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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산책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by 권석낙 2019. 1. 27.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 도종환
      
    저녁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달 스무 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이었음 해!
    내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 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
    이 세상의 어느 한 계절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 자취 없는 사랑 말고
    저무는 들녘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깎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보다는
    물오리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어었음 좋겠어!
    이렇게 손을 잡고 한 세상을 흐르는 동안
    갈대가 하늘로 크고 먼바다에 이르는 강물이었음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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