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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감상

진달래(꽃)에 관한 시

by 권석낙 2023. 1. 7.

진달래(꽃)에 관한 시

진달래(꽃)에 관한 시.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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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진달래 / 이은상

 

수줍어 수줍어서 다 못 타는 연분홍이

부끄러 부끄러워 바위틈에 숨어 피다

그나마 남이 볼세라 고 대지고 말더라

 

<102>

진달래 / 신경림

 

얼마나 장한 일이냐

꽃과 잎 꺾이면 뿌리를 그만큼 깊이 박고

가지째 잘리면 아예

땅 속으로 파고들어가 흙과 돌을 비집고

더 멀리 더 깊이 뿌리 뻗는 일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이냐

피해서 꺾이지 않고

숨어서 잘리지 않으면서

바위너설에 외진 벼랑에

새빨간 꽃으로 피어나는 일이

 

<103>

山에는 진달래가 / 배창호

 

온 산에 불이 붙은 이맘때면

살 속으로 파고드는 꽃바람 교태에

추스르지 못한

잎 샘 달의 나신인데도

한껏 추파에 눈이 멀어서

상념조차 봄눈 녹듯이

춘정에 물든 진홍빛 연서가

홍조의 물결을 이루는 만산을 빚었다

 

​오독誤讀으로 펼쳤다면

차라리 넘치기나 할 테지만

아무리 채워도 끝이 없어서

어쩌랴 바쁜 걸음 설쳐도

갈길 급한 봄날은 머무름조차 짧아

서성거리는 삶의 애환을

참꽃술이라도 빚어

지는 해라도 붙들어 볼까.

 

<104>

진달래 / 강건호

 

하얀 겨울 지나 어둠을 뚫고 온 계절

연분홍빛 쫑긋쫑긋 그리움 싸매어

그대 앞에 다가갑니다

 

애끓는 그리움 방울방울 가지 끝에 길어 올려

그대 발걸음 소리 들으려 쫑긋 세운 귀

낮 밤 가슴 여린 노루귀가 된다

 

그대 웃으며 반기는 날

연분홍으로 망울진 꽃봉오리 터트려 웃으렵니다

그대의 품 안에 안기어 분홍빛 입술에 키스하렵니다

설움의 눈물방울 그대에게 앙탈 부려 보렵니다.

 

<105>

진달래꽃 연가 / 오애숙

 

새봄엔 산등선엔 언제나 자욱하게

연분홍빛 풋풋함의 설레임으로 피어나는

그 옛날 강화 고려산 얽혀 있는 옛추억

 

새봄이 오는 길목 언제나 내게 있어

화사한 눈웃음에 피는 희망의 꽃이기에

가슴에 사랑의 향기 그 아름다운 추억

 

이팔청춘 아득한 젊은 날의 고옵게 핀

그대와 나의 추억 속에 희망꽃 붉게 물든

그 사랑 그 함성의 물결 휘나리는 맘

 

꽃피는 봄이 오면 보고파 지는 그리움

사랑의향기 찾으러 진달래 피는 때 되면

오늘도 이산 저산 헤매이고 있구려

 

<106>

진달래꽃 필적에 / 홍재륜

 

오실 듯 아니 오고

가신 듯 오신 것은

남은 맘 앗아가리오.

 

흐드러지고도 단정하고

화려하면서도 정숙하고

살랑댄 교태마저 수줍다니

남은 맘 앗아가리오.

 

어디에선가 언 듯

소생(甦生)으로 보인 맘에 이른 꽃잎 떨구고

떨쳐낸 봄비마저 부질없어 하던 맘에

파릇함을 돋아내는 기막힌 사연에는

풀어헤칠 설움만 여태입니다.

 

더할 맘 두어두고

온전히 피워두고 가실 적에는

못다 푼 맘으로 죽어도 볼까요.

 

가신 듯 아니 가고

오실 듯 아주 가신적도 없어

풀어헤칠 남은 맘엔

여태껏 당신의 이름으로 불러봅니다.

 

<107>

진달래 산천 / 신동엽

 

길가엔 진달래 몇 뿌리

꽃 펴 있고,

바위 모서리엔

이름 모를 나비 하나

머물고 있었어요

 

잔디밭엔 장총(長銃)을 버려 던진 채

당신은

잠이 들었죠.

 

햇빛 맑은 그 옛날

후고구렷적 장수들이

의형제를 묻던,

거기가 바로

그 바위라 하더군요.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은

산으로 갔어요

뼛섬은 썩어 꽃죽 널리도록.

 

남햇가,

두고 온 마을에선

언제인가, 눈먼 식구들이

굶고 있다고 담배를 말으며

당신은 쓸쓸히 웃었지요.

 

지까다비 속에 든 누군가의

발목을

과수원 모래밭에선 보고 왔어요.

 

꽃 살이 튀는 산 허리를 무너

온종일

탄환을 퍼부었지요.

 

길가엔 진달래 몇 뿌리

꽃 펴 있고,

바위 그늘 밑엔

얼굴 고운 사람 하나

서늘히 잠들어 있었어요

 

꽃다운 산골 비행기가

지나다

기관포 쏟아놓고 가버리더군요.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은

산으로 갔어요.

그리움은 회올려

하늘에 불붙도록.

뼛섬은 썩어

꽃죽 널리도록.

 

바람 따신 그 옛날

후고구렷적 장수들이

의형제를 묻던

거기가 바로

그 바위라 하더군요.

 

잔디밭엔 담배갑 버려 던진 채

당신은 피

흘리고 있었어요

 

<108>

진달래 나에게 하는 말 / 이병주

 

내 마음 창가에 별빛 비치는 곳

마음 한편에 사랑방 지어 놓고

소꿉놀이하던 어릴 때

스칠 때마다 몰래 몰래

키워놓은 여린 사랑을

 

지금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머리에 질끈 동여매어진

세월 띠 풀어 떠나가는 겨울 속에 내던지고

그 시절로 가려 해도 가지 못하고 헤맬 때

 

겨우내 눈 속에서 봄을 기다렸던

진달래 나에게 하는 말

자기들 사랑은 그냥 기다리고 있다가

흐르는 세월에 의지하여

못 다한 사랑 피울 수 있다고

 

<109>

진달래 꽃 / 성진명

 

마법에 걸린

열다섯

순이,

부끄럼 감추려고

엄마

치맛자락 끌어당겨

자꾸만 숨는구나!

 

서툰

몸짓에

온 산을 벌겋게

물들이는

봄날의 수채화.

 

<110>

진달래꽃 / 서 화

 

진달래꽃 향기가

내 콧등을 콕콕 찌르더니

 

자금은 아예

내 가슴으로 뛰어듭니다

 

나도 처음에

그대 뺨만 바라보다 이젠

붉은 피로 물들려해요

 

그리움에 빠져 상기된

진달래꽃은

내 심장과 닮았습니다

 

<111>

진달래 연정 / 김덕성

 

소슬바람에 실려 오는 향내

새 생명이 움트는데

 

봄과 함께 사푼히 오셔서

저만치서 기다리시네

 

은은한 연분홍으로

사랑의 바다를 이루어 놓은

화려한 진달래꽃

 

고운 사랑을 품고

연분홍빛으로 아름답게 수를 놓은

사랑의 고운님

 

깊은 정이 흐르고

향긋한 향내로 오시는 사랑의 임은

영원한 나의 꽃 사랑이로소이다.

 

<112>

진달래 / 한분순

 

산 기슭

질펀히 누워

삼월(三月)을 안고 떠는

잘 익은 봄볕에 닿아

살 냄새의

유혹이며

몸뚱이

서리고 서리어

손자욱 남은

상채기......

 

<113>

진달래의 기억 / 이원문

 

보리밭 지나는 길

진달래 탐스럽고

가냘피 예쁜 꽃

바람에 여민다

 

우리 집 이웃 집 울

개나리꽃 두른 봄

앞산 자락 울긋 불긋

누가 딛어 돌아 갈까

 

나물 캐는 아이들

한 나절 짧아지고

봄 놀이의 징소리

아련히 들려온다

 

<114>

진달래 / 신경림

 

1

냇물 타고 내려온 복대기가

마당을 덮은 가겟집

씨리목 산울타리에

진달래가 섞여 피었다

 

키가 큰 그 집 의붓딸이

나는 좋았다

가겟방 들마루에 나앉으면

소나무 가지 사이로

달 뜨는 게 보이고

 

그애 제 죽은 애비 자랑에

툭하면 밤이 깊었다

후미진 골짝 돌자갈 밑에 누워

소쩍새 울음에 눈물 삼킬 그애 애비

 

2

나는 삼짇날 그애 꿈을 꾼다

산울타리에 섞여 피던

진달래를 본다

재봉틀에 손 찔리며

쏟아지는 잠 쫓는 그애의 딸을 본다

 

골목 안을 서성대는

가난한 어머니를 본다

 

무엇인가

우리를 하나로 묶고 있는

이 길고 질긴 줄은

 

소나무 사이로

달 뜨는 걸 본다

 

<115>

꽃시 / 홍해리(洪海里)

- 진달래

 

안아 주세요

안아 주세요.

