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봄바람 부는 언덕
홀로 선 매화나무 가지마다
연분홍 매화꽃이 피는 것을 보았습니다.
매화꽃 한 송이씩 따서
어머니 분홍 치마저고리 끝동에
달아 드릴 수 있다면
한 겨울 매화나무 대신
언 땅에 서 있고 싶었습니다.
어머니 분홍 치마저고리에
한땀 한땀 매화꽃을 달아 드리던 날
무심한 봄바람에 매화나무 가지가 마르고
검은 소낙비에 매화꽃도 지고 말았습니다.
매화꽃이
모두 떨어지던 밤 꿈이련가
병들어 야위신 어머니에게
매화꽃 분홍 치마저고리 입혀드렸더니
"곱다 곱다" 하시며
이승의 마지막 손을 흔드셨습니다.
매화나무에
푸른 매실이 열릴 때까지
기다리시라 했건만
매화꽃 핀 꽃길 따라
먼 길 가고 싶다 하셨습니다.
끝까지 붙잡지 못함이
불효인 줄 아오나
어머니 머리 위에 씌워 드린
매화꽃 화관이 시들기 전
어머니 뜻에 따르려는 순종의 눈물로
보내드렸습니다.
어머니!
해마다 봄이 되어
병풍산 자락에 매화꽃 피면
힘들어도 잠시 일어나 앉아
매화꽃 핀 언덕을 바라보세요.
매화꽃 어머니의 숨결이 느껴져도
어머니 곁 가까이 다가갈 수 없겠지만
어머니 앞에 매화꽃 향기로 살고자 하는
자식의 모습을 지켜봐 주세요.
- 김정희 시 / 고은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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