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낙 2019. 1. 28. 22:32

♪ 세 월 ♪

여름오면 겨울 잊고

가을오면 여름 잊듯

그렇게 살라한다

정녕 이토록 잊을 수 없는데

씨앗들면 꽃 지던 일 생각지 아니하듯

살면서 조금씩 잊는 것이라 한다

여름오면 기다리던 꽃

꼭 다시 핀다는 믿음을

구름은 자꾸 손 내저으며 그만 두라한다

산다는 것은 조금씩 잊는 것이라 한다

하루 한낮 개울가 돌처럼

부대끼다 돌아오는 길

흔들리는 망초꽃 내 앞을 막아서며

잊었다 흔들리다 그렇게 살라한다

흔들리다 잊었다 그렇게 살라한다

 

-도종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