 

산마루에서

아지랑이 일고,

 

풀잎 돋아나는

따뜻한 가슴마다,

 

피 흐르는 피 흐르는

물소리 돋고,

 

벌겋게 열이 오른

산이 날아오른다.

 

<116>

진달래꽃 / 김명배

 

산비둘기

울음

뒤에 숨어서

울먹이는

아이야.

 

진달래꽃

입에 가득

물고도

서러울까,

왜 서러울까.

 

「계집 죽고

자식 죽고」

 

<117>

진달래 사랑 / 오보영

 

아무래도 개나리

너 혼자만으론

곱기만 한 노란 모습만으론

다가온 봄

한가득 채워 넣기가

조금은 힘에 겨울 것 같아

나 네 옆에서 조용히 피워 올랐다

분홍 얼굴로

네 노란 빛

좀더 곱게 받쳐주려고

봄 찾는 맘

좀 더 환히 비쳐주려고

 

<118>

진달래 / 권경업

 

어느 산사람

젊은 제 영혼 지고 넘던

하얀 능선

여린 가지 끝에

맺혔던 얼음꽃의

싸한 아픔이

이제사 붉은 울음

알몸으로 터트리는

진달래는 겨울꽃

 

<119>

진달래 꽃 / 김영길

 

잔설(殘雪)이 소복한 눈 속에서

잎사귀는 눈을 뜨지 못 한 채

 

아름다움을 자랑하고파 빨강

진달래꽃부터 만발하였네!

 

다정한 아침 햇살도 잔설을 녹여

주시며 반가워 입맞춤해 주시네!

 

잔설이 반사하여 도화지에 그린

한 폭의 아름다운 꽃같이 고와라

 

진달래꽃의 아름다운 얼굴이

햇살에 반사되어 꽃의 고운 향기와

 

사랑의 향연이 참 아름다운

정경이 찬란하도다.

 

<120>

진달래(2) /김대원

 

붉혀 웃는 순진 소녀

꽃너울 흐르는 혼

온 산천 불태우며

가는 겨울 슬피우니

해 묵은 잔디밭에

신 생명 돋아나네

 

온 종이 지켜보던 태양

훈풍 불어 너 쓰다듬고

긴 겨울 몸서리치던 추위

촌음이나 잊혀 보려고

애써 애써 너를 지키다

 

지려는 해 기어이 서산에 지니

아쉬운 듯 포르르 떠는 구나

 

석양 따라 나르던 솔새

곁에 불러 잠재우며

임 꿈 봄 꿈 꾸게 하는

붉혀 웃는 저 진달래.

 

<121>

진달래꽃 / 권도중

 

이 땅 위 햇살 돋는 4월의 바람 속을

참꽃 참꽃 진달래야 심지 않아도 잊지 않고

한없이 용서한 후에 다시 피는 혼이다

그냥은 갈 수 없어 너를 두고 갈 수 없어

잔잔한 햇살 그늘로나 흙에 스며 잠겼다가

한 세상 목숨의 허물 다 벗어도 남는 한

잃었는 먼 먼 사람 바람 되어 두고 간 정

몰랐던 내 숨결도 매듭매듭 풀고 넘어

못 가본 산 계곡에도 연년세세年年歲歲 내가 핀다

나 또한 저승 갈 제 따슨 이 길목 돌아갈 제

사랑했기 때문에 이 흙 속을 내가 묻고

잊어도 다시 피리라 이 산하 따스함에

 

<122>

진달래 / 윤의섭

 

봄 봄 봄날에

진달래 피면

솔 아래 사이사이

점점이 붉어

온산을 꽃향기로 가득 채우네

꽃잎 한 잎 따서

입에 넣으면

생긋한 꿀맛

민족의 냄새 품은

진달래 정서가 온몸으로 퍼지네

 

신념 청렴의

현란한 참꽃

신선함을 풍기는

애틋한 사랑

내 마음의 발길이 산으로 가네.

 

<123>

진 달 래 / 유응교

 

너는

하나의

작은 꽃불

 

청솔가지위에

서럽게

누워 있는

너는

하나의 작은

꽃불

 

사랑하는 이의

흘리는 눈물에

한없이 젖어 꺼지고 싶은

작은 꽃불

 

사랑하는 이의

고독한 가슴에

처연하게 타오르고픈

하나의 작은 꽃불

 

사랑하는 이의

외로운 창가에

밤을 새워

불 밝히고 싶은

하나의 작은 꽃불

 

<124>

진달래 山川 / 서지월

 

진달래꽃 속에는 조그만

草家집 한 채 들어있어

툇마루 다듬잇돌 다듬이 소리

쿵쿵쿵쿵 가슴 두들겨 옵니다.

 

기름진 땅 착한 百姓

무슨 잘못 있어서 얼굴 붉히고

큰일난 듯 큰일난 듯 발病이 나

버선발 딛고 아리랑고개 넘어왔나요.

 

꽃이야 五千年을 흘러 피었겠지만

한 떨기 꽃속에 草家집 한 채씩

李太白 달 밝은 밤 저어내어서

대낮이면 들려오는 다듬이 소리,

 

어머니 누나들 그런 날의 山川草木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쿵쿵쿵쿵 물방아 돌리며 달을 보고

흰 적삼에 한껏 붉은 진달래꽃물 들였었지요.

 

<125>

진달래 / 최영희

 

소백산이 줄달음치다

툭 떨구고 갔다는 두악산

봄이면 두악 산자락

진달래

내 가슴 젖도록 피었네

산은 분홍빛

나는 진달래가 좋았네

이 산 저 산

슬픔을 피워 좋았네

그리움 피워 좋았네

 

봄이면 봄마다

산마다 들마다

진달래 피기 시작하면

가슴은 다시 젖네

내 어린

진달래꽃물로.

 

<126>

진달래꽃 / 나명욱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신다면

아니 보게 바로 빨리 돌아보고 가시옵소서

 

나 싫다 가시는 님

뒷모습조차 꼴도 보기 싫으니

어서어서 그림자조차 보이지 말고 멀리 가시옵소서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따라 한 잎도 가져가지 마시옵고

몽땅 내 곁에 두고

평생을 그 꽃잎만 갖고도 부귀영화 누리도록

금가루나 훌훌 뿌려두고 몸만 얼른 떠나옵소서

 

가시는 걸음걸음

노또 복권 당첨된 돈이나

무더기로 무더기로 깔아놓고

내가 지나는 걸음걸음마다

그 돈이나 즈려 밟고

권력 명예 맘대로 사서 골프나 휘두르며 살도록

나에게 좋은 일이나 실컷 하고

죽어서나마 천당에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신다면

멀리 향기 짙은 호박꽃이나 하나 만나

부디부디 만수무강 흰머리 날릴 때까지 성희롱하다

저승 길에 가서나 호강하며 행복하게 사시옵소서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도록

 

<127>

진달래꽃 / 윤꽃님

 

지난 주까지도 아무렇지 않았다

온순하고 침착하고

가장 일상적이었다

평범한 삶만이 오래 살 수 있다고

느린 사랑만이 길게 갈 수 있다고

잘 버텨왔었다

겨울의 삭막함이 능력인 오늘

메마른 공기 속에서

봄의 열정이 잠시 한눈 팔았다

실낙원의 위험을 무릅쓰고

그 낭만성을 실토해 버렸다

봄은 역시 봄이다

시대가 어떻든 봄이면 늘

누군가는 봄바람에 발열되어

울컥 각혈하며 상사병을 앓는다

 

<128>

진달래 연정 / 김선목

 

봄바람 꽃바람 바람 좋은 날

이산 저산 품을 듯이

붉은 연정이 아우성이다

 

화려한 절색 아리따움에 반한

열 수컷이 사모하는

연분홍 치마폭이 뜨겁다.

 

사랑의 열정이 물들어 타오른

진홍빛 꽃잎은

메마른 가슴을 터트린다.

 

<129>

아기 진달래 / 윤갑수

 

산마루 양지 녘에

봄바람 살랑이고

 

햇살은 따사로이

꽃잎을 애무하니

 

어여쁜 아기 진달래

소담스레 피었네.

 

<130>

진달래 / 손인하

 

봄비 소나기

흠뻑 흠뻑 잘도 옵니다

봄비 소낙비가 흠뻑 흠뻑 내려

내 작은 가슴에

가득히 넘처 흐르게 합니다

 

부슬 부슬 봄비가

하염없이 내리는 오늘

나는 그대의 내음을 찿으려

꽃향기 그윽한 산속

오솔길을 가려고 합니다

 

사랑하는 그대 여인이여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

봄처녀 봄총각 노래를 흥얼거리며

봄비에 젖은 오솔길을

걸어 보소서

 

나는 그대 오는 길목에

진달래 꽃이 되어

그대를 기다렸다가

나의 꽃 향기를 그대품에

가득히 안겨 드리려 합니다

 

그대 여인께서는

아름다운 오솔길에서

진달래 꽃향기

품에안고 진달래꽃 희롱하는

봄의 여인이 되어 보소서...!

