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사랑 황진이 / 노래:김 유 경
건너선 안될 강을 한 여인이 건너가고 있네
누가 누가 저 여인의 가는 길을 막을 수 있나
풀잎에 이슬처럼 허무한 것을
앞만 보고 가는 황진이
그 꽃망울 피웠건만 그 향기가 너무 짙구나
어이할꼬 어이할꼬 저 여인을 어이할꼬
험하고 험한 산을 한 여인이 넘고 넘어 가네
누가 누가 저여인의 가는 길을 막을 수 있나
동지섣달 설화처럼 허무한 것을
앞만 보고 가는 황진이
그 꽃망울 피웠건만 그 향기가 너무 짙구나
어화둥둥 내 사랑아 내 사랑 황진이
♣
먼데로 가있는 님이시여
산마루에 달이 걸리걸랑
돗자리 깔아 술상 봐놓으려니
마주앉아 술잔이나 기울거나
산너머로 달 기울기전
그대 모습 달빛에 젖어들면
필묵으로 님의 마음 고이 담아
시 한 구절 읊으려마는
먼데서 오는 길이라서인지
너무너무 멀어서인지
영원토록 기다릴 님이기에
꿈결에서나 만나보려나
이미 달빛도 기울었건만
바람은 맑게 일어 잠들고
두견이마저 그리도 우는데
님은 오지 않아 별빛이 섧구나
蕭寥月夜思何事詩 ‥ 황 진 이
蕭寥月夜思何事(소요월야사하사)
寢宵轉輾夢似樣(침소전전몽사양)
問君有時錄忘言(문군유시녹망언)
此世緣分果信良(차세연분과신량)
悠悠憶君疑未盡(유유억군의미진)
日日念我幾許量(일일염아기허량)
忙中要顧煩或喜(망중요고번혹희)
喧喧如雀情如常(훤훤여작정여상)
「소슬한 달밤이면 무슨 생각 하오신지
뒤척이는 잠자리는 꿈인 듯 생시인 듯
님이여 때로는 제가 드린 말도 적어보시는지
이승에서 맺은 연분 믿어도 좋을지요
멀리 계신 님 생각은 끝없어도 모자란 듯
하루 하루 이 몸을 그리워는 하시나요
바쁜 중 돌이켜봄이 괴로움일까 즐거움일까
참새가 지저귀듯 제게 향한 정은 여전한지요」
진이(眞伊)야,
잠시 가야금을 물리고 이리와 앉거라
달빛에 너를 뉘어 놓고 옷고름 풀어가며
오늘은 거나하게 취하고만 싶구나
서방님,
어인 수심 그리 많아 뜨겁던 몸이
새벽 찬 이슬에 곡조 잃은 소쩍새 같사오니까.
내 비록 타관에 유린 객이 되어
한세상 바람 속에 詩文으로 떠돌 지언정
피둥피둥 교만으로 살만 찐 새대가리 임금과
그 임금 밑에서 백성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
비대한 정경 간신들과 더 어이 벗하리오.
이래도 꿈이요 저래도 꿈인즉,
관복을 벗고 너의 풍요 가슴에 얼굴 묻으니
이승과 저승의 강이 꽃처럼 붉기만 하구나.
서방님,
서방님마저 물러나시면 저 불쌍한
백성의 눈물은 누가 헤아려 닦아주리오
더불어 피고 지지 못하는 꽃이 아픔이오이다.
내사랑 황진이(眞伊)야,
오늘따라 너의 속살 고운 산봉우리가
안개 두른듯 첩첩산중
내 꿈을 녹이며 감아오는구나
내 사랑 황진이
1.
그녀 나이 열 다섯
아비는 진사進士였으나, 그녀는
죄 하나 없이도 죄 많은 서녀庶女였답니다
참으로 고와서 서러웠지요
꽃같이 아리따워 눈물났지요
철없던 동네 총각 하나 헛되이
봄꽃 같은 그녀에게 눈이 멀었지요
턱없이 상사하여 앓았지요
석달 열흘 시들어가던 그 사내가 죽고
그녀는 또 한번
죄 많은 여인이 되었답니다
풋사랑 살해한 모진 여인이 되었답니다
2.
베갯잇을 적시던 눈물이
한밤내 강물을 이루어 서해로 흘러가고
어둡게 웅크린 새벽길들을 깨워
그녀는 송도松都로 향하였지요
버선코를 적시던 것이 아침이슬인가 하였으나
대흥사大興寺의 맑은 종소리만 초연히 울어
잊으라 다 잊으라 가르치고 있었지요
부질없는 눈물일랑 다 거두라 이르고 있었지요
떠나온 발자국 하나에
서로운 아버지를 묻고
떠나온 발자국 둘에
그리운 어머니를 묻고
돌아갈 발자국들 아득히 지우며
아픈 이름 황진이黃眞伊
서녀庶女 황진랑黃眞嫏을 묻었답니다
3.
명월이라 하옵니다
오늘처럼
이렇게 휘영청 달이 밝은 날이면
칠흑 같은 어둠이며 절망도
다 사윌 듯하고
승냥이 우는 긴긴 밤도
두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때로는
가슴 속 자욱히 번져 가는 설움
다스릴 길 없어
장구채 잡은 손을 놓아
붉은 얼굴을 가리기도 하였으나
천마산天馬山은 아무 말이 없고
산색만 눈물겹게 푸르러
나에게
청솔같이 살라 가르칩니다
4.
그대 늘
동짓달 기나긴 밤 베어내어
봄바람 이불 속 굽이굽이
정든 임 맞이하길 꿈꾸었으나
고운 임은 아니 오고
야속한 세월만 그대를 적시고 흘러 갔나요
청산의 맑은 시냇물도
바다에 한번 이르고 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며
보름달 같은 사랑이나 실컷 하자시던 그대
혹여 그 열병 같은 사랑마저
한번 가서는 오지 않는
속절없는 강물이고 말았나요
5.
기억하나요
생사일여生死一如라시던 서화담徐花潭의 말씀
그대가
혹은 우리가 죽는다 해도
그건 결국
우주의 기氣에 환원하는 것일 뿐이라는
6.
꽃이 피었습니다
정녕 떠나갔는가 그립던 두견새
다시 찾아와
사월 한철 울어 울어
그대에게 보낼 한 줄 시詩를 이루고
겨우내 하얗게 지워졌던 눈길 위로
봄바람에 겨운 꽃들이 사방으로 봉화를 놓아
그대에게로 달려가는 길을 밝힙니다
알고 계시지요 그대
저 들꽃들처럼
사랑은 부활하고 또 부활하여
봄이면 저리 몸서리치도록 붉게 타오르고
내 가슴엔
첫 술잔의 취기처럼
짜르르한 그리움의 도화선이 불붙어
자꾸만 위험하게 번져가고 있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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