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四時讀書樂

권석낙 2025. 2. 11. 18:30

四時讀書樂 四时读书乐

 

春춘

山光拂檻水繞廊 산광불함수요랑

舞雩歸咏春風香 무우귀영춘풍향

好鳥枝頭亦朋友 호조지두역붕우

落花水面皆文章 낙화수면개문장

蹉跎莫遣韶光老 차타막견소광로

人生唯有讀書好 인생유유독서호

讀書之樂樂何如 독서지락낙하여

綠滿窓前草不除 녹만창전초부제

산빛이 난간을 스치고 물은 회랑을 돌아가는데

비 빌고 오는 무녀 봄 향기를 노래하네

나무 위 고운 새도 나의 벗이요

물 위에 진 꽃잎들도 모두 문장이라

행여라도 젊은 날 허송하지 말 일이다

살면서 공부만큼 좋은 일이 있겠는가

책 읽는 그 즐거움 즐겁기가 어떠한가

창 앞에 자라는 풀 푸른 기운 같네

 

夏하

修竹壓檐桑四圍 수죽압첨상사위

小齋幽敞明朱暉 소재유창명주휘

晝長吟罷蟬鳴樹 주장음파선명주

夜深燼落螢入幃 야심신락형입위

北窗高卧羲皇侶 북창고와희황려

只因素諗讀書趣 지인소심독서취

讀書之樂樂無窮 독서지락낙무궁

瑤琴一曲來薰風 요금일곡래훈풍

어린 대나무 처마 덮고 뽕나무 집 둘렀는데

고요하고 널찍한 서재 빛 들어 환하네

긴 낮에는 책 읽은 뒤 매미소리 들려오고

깊은 밤엔 등 꺼지면 반딧불이 날아드네

북창에 높이 누워 희황 때처럼 사는 것은

공부하기 좋아하여 알게 된 게 있어서네

여름철 책 읽는 즐거움 끝이 없는 게

거문고 한 곡조에 훈풍 불어오듯 하네

 

秋추

昨夜前庭葉有聲 작야전정엽유성

籬豆花開蟋蟀鳴 이두화개실솔명

不覺商意滿林薄 불각상의만림박

蕭然萬籟涵虛清 소연만뢰함허청

近床賴有短檠在 근상뢰유단경재

對此讀書功更倍 대차독서공경배

讀書之樂樂陶陶 독서지락낙도도

起弄明月霜天高 기농명월상천고

어젯밤 앞뜰에서 잎 지는 소리 들리더니

울타리에 콩 꽃 피고 귀뚜라미 울어대네

풀과 나무 우거진 곳에 가을 온 줄 몰랐더니

소리들 쓸쓸하고 물에 비친 하늘 맑네

침상 가까이 작은 등 하나 밝혀두고서

책을 읽고 있자니 그 공이 더 커지네

독서하는 즐거움의 화락함이란

밤중에 일어나서 밝은 달을 보는 것 같네

 

冬동

木落水盡千巖枯 목락수진천암고

迥然吾亦見眞吾 형연오역견진오

坐對韋編燈動壁 좌대위편등동벽

高歌夜半雪壓廬 고가야반설압여

地爐茶鼎烹活火 지로다정팽활화

一淸足稱讀書者 일청족칭독서자

讀書之樂何處尋 독서지락하처심

數点梅花天地心 수점매화천지심

나뭇잎 지고 물 끊어져 산들이 메마르니

산을 보다 나까지 내 참모습 보게 되네

등불 옆으로 자리 옮겨 죽간을 앞에 두고

눈 내리는 밤중에 소리 높이 책을 읽네

화로 위에 솥 올려 차를 끓이고

차 한 잔에 흡족해하니 독서가라 부르네

책 읽는 즐거움을 어디에서 찾으랴

매화 몇 송이에도 천지의 마음이 담겨있네

 

▶ 舞雩(무우): 노魯나라에서 기우제를 지내던 제단으로 지금의 곡부현曲阜縣 동쪽에 있다. 기우제를 지낼 때는 무녀들이 춤을 추었으므로 ‘舞雩’라고 하였다. ‘우雩’는 비를 구하는 기우제의 뜻을 가진 글자이다.

▶ 蹉跎(차타): 시기를 놓치다. 미끄러져 넘어지다. 일을 이루지 못하고 나이를 더하다.

▶ 韶光(소광): 좋은 때. 봄을 가리킨다. 인생의 청춘기를 가리킨다.

▶ 修竹(수죽): 가늘고 긴 대나무. ‘新竹’으로 쓴 자료도 있다.

▶ 幽敞(유창): 고요하고 널찍하다.

▶ 暉(휘): 햇빛. ‘曦’로 쓴 자료도 있다.

▶ 諗(심): 알다.

▶ 瑤琴(요금): 옥으로 장식한 금琴

▶ 商意(상의): 가을기운

▶ 林薄(임박): 초목이 꽉 들어차 자라는 곳

▶ 蕭然(소연): 쓸쓸하다. 공적하다. 산뜻하다.

▶ 萬籟(만뢰): 자연계에서 일어나는 온갖 소리

▶ 涵虛淸(함허청): 물에 비친 하늘이 맑고 깨끗함. ‘涵虛’는 물에 비친 하늘을 가리킨다. 맹호연은 자신의 시 「망동정호증장승상望洞庭湖贈張丞相」에서 “八月湖水平, 涵虛混太淸(팔월의 호수는 물 불어 평평하고, 하늘과 호수가 하나로 섞이네).”라고 읊었다.

▶ 短檠(단경): 작은 등

▶ 陶陶(도도): 즐거움. 매우 화락한 모양.

▶ 巖(암): ‘애崖’로 슨 자료도 있다.

▶ 迥然(형연): 높고 먼 모양. 멀다. 멀리 떨어지다.

▶ 韋編(위편): 고적古籍, 즉 옛 서적을 가리킨다. 종이를 사용하기 이전에는 가죽으로 만든 끈으로 죽간을 엮어 글을 썼다.

 

山光拂槛水绕廊,舞雩归咏春风香。

好鸟枝头亦朋友,落花水面皆文章。

蹉跎莫遣韶光老,人生唯有读书好。

读书之乐乐何如?绿满窗前草不除。

 

修竹压檐桑四围,小斋幽敞明朱曦。

昼长吟罢蝉鸣树,夜深烬落萤入帏。

北窗高卧羲皇侣,只因素稔读书趣。

读书之乐乐无穷,瑶琴一曲来薰风。

 

昨夜前庭叶有声,篱豆花开蟋蟀鸣。

不觉商意满林薄,萧然万籁涵虚清。

近床赖有短檠在,及此读书功更倍。

读书之乐乐陶陶,起弄明月霜天高。

 

木落水尽千岩枯,迥然吾亦见真吾。

坐对韦编灯动壁,高歌夜半雪压庐。

地炉茶鼎烹活火,一清足称读书者。

读书之乐何处寻?数点梅花天地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