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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감상

연탄 한장

by 권석낙 2019. 1. 28.



♪ 연탄 한 장 ♪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들선들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을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듯이 
      연탄은, 일단 제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 안도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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