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筆♡揮之

벗에게

권석낙 2019. 9. 22. 14:13



 

   하늘의 태양은

   아침 저녁으로 변화 있지만

   저 靑山(청산)은 예나 지금

   변함이 없어라

   이 世上(세상),

   榮辱(영욕) 밖의 한 동이 술로

   그대와 마주앉아

   속내나 털어 볼

 

  "尊"은 여기서 "준"으로 읽는다.

     까닭은 "높이다"의 뜻이 아닌, "술

     잔, 따르다"의 뜻을 지니기 때문이

     다. 간혹 "樽[술통 준]"으로 표기되

     어 있는 곳도 있는데, 이는 틀린 표

     기이다.

[芝 山 房 譯]

 

 



 

 

 [芝 山 房   생 각]

 

  태양은 그 빛이 아침 저녁으로 다르다.

  아침이면 눈부시게 찬란한 빛으로 떠오르다가 저녁이면 그저 한 점 붉

  은 빛으로 사방을 물들이고는 결국 사라져 버린다.

  마치 人間世上(인간 세상)에서의 榮辱(영욕)이 반복되는 것과도 같다.

  그렇지만 저 靑山(청산)은 古今(고금)을 두고 늘 그 자리, 그 모습으로 지

  키고 있지 않은가!

  "貴易交[자신이 귀하게 되면 사귀던 벗을 바꾸어 버림]" 하는 더럽고 추

  잡한 世情(세정)을 뛰어넘어 늘 그 자리에 우뚝한 靑山(청산)과도 같은

  변함 없는 벗과의 사귐을 읊은 詩人(시인)의 고귀한 기품이 靑山(청산)

  처럼 짓푸르고 늠름하다.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이 詩(시)를 쓴 [崔林(최림)]이라는 인물에 대해

  그 어디에도 전혀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단지, 이 詩(시)를 지어 자신의 벗에게 보낸 사실만 남아 있는데, 그의 벗

  은 바로 당대에 文名(문명)을 떨치던 閔思平[민사평 : 1295(충렬왕 21) ~

  1359(공민왕 8). 본관은 驪興(여흥)]이라는 인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