 

<131>

진달래 / 신진기

 

햇빛에

토라지은

핑크빛 연두노랑

아기 진달래

 

봄의 요정이

새롬새롬

길가에 잔뜩 뿌려 놓고서

 

햇빛이

따사로운

파릇한 하늘바람

 

까치새 반가옵는

이른 아침

이슬 종소리

 

처녀 냄새

차오르는

봄의 파랑새

 

<132>

진달래가 / 김명배

 

진달래가 모여서

고개를 젓는다.

고개를 저으면

누가 모를까.

그때, 그 유리인형

깨뜨렸지.

내 어린 영혼에

입맞췄지.

고개를 저으면

아닌 게 될까.

진달래가 모여서

고개를 젓는다.

 

<133>

진달래꽃 피었다 하길래 / 나상국

 

하얀 눈 속에 매화꽃 피었다고

남녘에서 소식 전해 오더니

3월 초

어디선가

꽃샘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진달래꽃 피었다 하길래

김소월을 만나려

산에 올랐는데

천리안을 이리저리

돌려보아도

영변의 약산 진달래꽃은

보이지 않고

옷소매를 헐렁하게 여기는

꽃샘추위만

산골짜기를 헤매고 있었다

 

<134>

진달래와 어머니 / 설태수

 

진달래 숲길을 걷고 계신 어머니는

배고프던 옛날에 진달래를 얼마나 먹었는지 모른다고

하신다. 진달래 한 송이를 맛보시면서

앞산 진달래를 꺾어 와 부엌 벽 틈마다 꽂아두면,

컴컴하던 부엌이 환했다고 하신다.

진달래 맛이 옛맛 그대로라고 하신다.

얼핏 어머니의 눈빛을 살펴보니

어머니는 지금 타임머신을 타고 계셨다.

처녀 적 땋아 내린 긴 머리 여기저기에

진달래꽃이 가득 피어 있었다.

빨간 풍선처럼 이 산 저 산을 마구 떠다니시는 듯했다.

(어머니, 너무 멀리 가지 마셔요.) 하고 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는데,

산에 피는 꽃이나 사람꽃이나 사람 홀리긴

매한가지라시며,

춘천을 오갈 때는 기차를 타라고 하신다.

일주일에 내가 이틀씩 다니는 경춘가도의

꽃길이, 마음에 걸리신 모양이다.

어머니 말씀이 제겐 詩로 들리네요

하니깐, 진달래 숲길에서 어머닌

진달래꽃 같은 웃음을 지으신다.

 

<135>

너무도 슬픈 사실 / 박팔양

 

- 봄의 선구자 '진달래'를 노래함 -

 

날더러 진달래꽃을 노래하라 하십니까

이 가난한 시인더러 그 적막하고도 가냘픈 꽃을

이른 봄 산골짜기에 소문도 없이 피었다가

하루아침 비바람에 속절없이 떨어지는 꽃을

무슨 말로 노래하라 하십니까

 

노래하기엔 너무도 슬픈 사실이외다

백일홍처럼 붉게붉게 피지도 못하는 꽃을

국화처럼 오래오래 피지도 못하는 꽃을

노래하느니 차라리 붙들고 울것이외다

 

친구도 이미 그 꽃을 보셨으리다

화려한 꽃들이 하나도 피기 전에

찬바람 오고가는 산허리에 쓸쓸하게 피어있는

봄의 선구자 연분홍진달래꽃을 보셨으리다

 

진달래꽃은 봄의 선구자외다

그는 봄의 소식을 먼저 전하는 예언자이며

봄의 모양을 먼저 그리는 선구자외다

비바람에 속절없이 지는 그 엷은 꽃잎은

선구자의 불행한 수난이외다

 

어찌하야 이 나라에 태어난 이 가난한 시인이

이같이도 그 꽃을 붙들고 우는지 아십니까

그것은 우리의 선구자들 수난의 모양이

너무도 많이 나의 머릿속에 있는 까닭이외다

 

노래하기에는 너무도 슬픈 사실이외다

백일홍같이 붉게붉게 피지도 못하는 꽃을

국화와 같이 오래오래 피지도 못하는 꽃을

모진 비바람 만나 흩어지는 가엾은 꽃을

노래하느니 차라리 붙들고 울 것이외다

 

그러나 진달래 꽃은

오려는 봄의 모양을 그 머릿속에 그리면서

찬바람 오고가는 산허리에서

오히려 웃으며 말할 것이외다

"오래오래 피는 것이 꽃이 아니라

봄철을 먼저 아는 것이 정말 꽃이라"고

 

<136>

진달래 / 김말란

 

산자락 연분홍빛 물들이고

누굴 끌어안으려 하시나요

 

임의 고운 향기 오래도록

가슴에 묻고 싶었건만

어찌 다른 곳으로 향하시나요

 

일 년을 기다려왔던 당신인데

내 안에 피어있기

부족하다 하십니까

 

산 넘고

바람 타고

힘들게 오신 당신

 

나 혼자만 가질 수 없는 당신이기에

아픈 가슴 뒤로하고

멀리서나마

당신을 지켜볼 수밖에요

 

<137>

진달래꽃 / 나상국

 

산이 좋아 산에 사는가?

산이 좋아 산에서 피는가?

진달래꽃

 

이불위에 그려놓은

소녀의 초경처럼 피어나

산 여기저기 이산 저산

온 산을

불 지르네!

 

 

산이 좋아 산에 사는 꽃

산이 좋아 산에서 피는 꽃

돌산에

만산에 진달래꽃

 

바람난 여인의 향기

허기진 사랑처럼

이산 저산 붉게 번지네

주체할 수 없는 그리움

사내의 떨리는 혼을 사르어

한낮의 뜨거워진 정사

붉게 주름진 치마 펼쳐

화전위에 뜨겁게 피어나는 꽃

 

보쌈당해

항아리 속 깊숙이

그윽한 향으로 익어

그리움을 달랠 길 없는

남정네의 입술이 부르트도록

술잔 가득히 고여 피어나는 꽃

두견화

 

<138>

진달래 돌 / 권달웅

 

풍도에서 만났다.

오랜 날 파도에 닳아

피부가 매끄럽고 알락달락한

작두콩알 만한 진달래 돌,

돌 속에서 나온 빛깔이

진달래 꽃망울처럼 고와

향나무 받침대에 앉혀놓으니

이내 발그스름한 진달래가 핀다.

날마다 눈을 맞추니

아지랑이 피는 먼 산언덕이

온통 진달래꽃이다.

내 마음 속에서도

꽃마중 나온 봄처녀처럼

불긋불긋 진달래가 핀다.

 

<139>

진달래 / 김기전

 

분홍빛 진달래를 보니

당신의 예쁜 입술이 생각났어요

 

언제나 애틋했던 당신은

진달래를 많이 닮은 것 같습니다

 

오빠는 스타일이 좋아서

다른 여자들도 좋아할 거라면서

 

입술을 뽀로통하게 내밀며

바람피우면 짐승이라 말했었죠

 

그렇게 입술을 오므리면

귀여워서 입 맞추고 싶었답니다

 

오래전에 내 곁을 떠났지만

행복했던 순간은 잊을 수가 없네요

 

살짝 미운 적 있어도 사랑

했었던 그대가 그립기만 합니다

 

<140>

내 사랑 진달래 / 조미경

 

산허리 돌아

영글어진 꽃망울

첫눈에 반해 버렸네

 

뒤엉켜진 가지 사이

비집고 나와

점박이 꽃송이

자랑하네

 

알알이 영글어진

풍만한 가슴

연분홍 립스틱

진달래 향기

외롭다 짝지었네

 

둥지 틀며 손잡아 주는

내 사랑 진달래

 

<141>

고려산 진달래 / 박태강

 

바람 없는 온- 산에

붉은 불이 붙어

화알 활 타오른다

 

붉은 불은

연기도 없고

냄새도 없이 붉게 타 오른다

 

모두들 산불이 좋아

불구경 하면서

일열로 장사진을 친다

 

온산이 타오르는 데

솔방울 튀는 소리

찰칵 찰칵 소리 들린다

 

구경하는 사람이

붉게 타고 있다

불구경 하면서 한줄로 타고 있다

 

정신을 잃고

모두 불속으로

화알 활 타면서 뛰어든다.

 

<142>

진달래 / 김복환

 

엷고

아슬아슬한 색으로

지난 인사를 해 온다.

