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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學♡書堂

하피첩 霞被帖

by 권석낙 2020. 3. 19.

♪ 노을빛 치마로 만든 서책 ♪

 

余無宦業 可以田園遺汝等 唯有二字神符

足以厚生救貧 今以遺汝等 汝等勿以爲薄

一字曰勤 又一字曰儉 此二字勝如良田美土

一生需用不盡

나는 전원(田園: 농장)을

너희에게 남겨줄 수 있을 만한 벼슬은 하지 않았지만,

오직 두글자의 신부(神符:절대적인 믿음)가 있어 삶을 넉넉히 하고

가난을 구제할 수 있기에 이제 너희들에게 주노니

너희는 소홀히 여기지 마라.

한 글자는 '근(勤)'이요 또 한 글자는 '검(儉)'이다.

이 두 글자는 좋은 전답이나 비옥한 토지보다도 나은 것이니

일생 동안 써도 다하지 않을 것이다.

病​妻寄敝裙 병든 아내 낡은 치마 보내서

千里託心素 천 리 먼 길 애틋함을 부쳤네

歲久紅已褪 오랜 세월 붉은 빛이 바래니

悵然念衰暮 만년에 서글픔 가눌 수 없네

裁成小書帖 마름질로 작은 서첩을 이루어

聯寫戒字句 자식들 일깨우는 글을 적는다

庶幾念二親 부디 부모 마음을 잘 헤아려

終身鐫肺腑 종신토록 가슴 깊이 새기려무나

君子著之傳世 唯求一人之知 不避擧世之嗔

如有知我書者 若其年長 汝等父事之

倘與爲敵 汝等 結爲昆弟亦可也

군자가 책을 지어 세상에 전하는 것은

오직 한 사람이 알아줌을 얻으려는 것이니

온 세상 사람들의 꾸짖음이 있어도 피하지 않는다.

만약 내 책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면,

나이가 많으면 너희가 아버지처럼 섬기고,

너희들과 엇비슷한 나이라면 형제의 의를 맺어도 마땅할 것이다.

余在耽津謫中 病妻寄敝裙五幅

蓋其嫁時之纁衻 紅已浣而黃亦淡

政中書本 遂剪裁爲小帖 隨手作戒語

以遺二子 庶幾異日覽書興懷

挹二親之芳澤 不能不油然感發也

名之曰霞帔帖 是乃紅帬之轉讔也

嘉慶庚午首秋 書于茶山東菴 蘀翁

내가 강진(耽津은 古號)에서 귀양살이하고 있을 적에

병든 아내가 낡은 치마 다섯 폭을 보내왔는데,

그것은 시집올 때의 훈염(纁袡, 예복)으로 붉은빛은 흐려지고

노란빛은 옅어져 글씨 쓰는 바탕으로 알맞았다.

이것을 잘라서 조그만 첩(帖)을 만들고,

손이 가는 대로 훈계하는 말을 써서 두 아이에게 준다.

훗날 이 글을 보고 감회를 일으켜 두 어버이의 흔적과 손때를 생각한다면

틀림없이 그리는 감정이 뭉클하게 일어날 것이다.

이것을 ‘하피첩(霞帔帖)’이라고 이름 지었는데,

이는 곧 홍군(紅裙, 붉은 치마)을 달리 표현한 말이다.

가경(嘉慶)경오년(1810,순조10)7월에 다산(茶山)의 동암(東菴)에서 쓰다.

탁옹(정약용의 호 가운데 하나)

翩翩飛鳥 파르르 새가 날아

息我庭梅 뜰앞 매화나무에서 쉬네

有烈其芳 매화 향기 진하여

惠然其來 홀연히 찾아왔네

爰止爰棲 이곳에 둥지 틀어

樂爾家室 너의 집을 삼으렴

華之旣榮 만발한 꽃인지라

有賁其實 먹을 것도 많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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