閑居 - 吉再
臨溪茅屋獨閑居(임계모옥독한거)
月白風淸興有餘(월백풍청흥유여)
外客不來山鳥語(외객불래산조어)
移床竹塢臥看書(이상죽오와간서)
개울가에 초가 짓고 한가히 홀로 사니
달 밝고 바람 맑아 즐거움이 넘쳐나네.
찾아오는 손님 없어 산새들과 벗하고
대숲으로 평상 옮겨 누워서 책을 읽네.
述志(술지) - 吉再(길재)
臨溪茅屋獨閑居
임계모옥독한거
시냇가 오막살이에 홀로 한가히 사니
月白風淸興有餘
월백풍청흥유여
달은 희고 바람 맑아 흥이 절로 나네
外客不來山鳥語
외객불래산조어
바깥손님 오지 않고 멧새들만 지저귀고
移床竹塢臥看書
이상죽오와간서
대숲 아래 자리 옮겨 누운 채 글을 읽네
讚冶隱[야은 선생을 기림]
-成石璘-
山下數間溪畔廬。산 밑 물가 둔덕에 작은 草廬초려짓고서
手栽松竹碧蕭踈。몸소 松竹송죽심어 颯爽삽상한 바람 소리 즐긴다
細君洗盞開新醞。아내는 잔을 씻어 새 술을 내오고
稚子挑燈讀古書。어린 아들은 심지 돋워 책을 읽는다
玩世肯爲中散鍛。세상 환락 등진 채 世欲세욕을 떨쳐내고
韜光正似子陵漁。村夫촌부가 되어 子陵자릉의 낚시질을 흉내내네
門前官道多冠盖。집 앞 넓은 길엔 수레가 繁多번다해도
高卧從渠自覆車。마음 비워 스스로 수레를 뒤엎었네
이 詩는 成石璘성석린이 吉冶隱길야은再재선생의 절개를 기려 지은 시다.
산 아래 溪谷계곡둔덕에 몇 간 斗屋두옥을 짓고 손수 솔이며 대를 심어 가꾸니 솔밭 대밭 사이 불어오는 바람이 삽상하다. 아내는 잔을 씻어 새로 빚은 술을 내오고, 어린 아들은 심지를 돋워가며 옛 사람의 책을 읽으니 그 소리 朗朗낭랑하다.
세상 즐거움을 등지고, 세상 욕심 버린 채 村夫촌부가 되어 嚴子陵엄자릉처럼 낚시로 消日소일한다.
벼슬을 한다면야 門前문전에 구실아치들의 수레가 줄을 서겠지. 그러나 내 스스로 수레를 뒤엎어 버리고 隱居은거하여 良心양심을 좇아 살 뿐이니 무에 거칠 것이 있겠는가.
颯爽삽상: 맑고 시원한 바람소리
散鍛산단: 얽매인 것을 풀어버림
韜光正도광정: 학자나 구실아치로서의 내 모습을 감춤
子陵자릉: 漢한나라 光武帝광무제의 친구지만 草野초야에서 낚시로 생을 보냄
冠盖관개: 수레 덮개
高臥고와: 마음 비운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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