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깊은 산골 모퉁이,
그저 그런 모난 겨울빛 돌멩이
어느 날 물빛으로 다가온 그 분
내 곁에 잠시 머물다 이내 스쳐지나갔습니다.
바람처럼 그렇게 흘러갔다 여겼습니다.
그분을 따라 나도 흘러 흘러 내려갔습니다.
강물까지 가는 길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가다가 힘들어 손발이 부르틀 때도 있었습니다.
몸과 마음이 깎이는 상처로 인해
털썩 주저앉고 싶을 때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푸른 강에 비춰보곤 눈이 커다래졌습니다.
바로 그 분의 소망처럼
둥글둥글 아름다운 조약돌로 거듭나고 있는
나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 분은 그냥 물빛으로 스쳐지나갔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물빛 한 그릇에 콩나물은 싱그러움을 더하고
봄비 한 줄기에 세상이 초록으로 바뀌듯
그분이 지나간 자리마다 푸르름이 꽃을 피웁니다.
썩어지는 밀알!
우리는 그 분을 감히 “선생님!”이라 부릅니다.
물빛 선생님…….
- 김형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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