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筆♡揮之

無門 禪師 禪箴

권석낙 2025. 4. 5. 17:36

春有百花秋有月(춘유백화추유월)

봄에는 갖가지 꽃, 가을에는 달

夏有凉風冬有雪(하유량풍동유설)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 겨울에는 눈이라

若無閑事掛心頭(약무한사괘심두)

마음에 걸림 없이 한가롭다면

使是人間好時節(사시인간호시절)

이야말로 인간세상의 좋은 시절이라.

 

*宋 無門 慧開禪師 禪詩

 

무문(無門)선사 禪箴(선잠)

중국 송나라 때 스님으로 법명은 혜개(慧開)이다.

선종무문관(禪宗無門關)을 지었는데 보통 줄여서 무문관이라 한다.

선문(禪門)의 어록(語錄) 가운데서 공안(公案) 48칙(則)을 가려 뽑아 송(頌)을 붙였다.

 

春有百花秋有月(춘유백화추유월)

봄에는 꽃 피고 가을에는 밝은 달

夏有凉風冬有雪(하유량풍동유설)

여름에는 서늘한 바람 겨울에는 포근한 눈

若無閑事掛心頭(약무한사괘심두)

마음에 거리낌 없이 한가롭다면

便是人間好時節(변시인간호시절)

이야말로 인간세상 좋은 시절이라

便是(변시)=다른 것이 아니라 이것이 곧

 

무문선사(無門禪師)의 이 시는 많은 사람들의 입에 회자하는 시이다.

인생을 낙천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여유 있는 멋이 이 시속에 있다.

사계절의 운치를 바라보며 자연과 동화된 물아일여(物我一如)의 경지는

유흥에 도취되어 읊는 턱없는 풍월이 아니라,

 

나를 괴롭히는 모든 문제들이 사라진 고요하고 밝은 심경이 될 때 세상은 모든 것이 긍정적

으로 아름답게만 보이는 법이다. 욕망에 허덕이고 불안 초조에 시달리는 범부의 번뇌심

속에서는 때로는 꽃이나 달이 순수한 제 모습으로 보는 관점인 시다.

 

꽃을 보니 오히려 슬퍼지고 달을 보니 오히려 원망스러워 지는 때가 있다는 말이다. 항상

주관과 객관의 대립에서 생기는 마찰 그것 때문에 울고 사는 인생이 아닌가. 하지만 도를

깨친 도인의 경지는 다르다.

 

관조(觀照) 속에 음미하는 세상의 모든 경계는 실상 그대로의 참모습일 뿐이다. 망념에 의해

오인되는 객관경계에 이런 저런 탓을 하다보면 기실은 나 자신이 무능하고 허무할 뿐이다.

 

세상을 바로 보는 안목. 인생을 바로 보는 안목이 열리면 소아적인 자기 집착을 벗으나 큰

자기에로 돌아가게 된다. 큰 자기 곧 대아(大我)가 되었을 때 어디에도 걸림이 없는 대자유인이

되는 것이다.

 

황룡 무문(黃龍無門) 혜개(慧開) 선사(1183∼1260) : 항주(杭州) 사람으로

이름은 혜개(慧開)이고 성은 양(梁)씨이다.

평강의 만수사(萬壽寺)라는 절에 주석(住錫)하고 있는

월림 사관(月林師觀) 선사 밑에서 '無'자를 들고 6년 동안 참구하였다.

그러던 중 하루는 점심 공양을 알리는 북소리를 듣고 활연대오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