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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지혜

나 늙으면 당신과 이렇게 살고싶어

by 권석낙 2019. 1. 24.



나 늙으면 당신과 이렇게 살고싶어
       
      
      가능하면 꽃밭이 있고
      가까운 거리에 숲이 있었으면 좋겠어
      개울 물소리가 줄줄거리면 더 좋을꺼야
      잠 없는 난 당신 간지럽혀 깨워
      아직 안개 걷히지 않는 아침길
      풀섶에 달린 이슬담을 뵹들고 산책해야지
      삐걱 거리는 허리 쭈욱 펴보이며
      내가 당신 "하나 두울 체조 시킬꺼야 "
      햇살이 조금 퍼지기 시작하겠지
      우리의 가는 머리카락이 은빛으로 번짝일때
      나는 당신 이마에 오래 입맛춤 하고싶어
      사람들이 봐도 하나도 부끄럽지 않아
      아주 부드러운 죽으로
      우리의 아침식사를 준비할꺼야
      이를테면 소고기 꼭꼭 다져놓고
      파릇한 야채 띄워 야채죽으로 해서
      깔깔한 입맛이 솜사탕 문듯 할꺼야
      이때 나직이 모짜르트를 올려 놓아야지
      아주 연한 헤즐럿 내리고
      꽃무늬 박힌 찻잔 두개로 가득담아
      이제 잉크 냄새나는 신문지 볼꺼야
      코에 걸린 안개넘어
      당신의 눈빛을 읽겠지
      눈을 감고 다가가야지
      서툴지 않게 당신코와 맛닿을 수 있어
      강아지 처럼 부벼 볼꺼야
      그래보고 싶었거든
      해가 높이 오르고
      당신의 무릅을 베고
      오래오래 낯잠도 자야지
      아이처럼 자장가 부탁해 볼께 ?
      어쩌면
      그때는 창밖에 많은 것들
      세상에 분주한 것들
      우리의 삶은 아주 조용하고
      아주 평화로울 거야 !
      늙어면 이렇게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당신의 굽은 등에 기대어 울고 싶어
      장작불 같던 가슴
      그 불씨
      사그러들게 하느라 참 힘들었노라
      이별이 무서워 사랑한다 말하지 못했노라
      사랑하기 너무 벅찬 그때
      나 왜 그렇게 어리석었을까 말할꺼야
      겨울엔 백화점 가서
      당신의 마른가슴 덮일 스웨터를 살꺼야
      잿빛모자 두개사서
      하나씩 쓰고
      강변 찻집으로 나가 볼꺼야
      눈이 내릴까..
      봄엔 당신 연베이지색 점버입고
      나 목에 겨자색 실크스카프 매고
      이른아침 조조영화 보러갈까 ?
      드라이 빛 미스테리 같은...
      가을엔 희끗한 머리 곱게 빗고
      헤이즐럿 보온병에 담아들고
      낙엽 밟으며..
      곱게 물든 단풍잎 주어 판넬하여
      창가에 걸어 두어야지
      그리고 그리고
      서점으로 가는거야
      책을 한아름 사서 들고 서재로 가는거야
      나 늙어면 그렇게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아름다운 인생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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