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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수첩

자네 집에 술 익거든

by 권석낙 2025. 6. 25.

자네 집에 술익거든(청구영언에 실린 평시조)

 

자네 집에 술익거든 부디 날 부르시소

내집에 꽃피거든 나도 자네 청하옴세

백년덧 시름 잊을 일 의논코자 하노라

 

君家酒熟必請吾

草閣(堂)花開亦子呼

酌酒看花(華)論底事

百年欲得沒憂虞

군가주숙필청오

초각(당)화개역자호

작주간화(화)론저사

백년욕득몰우우

※( )속의 글자로 적힌 글도 있음

 

<지은이>

김 육(金堉)1580~1658. 자는 백후(伯厚), 호는 잠곡(潛谷).

조선 선조~효종 때의 실학파의 선구자로서 벼슬이 영의정에 이르렀다.

박학다식하여 해동명신록, 송도지 등 많은 저서가 있다.

 

<감 상>

가까운 친구보다 더 좋은 벗은 없을 것이다.

집에서 빚은 술이 익어도 서로 부르고,

제철이 와서 꽃이 피어도 함께 구경하는 친구야말로

백년껏 시름 달랠 벗이 아니고 무엇이랴.

 

"백년덧" 의 '덧'은 어느덧의 '덧'이니 '동안'의 뜻이다.

그것이 문맥상 어감상으로는 '백년껏'처럼 쓰인 것이다.

 

술이 생기면 같이 마시고 싶은 친구, 꽃이 피면 함께 보고 싶은 벗,

궂은 일 좋은 일 다 서로 의논하고 도와주고 싶은 벗!

비록 관포지교는 못 되더라도, 좋은 벗을 가진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좋은 벗은 젊었을 적에도 필요하지만, 나이가 들어 늙어 가면서

더욱 그 필요성이 절실해진다.

젊었을 때에는 얼마든지 새로 사귈 수도 있고 다시 사귈 여유도 있다.

그러나 늙어서 새 벗을 얻는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젊어서 사귄 좋은 벗을 끝까지 지키는 노력은 값진 인생길의 보람이 된다.

 

'백년덧 시름 잊을 일 의논할'벗은 놓치지를 말아야 하겠다.

君家酒熟必請吾(군가주숙필청오)

草閣花開亦子呼(초각화개역자호)

酌酒看花論底事(작주간화논저사)

百年欲得沒憂慮(백년욕득몰우려)

자네집의 술 익거든 부디 날 부르시소

草堂에 곳 피거든 나도 자네를 請하옴세

底事를 논하고 꽃구경하며 술을 따르고

百年덧 시름 업슬 일을 議論코져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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