薄薄酒
蘇子瞻
薄薄酒 勝茶湯 묽은 술이지만 차보다는 낫고
박박주 승타탕
麤麤布 勝無裳 거친 옷마저 없는 것보다 낫다
추추포 승무상
醜妻惡妾勝空房 못생긴 아내와 악첩도 빈방에 비하랴
추처악첩승공방
五更待漏靴滿霜 새벽5시 조회 기다리며 서리 맞는 삶은
오경대루화만상
不如三伏日高 한여름 해 높이 솟아오를 때까지 늦잠
불여삼복일고
睡足北窻涼 자고 북창에 쐬는 시원한 바람만 못하구나
수족북창량
珠襦玉匣 구슬 장식한 저고리 입혀 옥관에 모시어져
주유옥갑
萬人祖送歸北邙 세상 칭송 받으며 북망산에 돌아가는 것도
만인조송귀북망
不如懸鶉百結 바늘로 일일이 꿰맨 남루한 옷 입고
불여현순백결
獨坐負朝陽 홀로 앉아 아침 햇살 받는 삶 같지 못하구나
독좌부조양
生前富貴死後文章 살아서 부귀영화 죽은 후 문장 남기 바라지만
생전부귀사후문장
百年瞬息萬世忙 백년도 한순간이요 만세도 가기 바쁘구나
백년순식만세망
夷齊盜跖俱亡羊 백이ㆍ숙제는 물론 도척도 까맣게 잊어버리네
이제도척구망양
不如眼前一醉 지금 당장 눈앞에 한 번 취하여
불여안전일취
是非憂樂都兩忘 시비(是非) 근심 즐거움도 함께 잊음만 못하다
古文眞寶 前集 제7권 長短句
173 박박주1(薄薄酒二首1)-소식(蘇軾)
묽고 묽은 술
묽고 묽은 술이라도 차보다는 낫고
거칠고 거친 삼베옷이라도 치마 없는 것보다 낫고
추한 아내와 악한 첩이라도 빈 방에 혼자 있는 것보다 낫다
새벽에 서리 가득 낀 신 신고 조회 시간 기다리는 것은
삼복 더위에 해 높이 솟도록 잠자며 북창의 시원한 바람에 만족함보다 못하며
구슬 저고리와 바지 입고 만인의 환송받으며 북망산으로 돌아가는 것이
누더기 기운 옷입고 따뜻한 아침 햇살에 앉아 있는 것보다 못하니라
살아서 부귀 누리고 죽은 뒤 문장 남기나
백년도 순식간이고 만세도 빠르기만 하구나
백이숙제와 도척도 모두다 본성을 잃은 삶이니
지금 눈 앞에 한 번 취하여
옳고 그름과 근심 즐거움을 모두 잊는 것만 못하니라
薄薄酒勝茶湯 (박박주승다탕)
粗粗布布勝無裳 (추추포승무상)
醜妻惡妾勝空房 (추처악첩승공방)
五更待漏靴滿霜 (오경대누위만상)
不如三伏日高睡足北窓涼 (부여삼복일고수족배창량)
珠襦玉柙萬人相送歸北邙 (주유옥합만인상송귀배망)
不如懸鶉百結獨坐負朝陽 (부여현순백결독좌부조양)
生前富貴死後文章 (생전부귀사후문장)
百年瞬息萬世忙 (백년순식만세망)
夷齊盜跖俱亡羊 (이제도척구망양)
不如眼前一醉是非憂樂兩都忘 (부여안전일취시비우낙량도망)
***
薄薄酒(박박주) : 아주 텁텁하고 맛이 좋지 아니한 술.
鶉(순) : 메추라기
이 시는《蘇東坡集》3책 7권에 실려 있는〈薄薄酒〉시 2수 중 첫째수이다. 東坡가 42세 때인 熙寧 9년(1076) 6월 密州에서 지은 것으로, 밀주의 鄕貢進士(향공진사)인 趙明叔(조명숙:名 杲卿)의 말을 소재로 그 뜻을 미루어 樂府體(악부체)로 지은 것이다. 동파의 自註에 “膠西(교서)의 조명숙 선생은 집이 가난하였는데, 술을 좋아하여 종류를 따지지 않고 취하도록 마시고는 항상 말하기를 ‘맛없는 술도 茶湯(다탕)보다는 낫고, 못생긴 아내라도 공방보다는 낫다’고 하였다. 그의 말이 비록 비속하지만 통달한 말인 듯하다. 그러므로 그 뜻을 미루어 東州의 樂府에 보탰으나 또 미흡하게 여겨 다시 스스로 한 편을 지어 화답해서 그런 대로 보는 자의 一笑를 자아내고자 한다.
[膠西先生趙明叔 家貧好飮 不擇酒而醉 常云 薄薄酒勝茶湯 醜醜婦勝空房 其言雖俚而近乎達 故推而廣之 以補東州之樂府 旣又以爲未也 復自和一篇 聊以發覽者之一噱云爾]” 하였다.
薄薄酒를 소재로 하여 지은 시가 徐居正〈1420(세종 2)-1488(성종 19)〉의《四佳集》 詩集 28권과 權擘(권벽)〈1520(중종 15)-1593(선조 26)〉의《習齋集(습제집》1권에도 실려 있다.
역주1> 茶湯(다탕) : 茶와 湯, 또는 찻물을 이른다.
역주2> 懸鶉百結(현순백결) : 懸鶉(현순)은 옷이 다 해져 누덕누덕 기운 것이 메추라기를 매단 것과 같은 것이고 百結은 옷을 백 군데나 기운 것이다.
역주3> 夷齊盜跖俱亡羊(백이도척망양) : 伯夷와 叔齊는 형제간으로 옛날 孤竹國 군주의 아들인데 不義한 周나라 곡식을 먹지 않겠다면서 首陽山에 들어가 고사리를 캐어 먹다가 굶주려 죽었고, 盜跖(도척)은 고대의 大盜로 柳下惠(유하혜)의 아우라는 설이 있다.
‘亡羊(망양)’은 양을 잃는 것으로 인생의 덧없음을 비유한 것으로,《莊子》〈騈拇〉에 “臧과 穀 두 종이 양을 치다가 장은 독서에 정신이 팔려 양을 잃고 곡은 노름에 정신이 팔려 양을 잃었다.” 한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소식(蘇軾, 1037년~1101년)은 중국 북송 시대의 시인이자 문장가, 학자, 정치가이다. 자(字)는 자첨(子瞻)이고 호는 동파거사(東坡居士)였다. 흔히 소동파(蘇東坡)라고 부른다. 현 쓰촨 성 미산(眉山)현에서 태어났다. 시(詩),사(詞),부(賦),산문(散文) 등 모두에 능해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으로 손꼽혔다.
[박박주 1수]
薄薄酒,勝茶湯;粗粗布,勝無裳;醜妻惡妾勝空房。
五更待漏靴滿霜,不如三伏日高睡足北窓凉 。
珠襦玉柙萬人相送歸北邙,不如懸鶉百結獨坐負朝陽。
生前富貴,死後文章,百年瞬息萬世忙。
夷齊盜跖俱亡羊,不如眼前一醉是非憂樂都兩忘。
[박박주 2수]
薄薄酒,飲兩鐘;粗粗布,著兩重;美惡雖異醉暖同,醜妻惡妾壽乃公。
隱居求誌義之從,本不計較東華塵土北窗風。
百年雖長要有終,富死未必輸生窮。
但恐珠玉留君容,千載不朽遭樊崇。
文章自足欺盲聾,誰使一朝富貴面發紅。
達人自達酒何功,世間是非憂樂本來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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