 

늦은 것도 아닌데

수줍은 겸손으로

삐죽거리면

안절부절한 소녀의 모습이다.

 

낮은 곳에

남길 이야기가 있었는지

고운 입 벌려

낮은 소리로 채우고 있다.

 

얕은 바람의 이야기로

봄나그네의 귓가에 속삭이며

발길을 잡아 당기고 있다.

 

<143>

소백산 진달래 / 최영희

 

내 고향 소백산자락

봄마다 피고 지던 진달래꽃이여

지금도 그대로 피고 있느뇨

 

밤마다 우던 소쩍새 소리

열세 살 내 애간장 녹이고도 남았고

어머니 가신 길 따르지 못해

봄마다 앞산 뒷산

내 그리움처럼 번져가던

분홍빛 진달래꽃 무리들

세월까지 희끗해진 내 나이

추스르지 못한 그리움 끝 자락

내 고향 소백산 그 깊은 산중

아직도 어미 찾던 그때 그 부엉이

먼 산을 울고

무더기, 무더기

진달래

올해도 그대로 피워 냈을까?

 

<144>

어미 진달래의 마음 / 김상화

 

바위틈에 웅크리고 앉아

봄비로 세수한 진달래

맑은 햇살 받아 화장했다네

 

엄동설한 칼바람 견디며

모질게 자란 어미

자식만은 하늘 아래

 

제일 예쁜 꽃순이 잉태하였네

모레쯤 태어날 꽃순이

분홍치마 곱게 입혀

고운 얼굴 세상에 보이려 하네

 

<145>

진달래 / 김덕성

 

봄이면

겨우내 잠겨 두었던 창문이 열리면

짙은 봄 향이

폭풍처럼 스며들고

 

오랜 기다림으로

참아오던

연분홍 빛 마음

가지 끝에

머무는 꽃 봉우리

 

따스한 햇살이 내리는

봄의 입김

야들야들한 고운 입술에 품으면

수줍은 듯 열리는

연분홍 살결

 

내 가슴 속에

연분홍빛 봄꽃으로

타오르는 불꽃

사랑이 피고

비로소 봄이 열리는

사랑의 꽃.

 

<146>

진 달 래 꽃 / 김동철

 

나즈막한 산 기슭

굽이진 모퉁이

봄바람 스쳐가니

 

해맑게 수줍은

새색시 도란도란

정담을 나누네

 

따가운 햇살에

반짝이는 얼굴은

솔가지 우산 드리우고

 

미풍에 실려온

차가운 밤 이슬에

스믈스믈 피어나네

밤이 싫어

떠나간 사람

오메불망 기다리는

이 마음 바람은 알려나

 

서글픈 마음

봄비는 알려나

밤 이슬 촉촉히 맞으며

긴긴 밤 지새워도

위로할 임은 오시지 않네

 

새벽을 깨우고

여명은 밝아와도

눈물로 지새운 밤

 

피 멍든

가슴 부여안고

해맑던 새색시가

힘없는 생을

마감하네

 

<147>

석곡의 진달래꽃 / 김 헌

 

고운 님

그리워 오르는 산그리운 임

무지 보고파서 봄마다 안기는 산

수줍어

불그레해진 볼 빛이

골마다 물들어 피어오르는

지리산 진달래꽃

 

이골 저골 마다

그리운 나의님이 웃음으로 손짓하며

부를 때마다

 

웃음 흘린 자리마다

피어나는

석곡의 진달래꽃

 

내 외로움만

이리 두고 가시더니

저 높고 깊은 지리산 자락에

이 내 마음 묶어 두고

 

가여워

붉은 눈물로 피어나는가!

석곡의 진달래꽃이여

 

<148>

겨울에 핀 진달래 / 김민정

 

모두들 철 따라

떠나갔는데

 

떠난 님 그리워

예쁘게 단장하고

 

눈 비 맞으면서 도

연분홍 꽃으로

 

못다 한 사랑 이루려고

눈보라와 싸우며

 

하염없이 떠나가신 님

다시 오시길

 

추운 줄도 모르고

기다리고 있구나

 

<149>

진달래 / 이지영

 

어김없이 산야는

진달래 피어

 

암벽사이로 피어난

꽃들의 속삭임

 

색, 색깔의

아름다운 조율

 

봄비도 내리지않는

산야에

 

제홀로 진달래는

함박웃음으로 말하고 있네.

 

<150>

진달래 꽃 / 명위식

 

산마다 연분홍 꽃 지천으로

톡톡 터트려 가는 봄 날

마음은 파랑새 되어 쪽빛 하늘을 날고

 

산자락마다 핑크빛 그리움 타오르면

하염없이 사랑의 열병을 앓는다

 

저 꽃잎 지고 나면...

너무도 아쉬운 미련에

돌아앉아 다시 오랜 기다림으로

뼛속 아픔을 견뎌야 하리라

 

가까이 보아도 싫증나지 않아

더욱 정이 끌리는

수줍은 듯 소박한 미소 짓는 산처녀

 

봄에만 찾아오는 사랑의 절정

헤어지기 싫은 아린 그리움이여

 

<151>

울고 있는 진달래 / 윤의섭

 

올해에도 분홍치마 물 들여 입고

소나무 아래에서 피는 진달래

 

약산의 잔설 소식 그리워

산새 우는 소리에 눈물 짓는 진달래

 

여린 꽃잎이 촉촉한 것은

고운님 추억의 슬픔이더냐

 

약산에 진달래꽃 어여쁠때면

우는듯 웃는듯 이슬 영롱하였는데

 

그 곳 그자리에 그 때와 같이

아름다운 자태 그대로이냐

 

어찌하여 긴세월 먹구름 덮여

폭풍우 바람소리 그칠 날이 없느냐.

 

지금도 고운님이 찾아 오기를

약산의 언덕에서 기다리고 있느냐.

 

<152>

진달래꽃 / 박인걸

 

이산 저 산에

봄바람이 부니

불덩어리가 되어

벌겋게 달아오른다.

 

그리워하면

누군가를 사랑하면

얼굴에도 눈빛에도

열꽃이 핀다.

 

원초적 본능에

훌훌 벗어던지고

드러낸 속살위로

나비 떼가 날아든다.

 

죽어도 좋은

꺾어져도 싫지 않은

무장 해제한 채

비틀 거린다.

 

<153>

진달래(2) / 강희창

 

자네가

조급해 하는 마음

아네

꽃을

먼저 보내니

기다림을

더디하게나

 

<154>

먼산 진달래를 보며 / 서지월

 

봄이 오면 먼산 진달래를 보며

나는 울었다.

닿을 수 없는 하늘과

닿을 수 있는 바다의 꿈으로

세월은 피었다가 지고

그대로 우리는 ‘안녕’하고 떠나지만

찾아드는 봄날 온몸 아지랑이 피고

막막한 구름 밖에 비껴선 풍경 하나

산자락에 숨겨둔 하얀 적삼 하나

꽃 좋고 시절 좋고 바람 좋지만

먼산 진달래꽃 보며

입맛 다신 쏙독새처럼 나는 울었다.

 

<155>

화왕산 진달래꽃 / 이향지

 

꽃에게 간다

고운 것들 틈에서 하루 놀려고 간다

꽃도 아닌

꽃도 아닌

신발 한 켤레

온천에도 안가고 바다에도 안가고

화왕산 진달래꽃

활활 타는 꽃불에

그늘 태우러 간다

 

막걸리 한 잔 마시고

미나리전 한 점 먹고

<156>

진달래 / 임인규

 

열여덟 큰누이 시집갈 때

붉은 천지 소태 골 진달래

“시상에 여자팔자

올 매나 서글픈 건 디“

첫 달거리 진달래 화전

고픈 배 달래며 하염없이

입에 넣었던 참 꽃

울 엄마 연분홍색 눈물이었다.

포장마차 모진 고생

달 채우지 못한 어린새끼

탈잡은 하열의 앰뷸런스 안

“시상에 여자목숨

올 매나 질긴 것 인디“

장롱 속 깊이깊이

감춰뒀던 아들공부 시킬 돈

덜덜 떨며 보자기 끌어안고 울던

울 엄마 눈자위도 연분홍 색 이었다.

