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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사랑

어느 무명교사의 기도

by 권석낙 2019. 10. 7.



♪ 어느 무명교사의 기도 ♪


    한 사람의 무명 교사가 무릎을 꿇고
    오늘도 가야할 스승의 길을 헤아리나니

    마음은 언제나 아이들 가슴 가슴 순정의 횃불을 밝혀
    삶의 바른 길을 열어주는 밝은 교사이고 싶었으나
    오늘도 내 하루는 여전히 횃불이 되지 못하여
    늦은 밤 촛불을 밝히고 두 손 모은 가슴엔 무수한 소망만 쌓입니다

    열정과 의욕만으로 내디딘 걸음이 어느덧 이십여 년
    돌아보면 지금껏 제대로 된 교사의 길을 걸어온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참다운 교사가 되는 길을 배워온 시간이었으며
    내가 가르치겠다고 다가선 아이들이 오히려 나를 가르쳐온 세월이었고
    한 걸음 한 걸음 아이들 속으로
    더 가까이 다가서는 길을 배워온 세월이었으니

    오늘, 교실에서 아이들을 향해 목청껏 돋우는 내 소리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건조한 목소리가 아니라
    진정 아이들 가슴에 울림을 주는 뜨거운 목소리이기를
    우리 생의 모습을 아이들과 함께 들여다보고
    앞으로 살아갈 날을 같이 고민하는 살아있는 목소리이기를 소망합니다

    마주하는 아이들 눈빛과 가슴을 순정으로 대하고
    아이들 하나하나를 내 소중한 자식인 듯 안을 수 있는 교사가 되기를
    아이들 등을 다독거리며 따뜻한 위안과 격려를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엄한 가르침으로 참된 길잡이가 되어주고
    느슨한 생활로 시간을 허비하거나 스스로를 포기하는 아이들이 있을 때
    대수롭지 않은 듯 책임감 없이 그냥 스쳐 지나가지 않고
    목표의식과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교사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아이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언제나 함께 하며
    매일 밤 늦은 시각 귀가하는 지친 걸음에도
    무엇인가 뿌듯한 기운이 충만하게 차오르는 날들이 이어지기를
    소중한 생의 한 순간을 함께 나누고 함께 열어가며
    새로운 길로 나아가는 아이들 걸음에 힘을 주고
    문을 열어주는 밑거름이 되어 아이들 가슴 한 구석에
    스승과 제자의 아름다운 인연으로 자리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남은 날 이러한 무수한 바람들을 성심을 다해 이뤄가며
    진정 한 사람의 교사로서 아이들 앞에 부끄럽지 않게 바로 설 수 있기를
    오늘도 무릎 꿇고 간절히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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