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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감상

아버지

by 권석낙 2019. 1. 30.


아 버 지

 

뒷동산의 바위 같은 이름이다. 아버지란 기분이 좋을 때 헛기침을 하고, 겁이 날 때 너털웃음을 웃는 사람이다. 아버지란 자기가 기대한 만큼 아들 딸의 학교 성적이 좋지 않을 때 겉으로는 '괜찮아, 괜찮아' 하지만, 속으로는 몹시 화가 나는 사람이다.


아버지의 마음은 먹칠을 한 유리로 되어 있다. 그래서 잘 깨지기도 하지만, 속은 잘 보이지 않는다. 아버지란 울 장소가 없기에 슬픈 사람이다. 아버지가 아침 식탁에서 성급하게 일어나서 나가는장소(직장)는, 즐거운 일만 기다리고 있는 곳은 아니다. 아버지는 머리가 셋 달린 龍과 싸우러 나간다. 그것은 피로와, 끝없는 일과, 직장 상사에게서 받는 스트레스다.



아버지란 '내가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나? 내가 정말 아버지다운가?'하는 자책을 날마다 하는 사람이다. 아버지란 자식을 결혼시킬 때. 한없이 울면서도 얼굴에는 웃음을 나타내는 사람이다. 아들, 딸이 밤늦게 돌아올 때에.. 어머니는 열 번 걱정하는 말을 하지만, 아버지는 열 번 현관을 쳐다본다.


아버지의 최고의 자랑은 자식들이 남의 칭찬을 받을 때이다. 아버지가 가장 꺼림칙하게 생각하는 속담이 있다. 그것은 "가장 좋은 교훈은 손수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라는... 아버지는 늘 자식들에게 그럴 듯한 교훈을 하면서도, 실제 자신이 모범을 보이지 못하기때문에, 이 점에 있어 미안하게 생각도하고 남 모르는 콤플렉스도 가지고 있다.


아버지는 이중적인 태도를 곧잘 취한다. 그 이유는 '아들, 딸들이 나를 닮아 주었으면' 하고 생각하면서도, '나를 닮지 않아 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동시에 하기 때문이다. 아버지에 대한 인상은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그대가 지금 몇 살이든지, 아버지에 대한 현재의 생각이 최종적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일반적으로 나이에 따라 변하는 아버지의 인상은,
4세때- 아빠는 무엇이나 할 수 있다.
7세때- 아빠는 아는 것이 정말 많다.
8세때- 아빠와 선생님 중 누가 더 높을까?
12세때- 아빠는 모르는 것이 많아.
14세때- 우리 아버지요? 세대 차이가 나요.
25세때- 아버지를 이해하지만, 기성세대는 갔습니다.
30세때- 아버지의 의견도 일리가 있지요.
40세때- 여보! 우리가 이 일을 결정하기전 에 아버지의 의견을 들어봅시다.
50세때- 아버님은 훌륭한 분이었어.
60세때- 아버님께서 살아 계셨다면 꼭 조언을 들었을 텐데…



아버지란 돌아가신 뒤에도 두고두고 그 말씀이 생각나는 사람이다. 아버지란 돌아가신 후에야 보고 싶은 사람이다. 아버지는 결코 무관심한 사람이 아니다. 아버지가 무관심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체면과 자존심과 미안함 같은 것이 어우러져서 그 마음을 쉽게 나타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웃음은 어머니의 웃음의 2배쯤 농도가 진하다. 울음은 열 배쯤 될 것이다. 아들 딸들은 아버지의 수입이 적은 것이나 아버지의 지위가 높지 못한 것에 대해 불만이 있지만, 아버지는 그런 마음에 속으로만 운다.


아버지는 가정에서 어른인 체를 해야 하지만 친한 친구나 맘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면 소년이 된다. 아버지는 어머니 앞에서는 기도도 안 하지만, 혼자 차를 운전하면서는 큰소리로 기도도 하고 주문을 외기도 하는 사람이다. 어머니의 가슴은 봄과 여름을 왔다갔다하지만, 아버지의 가슴은 가을과 겨울을 오고간다. 아버지란!!! 뒷동산의 바위 같은 이름이다. 시골마을의 느티나무 같은 크나 큰 이름이다.

