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벚꽃 흩날리는 노곤한 봄날
저녁이 어스름 몰려 올 때쯤
퇴근길에 안개꽃 한 무더기와 수줍게 핀
장미 한 송이를 준비하겠습니다.
날 기다려 주는 우리들의 집이
웃음으로 묻어나는 그런 집으로 만들겠습니다.
때로는 소녀처럼 수줍게 입 가리고 웃는
당신의 호호 웃음으로
때로는 능청스레 바보처럼 웃는
나의 허허 웃음으로
때로는 세상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우리 사랑의 결실이 웃는 까르륵 웃음으로 피곤함에 지쳐서 당신이 걷지
못한 빨래가 그대 향한 그리움처럼
펄럭대는 오후 곤히 잠든 당신의 방문을
살며시 닫고 당신의 속옷과 양말을 정돈해 두도록 하겠습니다.
때로 구멍 난 당신의 양말을 보며
내 가슴 뻥 뚫린 듯한 당신의 사랑에
부끄런 눈물도 한 방울 흘리겠습니다.
능력과 재력으로 당신에게 군림하는
남자가 아니라 당신의 가장 든든한
쉼터 한 그루 나무가 되겠습니다.
여름이면 그늘을, 가을이면 과일을,
겨울이면 당신 몸 녹여 줄 장작이 되겠습니다.
다시 돌아오는 봄 나는 당신에게 기꺼이
나의 그루터기를 내어 주겠습니다.
날이 하얗게 새도록 당신을 내 품에 묻고
하나 둘 돋아난
시린 당신의 흰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당신의 머리를 내 팔에 누이고
꼬옥 안아 주겠습니다.
휴가를 내서라도 당신의 부모님을 모셔다가 당신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나는 걸 보렵니다.
그런 남편이 되겠습니다.
☘이런 아내가 되겠습니다.☘
눈이 오는 한겨울에
야근을 하고 돌아오는 당신의 퇴근 무렵에 따뜻한 붕어빵 한 봉지 사들고
당신이 내리는 지하철역에 서 있겠습니다
당신이 돌아와 육체와 영혼이 쉴 수 있도록 향내 나는 그런 집으로 만들겠습니다.
때로는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로,
때로는 만개한 소국의 향기로,
때로는 진한 향수의 향기로
당신이 늦게까지 불 켜 놓고
당신의 방에서 책을 볼 때
나는 살며시 사랑을 담아
레몬 넣은 홍차를 준비하겠습니다.
당신의 가장 가까운 벗으로서
있어도 없는 듯 없으면 서운한
맘 편히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그런 아내가 되겠습니다.
늘 사랑해서 미칠 것 같은 아내가 아니라
아주 필요한 사람으로 없어서는 안 되는
그런 공기 같은 아내가 되겠습니다.
그래서 행여 내가 세상에 당신을 남겨 두고 멀리 떠나는 일이 있어도
가슴 한 구석에 많이 자리 잡을 수 있는
그런 현명한 아내가 되겠습니다.
지혜와 슬기로 당신의 앞길에 아주 밝은
한줄기의 등대 같은 불빛은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호롱불처럼 아님 반딪불처럼
당신의 가는 길에 빛을 드리울 수 있는
그런 아내가 되겠습니다.
그래서 당신과 내가 흰 서리 내린
인생의 마지막 길에서
''당신은 내게 정말 필요한 사람이었오.
당신을 만나 작지만 행복했었소.''
라는 말을 듣는 그런 아내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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