이제는 엄마도 누나도

무덤하나 동그마한데

“시상은, 시상은

여자만 눈물 인 게여! “

언제나 귀에 선한

울 엄마 목소리

무덤가에 선홍빛 진달래

무리지어 목 놓아 울며 피네

 

<157>

진달래꽃 / 김종안

 

그대여

저 능선과 산자락 굽이마다

설레임으로 태어난

그리움의 바다를 보아라

 

모진 삼동을 기어이 딛고

절정으로 다가오는

순정한 눈물을 보아라

 

그리하여 마침내

무수한 사랑의 흔적으로 지는

가엾은 설움을 보아라

 

그러나 그대는 알리라

또 전설처럼 봄이 오면

눈물과 설움은 삭고 삭아

무량한 그리움으로

다시 피어나는 것을

 

<158>

울고 있는 진달래 / 윤의섭

 

올해에도 분홍치마 물 들여 입고

소나무 아래에서 피는 진달래

 

약산의 잔설 소식 그리워

산새 우는 소리에 눈물 짓는 진달래

 

여린 꽃잎이 촉촉한 것은

고운님 추억의 슬픔이더냐

 

약산에 진달래꽃 어여쁠때면

우는듯 웃는듯 이슬 영롱하였는데

 

그 곳 그자리에 그 때와 같이

아름다운 자태 그대로이냐

 

어찌하여 긴세월 먹구름 덮여

폭풍우 바람소리 그칠 날이 없느냐.

 

지금도 고운님이 찾아 오기를

약산의 언덕에서 기다리고 있느냐.

 

<159>

진달래꽃 / 박인걸

 

이산 저 산에

봄바람이 부니

불덩어리가 되어

벌겋게 달아오른다.

 

그리워하면

누군가를 사랑하면

얼굴에도 눈빛에도

열꽃이 핀다.

 

원초적 본능에

훌훌 벗어던지고

드러낸 속살위로

나비 떼가 날아든다.

 

죽어도 좋은

꺾어져도 싫지 않은

무장 해제한 채

비틀 거린다.

 

<160>

진달래(2) / 강희창

 

자네가

조급해 하는 마음

아네

꽃을

먼저 보내니

기다림을

더디하게나

 

<161>

먼산 진달래를 보며 / 서지월

 

봄이 오면 먼산 진달래를 보며

나는 울었다.

닿을 수 없는 하늘과

닿을 수 있는 바다의 꿈으로

세월은 피었다가 지고

그대로 우리는 ‘안녕’하고 떠나지만

찾아드는 봄날 온몸 아지랑이 피고

막막한 구름 밖에 비껴선 풍경 하나

산자락에 숨겨둔 하얀 적삼 하나

꽃 좋고 시절 좋고 바람 좋지만

먼산 진달래꽃 보며

입맛 다신 쏙독새처럼 나는 울었다.

 

<162>

화왕산 진달래꽃 / 이향지

 

꽃에게 간다

고운 것들 틈에서 하루 놀려고 간다

꽃도 아닌

꽃도 아닌

신발 한 켤레

온천에도 안가고 바다에도 안가고

화왕산 진달래꽃

활활 타는 꽃불에

그늘 태우러 간다

 

막걸리 한 잔 마시고

미나리전 한 점 먹고

 

<163>

진달래 / 김종제

 

파란만장의 꽃이다

우여곡절의 꽃이다

전략의 요충지라고

나당연합군에 맞서서

7년이나 투쟁을 벌이고

피흘리며 사라졌던 백제의 꽃이다

청일 전쟁 때

저들끼리 한반도에서 싸우다가

애매하게 불타올랐던 조선의 꽃이다

대한제국을 무너뜨리려고

폐허의 땅에 꽂아 놓고

붉은 깃발 펄럭였다는 꽃이다

한국 동란 때에는

남북의 치열한 전투로

온몸이 깊게 패이고

허리 갈라진 상처의 꽃이다

몇 십 년 동안이나 주둔한

미군 부대의 막사 같이

흉물스럽게 녹슬은 꽃이다

4.19로 5.16으로 12.12로

석달 열흘이나 붉었다는 꽃이다

저 꽃 보겠다고

만사 제쳐놓고 오르다가

숨이 턱까지 차오른 정상에서

대한민국 만세를 불렀던 꽃이다

실은 언제 우리가 그렇게 피었을까

정말로 궁금한 꽃이다

 

<164>

진달래 / 김윤현

 

깊은 계곡에서

외진 산등성이에서

혹은 걱정스런 반도에서

어느 잠들지 못하는 붉은 영혼이 있어

해마다 봄이 되면

손가락 끝 마디마디에다 불러 내는가

 

<165>

진달래꽃 / 김정석

 

시인이여

밤새워 목구멍에서 피나도록

그렇게 슬퍼함이 하도 깊어

먼 후일 또 먼 훗날

아쉬운 것들을 달래며

그리 피어나고 있는가

 

시인이여

못 잊고 아직 못 다 한 것들이

피맺혀 슬픈 것들이 많아

그리 꽃불을 지펴 번지고 있는가

 

시인이여

예전 미처 모르고 있던

그 아쉬운 것들이

예전 미처 몰라서

생각하기에 그 안타까운 것들이

멍울에 맺혀

봄날마다 피어나고 있는가

 

시인이여

사랑하는 가슴마다

이루지 못한 것들을 고이 묻어

언뜻 생각나는 것들이 그리워서

산 등성이에 피어나고 있는가

 

시인이여

아쉬운 것이 많지만

그 못 잊는 가슴마다

진달래가 피듯

말없이 문득 피어나리라

 

<166>

진달래꽃 앞에서 / 김덕성

 

오래오래 은은하게 사랑하고 싶은

사랑의 꽃

진달래꽃 앞에 섰노라면

은은한 사랑에 매혹되었던

고향 산자락에 핀

진달래꽃을

잊을 수가 없다

 

그 꽃 앞에서는

우울하다가도 슬프다가도

한결 마음이 편해지고 따뜻해지는

참사랑의 꽃

 

내 마음 속에 머물러 있는

은은한 사랑을 지닌 사랑의 진달래꽃

넌 나에게 어머니와 같았던

누나를 닮았구나

 

<167>

진달래 / 김승동

 

바람이 기댄 낮은 산으로

긴 겨울 이야기 속에 잠들었던 꿈이

파랗게 망울지어 오른다

하늘도 한아름

옅은 향을 뿌리고

 

봄이 깨어 일어난 자리마다

연분홍 가슴들이 물기를 머금고

터진 볼을 비비며

몰래 비밀스런 눈짓을 감춘다

풀잎이 눕는다

 

산은 온통 사랑의 마찰음으로

부드럽게 무너져 내리고

무성한 햇살이

이슬 머금은 허리를 감싸 안는다

들이 가는 숨을 몰아쉰다

 

돌아서면 우수수 꽃잎 질까

비단 하늘에 슬픈 물들이지 않을까

통탕거리는 가슴을 안고

서서 두 눈만 감는데

눈시울이 뜨겁게 화사하다

 

<168>

진달래 필 때가 되면 / 오애숙

 

그대의 향그롬에 피어난 꽃구름아

그봄날 나를 두고 어디로 갔었는가

초록은 들숨과 날숨 사이사이 피는데

 

어이해 나를 두고 어디로 갔었는가

온산에 붉게피어 그대를 위하여서

삭망이 회돌고돌아 보름달이 떳건만

 

나 싫다 섭섭하게 아직도 돌아올줄

참말로 모르는가 지가슴 무너져서

첫사랑 애틋한사람 물결치고 있건만

 

그봄날 나를 두고 어디로 갔었는지

내안에 그대 정령 꽃구름 되려는가

초록은 들숨과 날숨 사이사이 피는데

 

<169>

진달래꽃 사랑 / 김덕성

봄이 내리는 산자락

수줍은 듯 살며시 다시 찾아 온

연분홍빛 여인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겨우내 그 추위를 겪고

이제 지난 그 수고로움의 보상인 듯

햇살의 세례 받는 봄의 전령

숫한 기다림 속에 다가와 사랑으로

즐거움을 주는 사랑의 꽃

 

임 향한 단심

청렴한 삶을 보여주며

연분홍빛 사랑의 정열로 다가오는

그리움이 한껏 서려있는 꽃

 

그대는 내 사랑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랑하는 임

봄의 여인 진달래이어라

 

<170>

진달래꽃 피는 거 / 강인호

 

진달래 저리 꽃피는 거

그거 봄비 때문 아니다

보고픔이 저도 모르게

삐어져 나오는 것이다

 

소쩍새 저리 우는 거

그거 어둠 탓이 아니다

그리움이 저도 모르게

울음 토해내는 것이다

 

내 마음 이리 쓸쓸한 거

누가 시키는 거 아니다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이

저 혼자 그러는 것이다

 

<171>

진달래꽃 / 이재봉

 

비 오는 봄날 노래방에 갔네 4.4조로 내리는 봄비에 맞춰

소월의 진달래꽃을 부르는데 한 여자가 화면 속에서 걸어

나와 탬버린을 흔드네 경쾌한 7.5조의 율동, 느린 내 노래

로는 그 여자의 율동을 따라갈 수 없네 그 여자가 진달래

꽃을 흩뿌리며 화면 속으로 사라지네 언제나 반 박자 느

린 내 사랑법 머리 위에 꽃비가 또 하염없이 내리네

 

<172>

진달래꽃 / 고명

 

적들이

뛰어내린 자리

그 벼랑 위에서

피 묻은 손수건을 흔들어대며

또 다른 적들이

제 혼을 불사르고 있다

 

<173>

진달래꽃 / 곽재구

 

마음을 바쳐 당신을 기다리던 시절은 행복했습니다.오지 않는

새벽과 갈 수 없는 나라를 꿈꾸던 밤이 길고 추웠습니다.천 사

람의 저버린 희망과 만 사람의 저버린 추억이 굽이치는 강물

앞에서 다시는 우리에게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당신의 옛 모

습을 꿈꾸었습니다. 천 송이 만 송이의 슬픔이 꺾인 후에 우리에

게 남는 아름다움이 무엇일까 생각하였습니다.그리고 이 깊은

부끄러움이 끝나기 전에 꼭 와 줄 것만 같은 당신의 따뜻한 옷

자락을 꿈꾸었습니다.

