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감상

나이를 먹는 슬픔

권석낙 2019. 1. 28. 21:10

나이를 먹는 슬픔

뜨락에 서 있는 나무를 보면서

문득 세월이 흐르고 한두 살씩

나이를 더 먹는 것이 슬픔 일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잎이 청정한 나무처럼

우리가 푸르고 높은 하늘을 향해

희망과 사랑을 한껏 펼 수 없을 만큼

기력이 쇠잔하고 영혼이 늙어서가 아니다

또한 죽음 그림자를 더 가까이 느껴서도 아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내가 마음속 깊이 믿었던 사람의

돌아서는 뒷모습을 어쩔 수 없이 지켜봐야 하는 쓸쓸함 때문이다

무심히 그냥 흘려보내는 평범한 일상에서나

혹은 그 반대의 강고한 운동의 전선에서

잠시나마 정을 나누었던 친구나

존경을 바쳤던 옛 스승들이

돌연히 등을 돌리고 떠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것은

나이를 먹기 전에는 모르던 일이었다

돌아서는 자의 야윈 등짝을 바라보며

아니다 그런 게 아닐 것이다 하며

세상살이의 깊이를 탓해보기도 하지만

나이 먹는 슬픔은 결코 무너지지 않을 벽처럼 오늘도 나를 가두고 있다

 

- 김용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