 

 

평생을 일그러진 얼굴로 숨어 살다시피 한 아버지가 있었습니다. 그에게는 아들과 딸 남매가 있었는데 심한 화상으로 자식들을 돌 볼 수가 없어 고아원에 맡겨 놓고 시골의 외딴집에서 홀로 살았습니다.한편 아버지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한 자식들은  아버지를 원망하며 자랐습니다.


어느 날, 아버지라며 나타난 사람은 화상을 입어 얼굴이 흉하게 일그러져 있었고 손가락은 붙거나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저 사람이 나를 낳아준 아버지란 말이야?”
자식들은 충격을 받았고, 차라리 고아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더 좋았다며 아버지를 외면해 버렸습니다.시간이 흘러 자식들은 성장하여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었지만, 아버지는 여전히 사람들 앞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으며 혼자 외딴집에서 지냈습니다.


몇 년 뒤,자식들은 아버지가 돌아 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동안 왕래가 없었고 아버지를 인정하지 않고 살았던 자식들인지라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도 별다른 슬픔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자신들을 낳아 준 아버지의 죽음까지 외면할 수 없어서 시골의 외딴집으로 갔습니다.


외딴집에서는 아버지의 차가운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마을 노인 한 분이 문상을 와서 아버지께서는 평소에 버릇처럼 화장은 싫다며 뒷산에 묻히기를 원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하지만, 자식들은 아버지를 산에 묻으면 명절이나 때마다 찾아와야 하는 번거롭고 귀찮아서 화장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아버지를 화장하고 돌아온 자식들은 다시 아버지의 짐을 정리해 태우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가 평소 덮었던 이불이랑 옷가지들을 비롯해 아버지의 흔적이 배어 있는 물건들을 몽땅 끌어내 불을 질렀습니다. 마지막으로 책들을 끌어내 불 속에 집어넣다가 “비망록”이라고 쓰인
빛바랜 아버지의 일기장을 발견했습니다. 불길이 일기장에 막 붙는 순간 왠지 이상한 생각이 들어 얼른 꺼내 불을 껐습니다. 그리곤 연기가 나는 일기장을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읽기 시작했습니다.


아들은 일기장을 읽다가 그만 눈물을 떨구며 통곡했습니다. 일기장 속에는 아버지께서 보기 흉한 얼굴을 가지게 된 사연이 쓰여 있었습니다.아버지의 얼굴을 그렇게 만든 것은 바로 자신들이었습니다.일기장은 죽은 아내와 아이들에게 쓰는 편지로 끝이 났습니다.

 

여보!

"내가 당신을 여보라고 부를 자격이 있는 놈인지조차 모르겠습니다. 그날 당신을 업고 나오지 못한 날 용서 하구려 울부짓는 어린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뒤로 하고 당신만을 업고 나올 수가 없었다오. 이제 당신 곁으로 가려고 하니 너무 날 나무라지 말아주오, 덕분에 아이들은 잘 자라고 있다오, 비록 아버지로서 해준 것이 없지만 말이오."

 

보고싶은 내 아들 딸에게

"평생 너희들에게 아버지 역할도 제대로 못하고 이렇게 짐만 되는 삶을 살다가 가는구나. 염치 불구하고 한 가지 부탁이 있구나.내가 죽거들랑 절대로 화장은 하지 말아다오. 난 불이 싫단다. 평생 밤마다 불에 타는 악몽에 시달리며 30년 넘게 살았단다. 그러니 제발..! " 뒤늦게 자식들은 후회하며 통곡하였지만 아버진 이미 화장되어 연기로 사라진 뒤였습니다...



장사익 - 아버지
산설고 물설고
낯도 선 땅에 
아버지 모셔드리고 
떠나온 날 밤 
"얘야, 문열어라." 
잠결에 후다닥 뛰쳐나가 
잠긴 문열어 제치니 
찬바람 온몸을 때려 
뜬 눈으로 날을 새고 
"얘야, 문열어라." 
아버지 목소리 들릴때마다 
세상을 향한 눈의 문을 
열게 되었고
아버지 목소리 들릴때마다
세상을 향한 눈의 문을
열게 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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