 

<174>

진달래꽃2 / 권오범

 

혀만큼이나 참을성 없어

나잇살이나 먹도록

툭 하면

젖먹이처럼 칭얼대는 그리움

유통기간 다한 겨울이

자리보전하는 동안

그런대로 다소곳해

철들었나, 했건만

어쩌자고 또 열없이 흐트러져

핑계를 유발시키는지

그러잖아도 위태위태한 노스탤지어

차마 달랠 수조차 없게

 

<175>

진달래 / 권선환

 

봄바람이

치맛자락 살랑거리며

임을 찾아 이 산 저 산

 

옷깃 스친 자리마다

그리움의 한(恨)

붉게 물들어

 

바쁜 길손

눈길 잡고

임 소식 물어오네

 

<176>

진달래 꽃잎 지던 날 / 박금숙

 

부슬부슬 봄비에

진달래 꽃잎 지던 날

아버지 상여 따라

서럽게 울던 사내

어디 갔다 왔는지

서랍에서 불쑥

진달래 꽃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네.

 

<177>

진달래꽃 / 권오범

 

너의 연분홍 미소만 보면

애써 묻어둔 유년의 기억들이

독새풀처럼 돋아나

가슴이 온통 그리움으로 회오리친다

 

걔랑 나랑

뒷동산 너럭바위에 앉아

너의 긴 수염 뽑아

꽃 싸움으로 동강낸 반찬거리들

 

깨소금같이 고소하게 쏟아지던

종다리 노랫소리 듬뿍 넣고

사금파리 밥그릇 비비던

밤 쭉정이 숟가락까지 그리워져

너의 연분홍 미소만 보면

 

<178>

진달래꽃 당신 / 김덕성

 

당신이 오신 날

겨우내 닫쳤던 문 활짝 여니

수민 꽃향내에 취한 나

 

초록 잎은 아직

가지 끝에 머무르고

연분홍빛으로 오는 당신

살짝 미소 띠우고

 

당신의 사랑

내 가슴에 피어나고

연분홍 숨결은 꽃바람으로

꽃잎 위에 머무른다

 

내리는 봄 햇살

포개진 입술이 사르르 떨며

연분홍빛 속살 들어내며

소곤거리는 당신

사랑 한다고

 

<179>

진달래꽃 / 정이산

 

집 앞엔 진달래꽃들

새봄이 왔다고 꽃망울을

화들짝 만개하였는데

작년에 강남으로 떠나간

제비들은 왜 안 오는가?

 

봄비를 세차게 맞으면

저 붉은 진달래꽃들도

푸른 피멍이 든 것처럼

푸르딩딩하게 빛이 바래서

내 가슴마저 멍들겠지

 

십 일도 못 피고 갈 거라면

꽃망울에 변죽이나 울리고

화려하게 피지나 말 것을

 

너는 봄날을 가슴 저리도록

야속하게 그토록 처절한 자태로

붉게 물들이고 떠나가느냐!

 

<180>

진달래꽃 / 박인걸

 

올해도 진달래꽃은

진분홍 사랑으로 곱게 피었다.

엷은 꽃잎 바람에 흔들릴 때면

내 마음도 덩달아 춤을 추고

그리움 가득한 나비 떼들이

꽃향기 따라 날아들 때면

갈피 잡지 못한 사내 마음은

양지쪽 비탈에 벌렁 눕는다.

어릴 적 잃어버린 옛 사랑이

오랜 악습처럼 되살아나고

가슴 깊이 묻어 두었던 그리움은

들판 아지랑이처럼 일어선다.

곱게 핀 가지마다 한 아름 꺾어

그대 있는 곳으로 달려가서

김소월의 진달래 꽃 곱게 읊으며

그대 품에 고이 안겨주곱다.

 

<181>

진달래는 피었는데 / 노정혜

 

오는 길

비 오고 바람 불고

꽃 피는 봄도 있었네

 

여기까지 오는 길

꽃밭 노닐다 차 시간 놓였네

돌아가려니

따난 차 다시 오지 않구려

 

잘나고 못나고

똑 같이 하늘 사랑 부모 관심받았네

 

만든 거릇

금 거릇 보석인가

질 거릇 사금파리인가

 

지난봄 핀 진달래

올봄에도 피었는데

 

서리 맞은 모습은

돌아갈 길 없구려

 

하늘은 냉정해

어쩜 좋아

 

<182>

진달래의 고향 / 이원문

 

그 해의 꽃동산

다랑이논 기슭

밭둑 언저리

 

산마다 여기 저기

안 피었던 곳이

어디에 있었나

 

수놓은 진달래의

그 한철인가

나물 캐는 누나의

바구니에도 피었고

 

우리들의 진달래

누가 많이 더 많이

한아름의 진달래

맞 대어보는 서로의 웃음

누구의 꽃이 더 예뻤나

 

한 줌 뜯어 입에 넣고

또 한 줌에 즐거웠고

나머지는 모두 모아

볍씨 항아리에 꼿았다

 

<183>

진달래 꽃길 / 왕상욱

 

봄바람이 길을 나섰다

먼길 돌아오느라 서러웠는지

참았던 설움의 눈물을

한바구니 울컥 쏟아낸다

 

너와 함께 봄길을 걷는다

진달래 산수유가

화들짝 놀라 맨발로 반겨준다

 

꽃길을 걷노라니 한조각

해맑은 미소의

탄력있는 낮 달이

진달래 꽃잎 위에서 활짝 웃고 있다

 

행여 낮 달이 길을 잃을까

욕망의 울타리를 내리고

마음을 옭아 맨

오음성고의 팔고를 화두로

노을질때까지

먼길을 향하여 걷고 또 걷는다

 

<184>

진달래꽃 / 차영섭

 

큰산에도 진달래

섬산에도 진달래

봄만오면 진달래

잊지않고 진달래

누가누가 심었나

심지않고 피었나

진달래와 개나리

개나리와 제비꽃

변함없는 봄친구

우리함께 하하하.

 

<185>

진달래 꽃 / 박인걸

 

삼천리금수강산을

핏빛으로 물들이며

매년 눈물로 피는 꽃이여!

 

임진왜란에 전사한

젊은 병사의 선혈과

병자호란에 쓰러진

무명용사의 영혼들이

봄이 오면 산과 골짜기에

붉은 진달래로 다시 핀다.

 

삼십 육년 강점기와

육이오 때 죽은 넋들이

슬픈 꽃망울을 터트리고

이 땅에 자유를 위하여

조국의 근대화를 위하여

숭고하게 스러진 젊음들이

고독함으로 피는 꽃이여!

 

독제자의 군화 발과

강포자의 세력에 짓밟혀

억울하게 횡사(橫死)한

망자(亡者)들의 영혼이

따뜻한 햇살아래 모여

소복하게 피어난 불쌍한 꽃이여!

 

그들 어머니의 영혼들이

한 마리 나비가 되어

진달래 꽃 위를 서성일 때

유난히 밝은 햇살이 쏟아진다.

