 살면 순수하긴 일반이지
어처구니없게도 광기를 크게 부려 인은 양보하지 않으리라, 감히 말하네
오미가 갖추어져야 맛이 나는 법 쓰고 맵다고 싫어할 게 뭔가
덕을 이루어 군자가 되면 가슴 속 봄 기운 저버리지 않는 법
슬프게도 이 작은 마음자리에 무성하게 초목이 자라다니
조정에 있으면 현신이 되고 초야에 있으면 일민이 되니
귀천은 원래 길이 다르고 출처도 각기 때가 있는 법
장주는 망녕되이 제물론 썼지만 사물의 이치란 본디 균일할 수 없는 것
그 옛날 공상 고을 늙은이가 유신(有莘)에서 늙고 말 듯하더니
하루 아침에 탕의 초빙을 받고 길 잃은 사람들 길을 인도했었지
길을 찾으면 길은 거기 있는 것 내가 가느냐 여부에 달려 있을 뿐
의지가 굳지 못함이 걱정이지 빈천 따위에 어찌 눈살을 찌푸리리
그래서 옛날 성현들은 수신을 하라고 격려했다네

※ ​인은 양보하지 않으리라 : 《논어(論語)》 〈위령공(衞靈公)〉에, “인을 당하여선 스승에게도 양보하지 않는다.” 하였음.
유신(有莘)에서……말 듯하더니 : 공상은 은(殷) 나라 탕(湯) 임금의 재상인 이윤(伊尹)이 태어난 곳으로, 이윤이 유신씨(有莘氏)의 들판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가 세 차례에 걸친 탕의 초빙에 마침내 응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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