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낙 2019. 10. 20. 21:17

 , 난꽃



 

                          芝山(지산)의 墨客(묵객)

                          버들섬[柳洲]으로 가는데

                          따뜻한 봄바람[薰風]

                          내 얼굴에 불거나말거나

 





 

계간 문학지 [현대시조]에 수록된 芝山房의 詩(시) <蘭, 난꽃>이다.

 



  난꽃을 못 본 지도

  이태가 훨씬 넘어

  물 주고 바람 쐬고

  그늘진 곳 옮겨 주고

  가끔씩

  긴 잎사귀도

  어루만져 주었었다

  새 촉이 뾰조롬히

  한 뼘 남짓 자라더니

  그 모양 그대론 채

  더 자라지 않는다

  무엇에

  골이 났는지

  고개 숙인 채로 있다




  마른 잎 꺾여지고

  새 촉도 아니 나고

  성긴 네 모습은

  차마 보기 애달프다

  밤 깊어

  홀로 있을제

  미운 情(정)도 생긴다

  窓(창) 밖의 푸른 빛은

  날을 더해 깊어 가고

  잔바람 익은 향내

  문득 놀라 바라보나

  초라한

  네 모습만이

  내 눈 안에 와 닿는다





  나 못난 탓이더냐

  나 싫은 탓이더냐

  하기사 긴 歲月(세월)을

  너와 함께 보내었다

  난꽃을

  봐야 맛이랴

  놓인 자리 있으라

  볼수록 餘裕(여유)로운

  悠長(유장)한 네 몸 姿態(자태)

  불현듯 눈에 띄는

  뿌리는 그리 희고

  난꽃은

  어쩌다 한번

  妄靈(망녕)난 셈 치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