 

<186>

진달래꽃이 피면 / 김덕성

 

겨우내 추위 떨던 가지에

봄빛이 스며들어

연분홍 꽃봉오리에 움 틔우면

 

활기찬 희망

진홍빛으로 찾아오는 빛나는 불꽃

정열의 꽃

내 가슴에 머무르면

 

차 한 잔속에

향기 짙은 꽃잎 따다 띄우고

그대와 함께

달콤한 사랑을 나누며

 

사르르 사랑으로 젖은

향 내움에 묻혀

애틋한 사랑이 스미는 행복 속에

사랑을 마시고 싶다

 

<187>

진달래의 일기 / 이원문

 

산 기슭 오르며

꺾던 진달래

움켜 쥔 한아름

누가 누가 더 많은가

 

한 잎따 입에 넣고

또 한 가지 꺾어 쥐고

집에가면 어느곳

어디에 꽂아둘까

 

찾아보는 우물둥치

볍씨 항아리에 꽂을까

장독대 큰 독 밑

방구리에 꽂을까

 

제일 큰잎 하나 둘

우물 안에 던지고

두레박 줄 길게 내려

다시 건져 올린다

 

<188>

분홍 진달래 / 정민기

 

봄이라고

당신은 원피스를 입었다

 

그 원피스를 닮은

진달래꽃 한 움큼 따서

보름달에 넣고

꽃 비빔밥 해 먹고

싶다

 

낮 동안

새가 끌어다 놓은

당신의 눈물

 

밤이 되니 반짝반짝

눈부시게 쏟아질 것 같다

 

올봄, 당신과

마주 앉아

진달래 돌솥비빔밥

한번 비벼나 보자

 

<189>

하얀 진달래 / 이원문

 

네 빨간 진달래

너무 먼 네 하얀 꽃

이제 붉어지는구나

흐릿 했던 네 꽃잎

뚜렸이 보이고

오르던 그 기슭

찔레꽃도 보여

 

아직은 아니어도

네 꽃 지고나면

뚜렸이 보일까

네 빨간 진달래

하얀 찔레꽃

모두는 그 처음

나의 꽃이였지

 

<190>

진달래의 슬픔 / 이원문

 

먼동의 구름 띠 이른 아침 부르고

햇살의 진달래 앉힌 이슬 지운다

밤새워 앉힌 이슬 꼭 지워야 하는지

지우고 싶지 않아도 지워지는 것인지

 

바람이라도 불면 어쩌나

그렇게 그 며칠 찾는 이 누구일까

앉히면 지우고 지워져 또 앉히고

가냘픈 꽃잎 바람에 여미어진다

 

<191>

진달래 사랑 / 임영준

 

움트는 사랑을

성원하고 있지 않은가

 

만발하는 봄을 반기며

발갛게 속삭이지 않는가

 

마음이 열린 만큼

아름다움이 보이나니

 

베푸는 만큼 자리 잡고

화사하게 빛나느니

 

눈을 감아도 애틋하게

빛을 내고 있구나

 

붓을 들기만 하면

휘두르지 않을 수 없구나

 

<192>

진달래가 피면 / 백원기

 

봄이 열리고 비가 내리면

올려다보이는 곳마다

붉게 핀 진달래 자욱하다

 

봄이 오는 삼월이면

진달래꽃 설레게

사랑의 기쁨 나누자는데

 

솟아있는 산마다

피어나는 정열의 꽃

여수 영취산에 올랐다가

북한산 진달래 능선 걷고

강화 고려산 진달래 축제

 

지난 기억은 그리움 되어

가슴에 안기는 영원한 추억

봄이 오고 진달래 피면

달려 나가 얼싸안는다

 

<193>

진달래꽃 / 민병도

 

문수선원 가는 길에

한 동자童子를 만났네

 

개울물을 건너가자

홀연히 제 몸 흩어

 

적막에 불을 붙이네

길도 절도 다 태우네

 

<194>

진달래꽃 / 서정춘

 

그해, 지리산 밑 오두막에 살면서 산막을 드나들다 총 맞은 가슴팍에 진달래꽃을 피워놓고 잠든 사내를 빨치산이라 불렀었지,

 

<195>

진달래꽃 / 이우디

 

열 손가락 모자라 헤아리지 못합니다

피었다 진 날들,

 

꽃빛 잊었는지

아니 행복한지

궁금한 그 사람을,

아직도 잊는 중입니다

 

<196>

진달래 능선에서 / 이진명

 

나는 늙고 있다

제조일자가 오래고 오래이니

유통기한이 뭐 백년이라 어쩌구에 별 감동 없다

옆 나라에서는 상미(賞味)기한이라는 말을 쓰는가 본데

그런 상미기간 지나도 많이 지났음을

오늘 진달래능선을 내리며

느닷없는 뚱딴지 같은 발설로 확인했다

 

나는 이제 슬픔도 모르고 외로움도 몰라

슬픔도 없고 외로움도 없어

 

진달래 철에는 진달래나 흠뻑 보자고

바람 넣고 분위기 띄워

산행 초짜들을 몰아 진달래능선을 탔다

아, 여기 좀 봐 오, 저기 좀 봐

거기 옆 좀 봐 와, 뒤돌아 봐봐 멈춰 봐

여리고 투명한 꽃잎 찢길지도 모르는데

꽃가지에 얼굴 갖다 대고 새되게

목감기가 와 있어 목도 따끔거리는데

탄성을 지르지 않으면 안 되기라도 한다는 듯

옥타브를 적당한 간격으로 올리며

가지가지 목소리짓을 지었다 짓다가

 

갑자기 뒤에서 무엇이 등을 퍽 치면

속엣것이 퉁겨져 나오듯

이때껏 생각도 못한 뚱딴지 같은 말을 퉁겨내었다

마치 준비해온 것처럼 진달래꽃 터널 속에다

그 발설과 동시에 잠시잠깐

모르고 없다는 슬픔과 외로움이

모르고 없어서 슬프고 외롭게 피어났다

알지 못하는 사이에 목숨의 상미기간이

그 언제쯤 일을 마쳤다는 것을 확인해야 했다

진달래길에 멈춰 진달래물빛 잠시 피운

이 슬픔과 외로움은 바로 이 길에 버려도 좋을 잉여

최초 최고 상미의 맛 가신 그렇고 그런 것

 

제조일자 이후 모든 만상은 단 한 번뿐이다

깊은 슬픔도 우주의 광막한 외로움도 단 한 번뿐

슬픔의 정곡 외로움의 정곡을 다시 얻을 수 없다는 것이 늙는 것

진달래능선에서 올해의 진달래꽃은 얻었지만

역광 속을 흐르는 새의 빛나는 검은 유속을 멀게 잃듯

빛나는 검은 슬픔과 외로움의 광활 잃었음을 알았다

진달래능선을 내리며 아닌 해찰로 내가 늙고 있다는 것을

 

<197>

진달래 / 이영도

 

4䞏날에

 

눈이 부시네 저기

난만히 멧등마다,

그 날 스러져 간

젊은 같은 꽃사태가,

맺혔던 한이 터지듯

여울여울 붉었네.

 

그렇듯 너희는 지고

욕처럼 남은 목숨,

지친 가슴 위에

하늘이 무거운데,

연연히 꿈도 설워라,

물이 드는 이 산하(山河).

 

<198>

진달래Ⅳ / 윤갑수

 

뒷동산에 먼동이 트니

진달래꽃이 울긋불긋 일렁인다.

 

산비탈 길섶에도 울긋불긋

꽃망울 여울져 지나가는

향락객의 눈길을 사로잡고,

산마루에 올라보니 온 산이

꽃 世上.

 

봄 소풍 가던 전날 밤

잠 설쳤던 어릴 적 追憶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니.

 

입가에 微笑만이 비시시

故鄕의 진달래꽃이 가슴에

활짝 핀다.

 

<199>

진달래 / 박승옥

 

너는 가슴 벅차게 밀려왔다.

사월에

무참하게 짓이겨진 젊은 꽃잎들

그 후들거리는 기억 떨쳐버리고

너는 눈부신 얼굴로 선뜻하게 피었다.

 

눈을 씻고 돌러보아도

불씨조차 숨어버린 우리들의 졸린 땅

너는 아프게 아프게 목아질 내밀며

순식간에 손 산을 뒤엎어 버렸다.

 

휘날렸던 핏빛 깃발이여

사랑과 분노의 뜨거운 부딪힘을

우리들 산하에 대한 미친 듯한 포옹과 의무를

한꺼번에 터뜨린 날카로운 함성이여

 

너는 통곡하지 않았다.

짓밟힌 꽃송이

기어이 피울음을 거두어들이고

너는 마침내 우리들 피멍 든 몸뚱이를

세차게 일으켜 세웠다.

