送人- 鄭知常
送人- 鄭知常
雨歇長堤草色多 (우헐장제초색다)
送君南浦動悲歌 (송군남포동비가)
大同江水何時盡 (대동강수하시진)
別淚年年添綠波 (별루년년첨록파)
님을 보내고
비 개인 강 긴 언덕에는 풀빛이 푸른데
그대를 남포에서 보내며 슬픈 노래 부르네.
대동강 물은 그 어느 때라야 다 마를 것인가,
해마다 푸른 물결에 이별의 눈물 더하고 있으니.
* 送人(송인) : 사람을 떠나 보냄
* 雨歇(우헐) : 비가 그치다
* 長堤(장제) : 긴 언덕, 둑
* 草色多(초색다) : 풀빛이 짙다. 풀빛이 선명함’의 뜻으로 여기서 ‘多’는 ‘짙다, 푸르다, 선명하다’로 풀이됨
* 送君(송군) : 친구를 보냄
* 南浦(남포) : 대동강 하구의 진남포. 이별의 장소
* 動悲歌(동비가) : 슬픈 이별의 노래가 울리다
* 何時盡(하시진) : 어느 때 다하리(마르리)
* 別淚(별루) : 이별의 눈물
* 添綠波(첨록파) : 푸른 물결에 보태다
인간의 영원한 테제 중 하나인 사랑과 이별에 대한 문제는, 예전부터 詩를 통해 잘 표현되어왔습니다. 우리 선조들도 마찬가지인데, 다만 대부분의 작품들이 한글보다 한자로 쓰여진 까닭에 한글세대인 우리가 쉽게 접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별’을 노래한 우리나라의 무수한 한시 가운데 최고의 명작으로 손꼽는 작품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이 詩는 오래전 우리 세대 때는 물론, 지금도 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돼 있어 우리에게도 매우 친숙한 작품이라 할 것입니다.
고금 이래로, 우리나라 1.000년 동안 한시 역사상 ‘이별시’ 중에서 이 보다 나은 작품이 없다는 천하절창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이별의 노래입니다. 이 詩는, 대동강 가에서 임과 이별하는 슬픔을 노래한 한시로 된 칠언절구(七言絶句)의 작품이며. 계절은 아마 5월쯤으로 여겨집니다. 고려 인종(재위:1122~1146) 때인 1130년 전후에 서경(평양) 출신 정지상이 쓴 것으로, 고려의 이인로(1152-1220) 조선의 서포 김만중 (1637~1692) 등 저명한 문인들이 앞다투어 찬사를 보내고 서평을 붙이기도 하였습니다.
이 詩는 송별의 슬픔을, 비 온후 더 푸르른 풀빛이라는 서정적인 문장과 이별의 눈물로 더 깊어지는 강물이라는 절묘한 시상으로 조화시켜 짧은 7언절구에 압축하였고 해마다 강물을 바라보면서 이별의 슬픔을 노래할 사람이 있어서 강물이 마르지 않을 것이라는 뛰어난 시어로 마감하여 몇 번을 읽어도 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이 詩는 한시를 짓는 소객(騷客) 가운데 평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정지상이 지은 이 詩는 대동강의 부벽루(浮碧樓) 정자에 걸려 있는데, 이 부벽루에는 고려, 조선 시대의 숱한 시인 묵객들이 여기에 올라 대동강의 아름다움에 취해 詩를 읊고 시를 지어 정자에 걸었다고 합니다.
중국에서 사신이 올 때는 반드시 평양에 들렸고, 평양에서 꼭 찾는 명소가 부벽루 였는데 거기에 걸려있는 정지상이 지은 이 시를 보면서 모두들 신품(神品)이라 극찬하였다고 전하며 부착된 다른 詩를 다 떼어내고 이 詩만을 남겨두었다고 할 만큼 선조들이 이 시에 자부심을 가졌던 작품으로 국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유명한 시입니다.
정지상의 詩 "送人"은 봄날 남포에서 이별을 노래한 7언 절구의 시로 유명하지만, 같은 제목의 가을을 배경으로 한 5언 율시 또 다른 詩 "送人"(송인)도 있어 옮겨 봅니다.
送人 (송인)
庭前一葉落 (정전 일엽낙) 뜰 앞에는 낙엽 하나 떨어지고
床下百蟲悲 (상하 백충비) 평상 아래 온갖 벌레 슬피 우는데
忽忽不可止 (홀홀 부가지) 그대는 홀홀히 머물지 않고
悠悠何所之 (유유 하소지) 유유히 어디로 가셨는지요.
片心山盡處 (편심 산진처) 한 조각 마음은 산자락을 좇고
孤夢月明時 (고몽 월명시) 달 밝은 밤이면 외로운 꿈을 꾸지요
南浦春波綠 (남포 춘파록) 남포에 봄 물결 푸르러지면
君休負後期 (군휴 부후기) 임이여 다시 온다는 약속 저버리지 마오.
마지막 두 구절을 보면 두 편의 시가 연작이라는 것을 쉽게 알수 있습니다. 봄에 남포에서 임과 이별할 때 내년 봄에는 돌아오겠다는 약속이 있었지만 가을이 되자 님에 대한 그리움으로 떠난 임이 약속한 대로 내년 봄 남포의 물결이 푸르르 지면 돌아오기를 간절히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