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筆♡揮之
고산 황기로 초서
권석낙
2020. 5. 15. 12:42
登蒲澗寺後二巖 등포 골짜기 사찰 뒤쪽 두 바위 ( 李群玉 )
五仙騎五羊(오선기오양) 다섯 신선이 다섯 마리의 양을 타고
何代降玆鄕(하대강자향) 어느 시대에 이 마을에 내려왔던가?
澗有堯時韭(간유요시구) 산골짝에는 요임금 시대 부추가 있고
山餘禹日糧(산여우일량) 산에는 우임금 때 양식이 남아있네.
樓臺籠海色(누대롱해색) 누대는 바다 빛으로 싸였는데
草樹發天香(초수발천향) 풀과 나무는 자연의 향기를 뿜네.
浩笑烟波裏(호소연파리) 크게 웃노니 안개와 물결 속에서
浮溟興甚長(부명흥심장) 바다에 떠있는 융기가 얼마나 오래가겠나?
* 五仙(오선) : 《환우기(寰宇記)》에서 ‘고고(高固)는 전국 시대 때 월(越) 나라 사람으로(초나라에서 벼슬함)
초(楚) 나라 상신(相臣)으로 있을 때, 다섯 신선이 다섯 색깔의 양을 타고 와서 한 줄기에
여섯 이삭이 달린 수수를 고을 사람들에게 주었는데, 이후 그 고을을 오양성(五羊城)이라
했다.’고 한다.
* 天香(천향) : 1.방향. 꽃다운 향기. 2.모란꽃의 향기. 3.미녀.
* 烟波(연파) : ① 연파 ② 안개 따위가 자욱한 수면
이군옥(李羣玉) 시(詩)는 16세기를 대표하는 명필 고산(孤山)
황기로(黃耆老)(1525~1575)가 당나라 이군옥(李羣玉)의 오언율시를 쓴 것이다.
그는 낙동강 지류 천보탄(天寶灘) 가에 매학정(梅鶴亭)을 짓고
살았던 처사(處士)로서 회소(懷素)의 방일한 초서를 애호하고
또 회소를 바탕으로 독특한 서풍을 보인 명나라 동해옹(東海翁) 장필(張弼)(1425~1487)을 따랐다.
이 초서는 회소와 장필을 배워 활달하고 운동세가 많은 획법과 변화로운 짜임을 잘 구사한 예이다.
이 필적은 황기로(黃耆老)의 사위 덕수이씨(德水 李氏) 옥산(玉山) 이우(李瑀)(1542~1609)의 후손인
이장희(李璋憙)(1909~1998)가 수집한 것으로 그의 장손에 의해 기증되었다.
하단 부분에 몇 글자 탈락되었으나 황기로(黃耆老)의 묵적 가운데 대폭(大幅)이며 그의 특징이 잘 나타난 대표작이다.
황기로(黃耆老)의 본관은 덕산(德山), 자는 태수(鮐叟), 호는 고산(孤山)·매학정(梅鶴亭)으로,
1534년(중종 29) 진사시에 합격하고 벼슬은 별좌(別坐)를 지냈다.
만년에 낙동강의 서쪽 보천산(寶泉山) 위에 정자를 짓고
고산정(孤山亭) 또는 매학정梅鶴亭)이라 이름을 지어 그곳에서 필묵(筆墨)과 독서를 즐기며 여생을 보냈다.
조선시대의 명필. 필법이 뛰어났고 특히 초서를 잘 써 초성(草聖)이라 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