 

<200>

진달래꽃 / 이화영

 

진달래 흐드러진 골짜기에

모습은 드러내지 않고 울음만

간절하게 흘리고 있는 새

그 새의 형상으로 당신이 거니는

산길의 허공으로 날아가고픈 봄입니다

입에 물고 온 꽃씨 하나를 당신 가슴 속에 몰래

심어주면

당신의 숨결이 산골짜기의 나무와 꽃들 사이로 스며

짐승들이 순해지고

나 또한 세속의 옷을 벗어던지고,

그리하여 산은 당신 것입니다

시나브로 당신도 산의 내음에

젖어 들어서

순수의 소년으로 돌아갑니다

그 곁에 내가 그림자처럼 서서

오롯이 당신에게 복종하고 싶은, 그런 봄

당신과 나 사이의 허공으로

물결소리를 내는 바람이 살고 있습니다

 

<201>

진달래―딸에게 / 정호순

 

아야야, 진달래능선에 아픈 내 사랑 멍울 터진다

명지바람아 오면 온다고 기별이나 주지

아야야, 꽃은 네가 피는데 왜 내 마음이 터지는 거니

 

<202>

진달래 백서 / 김도연

 

붉은 입술만 보면 빠져 죽고 싶다던 취중진담을 아무렇지 않게 발설하던

k의 이야기가 문득 생각나는 밤

굳게 닫힌 열하고도 아홉 번째 쪽문을 열고 그가 오고야 말았다

 

분명 내 것이 아니었는데 끝내 내 것이 되고야 말았다

엔틸로프캐년에서 빛과 붉은 사암이 만들어내는 초현실적 세상에 빨려 들어가듯 그렇게 국경도 없는 신비로운 나라에 안착하고 말았다

훔쳐보는 시선이 싫지 않다

숨소리조차 새털 같은 시간 앞에 눈꺼풀은 떨리고

언제 그와 나란히 누워 본 적 있었던가 몸의 비망록은 따습고

지독하다고 나는 적는다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면 할수록 캄캄하게 그리워지는 속성을 잘 알기에

슬픔을 감싸 안고 더 붉게

물들어 가는 통증을 그냥 지켜보기로 했다

그와 몸 비벼 내는 물의 소리는 수줍고 낯선 직립이다

누군가 또 훔쳐보고 있다

봄이 익어가는 동안

속눈썹을 그리던 금요일은 빈혈을 앓고

그림자 속 진진홍 지도를 펼쳐놓고 소쩍새가 가는 길을

잃어버렸다고 고백하는 그녀는 연분홍 얼굴

배시시 웃는다

 

<203>

진달래꽃 / 최문자

 

괜찮아, 괜찮아 뒷산에 불 지른 것 불이 나를 지나 내 푸른 노트 다

태워 버린 것 가장 찬란한 사랑은 언제나 다 타고 난 가루에서 빛나

는 것 한 번의 뜨거움으로 죽도록 꽃은 가루가 되겠지 한 사나흘 비

뿌리는 동안 꽃이 물이 되는 거 그 물이 불을 끄고 돌아서서 다시 푸

른 노트가 되는 것 괜찮아, 괜찮아 뒷산에 불 지른 것 불 지르고 돌

아서서 진분홍 물이 되는 거 알 수 없는 그 고단했던 사랑

꽃잎 날리는 모든 이별

괜찮아

 

<204>

진달래 만개滿開 / 오세영

 

추위 가시자

긴급히 독감주의보 발령.

전염성 강한 A형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거침없는 확산으로

온 산 열꽃이 가득 피었다

 

<205>

진달래도 피면 무엇하리 / 박봉우

 

4월의 피바람도 지나간

수난의 도심은 아무렇지도 않는

표정을 짓고 있구나

 

진달래도 피면 무엇하리

 

갈라진 가슴팍엔

살고 싶은 무기도 빼앗겨 버렸구나.

 

아아 저녁이 되면

자살을 못하기 때문에

술집이 가득 넘치는 도심.

 

약보다도

이 고달픈 이야기들을 들으랴

멍들어 가는 얼굴들을 보라.

 

어린 4월 피바람에

모두들 위대한

훈장을 달구

혁명을 모독하는구나.

 

이젠 진달래도 피면 무엇하리

 

가야할 곳은

여기도,

저기도, 병실,

 

모든 자살의 집단, 병든

기를 올려라

나의 병든 데모는 이렇게도

슬프구나

 

<206>

진달래꽃잎은 바람의 솟을대문 / 이해리

 

벅찬 봄산에 누워본다

발치에서 벋어나와

내 얼굴 어룽지우는 진달래 그늘

호젓이 만개하여 부신 눈 당기는 꽃빛이 곱다

바람이 살랑 살랑 꽃잎을 흔든다

참자줏빛 진달래꽃잎은 바람의 솟을대문

햇빛의 농도에 농담(膿淡)을 달리하며

열렸다 닫히고 닫혔다 열리는 꽃잎대문으로

푸른 하늘이 들락거린다 흰구름이 들락거린다

산비둘기 울음도 들락거린다 한 잎 꽃의 두께로

오묘하게 변화하는 내 가슴 봄물결

한없이 왔다 붙잡을 수 없이 가버리는

아련하고 아득한 것들 뒤에 바람이 있어

바람의 눈에는 눈물이 묻어있다

 

<207>

진달래 / 임영조

 

4월이 오면

나는 또 상사불망(相思不忘)

그녀에게 편지를 쓰리

내 무딘 심(心) 끝에 침을 바르며

이젠 좀 노골적으로, 혹은

어딘지 좀 어눌한 구어체로

꼭꼭 눌러 편지를 쓰리

만나면 대뜸 얼굴부터 붉어져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지만

알고 보면 속내는 끼 많은 여자

언제나 산처럼 무겁고

바위처럼 말없는 사내가 좋아

이 봄날을 태우는 황홀한 치정

필경에는 온 산에 불을 지르고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지는

뒤끝이 깨끗한 여자

그래서 늘 그립고 예쁜

그녀에게 나는 또 편지를 쓰리

내내 말로 못한 사랑을

비로소 고백하듯 편지를 쓰리

진달래꽃 지고

4월이 가기 전에.

 

<208>

참꽃 / 임영조

 

약수터 가는 매봉산 입구

(산불예방 입산금지) 현수막 뒤로

저런! 산불이 나다니? 아니다

화냥년 개짐 풀듯 참꽃이 핀다

꽃술에 붉은 반점 요염한

따먹어도 먹어도 허기지는 꽃

암소 끌고 보릿고개 넘다가

수로한데 얼빠져 암소도 놓고

나이도 잊고 꺾어다 바쳤다는 꽃

흰구름 덩실 그 노인이 또 온다

아무리 남의 꽃 예쁘기로

천년을 새로 피는 참꽃만 하랴

숨겨온 귀엣말을 차마 못하고

온 산에 불지르고 달아나는 꽃이여

너와 내가 한 시절 몸을 섞다 간다면

그 자리엔 무슨 꽃이 불타오를까?

눈물꽃? 아니면 꿈꽃?

―꽃방망이 줄게 이리 온!

망설이는 사이에 참꽃이 진다

실없이 또 봄날만 간다.

 

<209>

진달래 산천 / 이수종

 

진달래꽃이 피었습니다

 

겨우내 음습한

암내를 피워 내더만

달덩이 같은 옥동자를

온 강토에 퍼질렀습니다

 

붉은 선혈 낭자해놓고

그도 모자라

향수를 범벅으로 타서

수유하듯

내게 붉은 젖을 먹입니다

 

나를 보고

진달래가 되라 합니다

 

자꾸

나를 보고

봄이 되라 합니다

 

<210>

진달래꽃 / 이정록

 

그럭저럭 사는 거지.

저 절벽 돌부처가

망치 소리를 다 쟁여두었다면

어찌 요리 곱게 웃을 수 있겠어.

그냥저냥 살다 보면 저렇게

머리에 진달래꽃도 피겠지.

 

<211>

진달래꽃에 벌금 물다 / 맹문재

 

진달래꽃이 막 핀 봄날

뒷산에 올라 꽃을 따먹던 어린 날 추억과

붉은 넋으로 삼았던 노동자 시절이 뭉클해

흥얼거렸네 약속한 커피숍으로 가는 길도 즐거워

그냥 무단횡단.

 

교통순경에 걸려

파출소로 끌려가면서

붉은 꽃, 붉은 넋, 생각하다 보니 화가 치밀어

신분증을 보일 수 있소!

벌금도 낼 수 있소!

하지만 사람 많이 다니는 길목에 왜?

횡단보도는 안 만들고 왜?

건수 올리는 데만 이용하는 거요!

그들 역시 합법성을 들고 나와

나는 더욱 큰소리로

내가 누군데?

내가!

 

그러나

횡단보도의 필요성

진정 고민했던가?

 

벌금증서를 받아 봄볕을 걸으며

안전사고로 분신자살로 죽은 동료들을 생각하며

나의 억지 반성하네.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도

그리움을 안겨주는 저 진달래꽃에

벌금 무네.

 

<212>

고려산 진달래 / 함민복

 

산불에 큰 나무들 불타

진달래밭 펼쳐놓았네

 

뜨거운 큰불이

찬 불빛의 미래였네

 

<213>

진달래 / 정두리

 

​숨겼던 속마음

들켰나 봐

 

멀리서 보니

알겠다

 

봄에는 산도

부끄럼을 타나 봐

 

<214>

진달래와 어머니 / 설태수

 

진달래 숲길을 걷고 계신 어머니는

배고프던 옛날에 진달래를 얼마나 먹었는지 모른다고

하신다. 진달래 한 송이를 맛보시면서

앞산 진달래를 꺾어 와 부엌 벽 틈마다 꽂아두면,

컴컴하던 부엌이 환했다고 하신다.

진달래 맛이 옛맛 그대로라고 하신다.

얼핏 어머니의 눈빛을 살펴보니

어머니는 지금 타임머신을 타고 계셨다.

처녀 적 땋아 내린 긴 머리 여기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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