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筆♡揮之
芝山明月
권석낙
2019. 9. 22. 13:13
芝山(지산)의 밝은 달이 저리도 장구한데 귀[耳] 밖의 뜬구름 따위야 論(논)할 게 뭐 있으랴~! 《習 靜 無 營》 빈천이 부귀만 못하다는 것은 속된 말이다. 부귀 보다 빈천이 낫다는 것은 교만한 말이다. 가난하고 천하면 입고 먹는 마련에 분주하고, 아내와 자식이 번갈아 원망한다. > 어버이를 봉양하지도 못하고, 자식을 가르칠 수도 없다. 무슨 즐거움이 있겠는가? 다만 전원이 그나마 넉넉하고, 언덕과 골짜기가 기뻐할만 하다. 물에서는 고기와 새우를 벗 삼고, 산에서는 고라니와 사슴을 동무 삼는다. 구름을 밭 갈며 달을 노래하고, 눈을 낚시질하며 꽃을 읊조린다 뜻 맞는 벗과 짝지어 어울리고, 소 먹이는 아이는 장난치며 무릎 사이로 붙는다. 어떤 때는 한칸 방에 오도카니 앉아 고요함을 익히며 아무 일도 작위하지 않는다. 혹은 수레를 타거나 지팡이를 짚고 여러 날 머물며 돌아옴을 잊는다. 즐겁기가 진짜 신선만 못지 않아도, 어찌 늘상 족하겠는가? 초저녁에 잠들어 대낮에야 일어난다. 뜨락은 고요하고 창문은 환하다. 그림과 책을 펼쳐 놓고 거문고와 술잔으로 날마다 즐긴다. 흥이 일면 작은 배를 띄워 읊조리며 강과 산 사이에서 옛일을 돌아본다. 좋은 차와 막걸리는 근심을 녹여 주기에 충분하고, 미나리와 게는 입맛을 돋우기에 알맞다. 이야말로 세간의 지극한 즐거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